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게임문화협 박경현 이사장
전통놀이 소재 게임물 연구·개발할 터
지·덕·체 조화 이룬 프로그램 보급
최근 우리 사회에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을 조장하는 게임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는 기존 게임물을 방치해서는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게임 관련 업계 종사자는 물론,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 문학·경영학·언론학·정치학·평생교육학·범죄심리학 등을 전공한 학자들, 변호사, 종교인 등이 뜻을 모아 지난해 말 (사)청소년게임문화협의회를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으로 경찰대 박경현(국어교육 64-68) 명예교수를 선임했다.
바른 청소년 게임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협의회를 운영해 나갈 박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G-Learning 시스템 구축
청소년 보호 취지에서 2011년 11월 도입된 ‘게임 시간 선택제’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청소년게임문화협의회는 청소년이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더라도 제재를 피해가는 ‘숨바꼭질’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 보고, 단순히 컴퓨터 게임과 가정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아닌, 예방과 해소를 위한 ‘유해 게임물 정화 시스템’과 ‘청소년 상설 수련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청소년에게 게임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값싸고 재미있는 놀이 도구라는 점에 착안해, 건전하고 교육적인 청소년 게임문화 조성을 목표로 한다.
“유해 게임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전통놀이 소재 게임물과 학교 교과학습 관련 게임물을 연구·개발하겠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게임을 모두 연계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도하고 학업 성취도도 도모하는 G-러닝(Game-based Learning) 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박 이사장은 전통놀이 소재 오프라인 게임물로 이미 4색 바둑과 윷놀이 등을 개발해 성과를 거둔 회원사 사례를 소개하며, “게임 과몰입 예방과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지·덕·체 통합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청소년바른게임센터’를 상설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훈수 두는 심정으로”
“훈수를 좀 둬 달라는 요청에 덜컥 이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교직자는 훈수꾼과 비슷하지요. 나는 ‘風’ 자를 바람 풍이라 읽으라고 하면서도 정작 바람처럼 살지는 못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떠벌리곤 합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도 옆에서 훈수하는 사람은 실전에는 약하지만, 판세를 읽는 능력은 좀 있습니다. 협의회 이사장직은 비영리법인의 대표로서 봉사하는 자리지만, 청소년 게임문화의 방향키 구실은 제대로 해보려 합니다.”
절제력 키우는 게임교육 추진
박 이사장은 게임에 과몰입된 청소년들에게 절제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상설 계도 시설 마련, 학습 기반 게임물 개발, 건전한 게임 제작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반면, 부작용을 유발하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수정·보완을 요구하고, 외국 게임업체의 잠식에 대응하며, 모바일 게임 과몰입 해소 방안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그는 임기 3년 동안 “건전하고 교육적인 청소년 게임문화 형성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박 이사장은 “자기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착각해 거드름을 피우면 한낱 악취만 풍길 뿐이다”라는 중국 속담 ‘自大是臭字(자대시취자)’를 인용하며, “우리 모두가 향기로운 존재가 되어 보자”고 동문들에게 덕담을 전했다.
1945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모교 사범대 졸업 후 1970년부터 고등학교 교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1980년부터 2011년 정년퇴임까지 경찰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화법학회 회장, 시민감찰위원장, 의식개혁협의회 공동대표, 국어교육과 60돌 발전기금 조성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통령 표창, 황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국어표현론』, 『지도자의 화법』, 『리더의 말말말』 등이 있으며, 시인·수필가로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