문화인류학자 박상미 교수

‘김장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주도
“나눔의 정신 실천하는 문화로 평가받아”

지난 12월 5일,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작업을 주도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박상미(인류 82-86) 교수를 만나 당시의 소감 등을 들어보았다.

“등재 확정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정부 간 회의에서 결정됩니다. 매년 장소가 바뀌는데, 올해는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렸습니다. 직접 표결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있었고, 확정되는 순간 극적인 감정과 긴 시간 노력했던 것들이 스쳐 가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박 교수는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세계유산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 79명의 문화재위원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문화재청에서 전문적인 사안을 결정하고 정책을 펼쳐 나갈 때 자문기구 역할을 한다.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연간 한 국가당 한 건만 신청할 수 있으며,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등재는 예외로 하고 있다.

신청서 접수부터 1년 9개월 걸려

“매년 3월 31일 신청서 마감을 하고, 6개국으로 구성된 유네스코 심사보조기구가 각 나라로 심사를 나옵니다. 다음 해 7월 말쯤 심사 결과가 유네스코에 전달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심사보조기구의 권고사항이 공식적으로 공개됩니다. 보통 매해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24개국 정부 간 위원회 위원국들이 모여 권고사항에 대해 심사합니다. 표결로 결정이 나는데, 우리 김장문화는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등재가 순식간에 결정됐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제출한 김장문화 등재 신청서는 모범적인 신청서 7개 중 하나로 특별히 선정될 정도로, 그 과정 자체도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1년 9개월이 걸렸다고 보도됐지만, 사실은 처음 신청서를 접수한 후 등재되기까지가 1년 9개월이었고, 그 신청서를 준비한 기간까지 합하면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번 김장문화 등재에 힘을 쏟았습니다.”
박 교수는 2년 가까이 걸린 신청서 작성 작업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등재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입니다. 우리 국민이 어떤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고, 대중적인 관심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국민 정서 속에는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고,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의 다양성을 중시하고 상대주의적인 철학을 강조합니다. 이 사이에는 다소 간극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 정서와 세계화 사이에서 원활하게 조정자 역할을 해야 했고, 이것이 신청서 작성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입니다.”

2012년 ‘아리랑’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이어 이번 김장문화의 등재는, 우리나라 무형유산을 대표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대국민적으로 가장 관심과 공감도가 높은 문화로 문화재청에서 결정해 추진됐다.

“물론 우리나라의 음식 ‘김치’에서 출발한 등재 과정이었지만, 유네스코에서는 상업화될 우려 때문에 음식은 등재 신청을 받지 않습니다. 월동 준비의 일환으로 대규모로 김치를 담그는 우리만의 중요한 연례행사를 하나의 문화, 생활양식으로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김장문화’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등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유네스코는 전통적인 옛문화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 상황에 맞게 변모하는 문화의 모습을 요구한다. 이전에는 땅에 묻던 김장독의 역할을 김치냉장고가 대신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공동체의 나눔 문화, 인류의 창의적인 지혜, 이웃·친척 간 서로 돕는 네트워크가 이번 등재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줄다리기·해녀문화 등재 준비

박 교수는 동남아 3개국(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과 함께 줄다리기 공동체 문화의 공동 등재 작업과, 최근 결정된 제주 해녀문화 등재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으로 문화인류학자로서, 모교 동문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지금 필요한 덕목은 국제사회에 대한 안목,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서 우리 사회가 성숙한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는 데 있어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