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호 2012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 ‘스누코어’ 개발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
화제의 동문
모교 컴퓨터공학부 이재진 교수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 ‘스누코어’ 개발
PC·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

세계 각국의 기상청, 이탈리아 자동차 ‘페라리’ 디자인 연구소, 대형 병원,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 이 기관들을 움직이는 엔진은 아주 많은 양을 빠르게 계산하는 슈퍼컴퓨터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슈퍼컴퓨터는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모교 공대 컴퓨터공학부 이재진(물리 86-91) 교수 연구팀이 지난 2월 노드당 성능이 세계 최고속인 슈퍼컴퓨터 ‘스누코어(SnuCore)’를 개발했다. 슈퍼컴퓨터는 보통 많은 수의 소규모 컴퓨터가 빠른 네트워크로 연결된 구조로 돼 있다. 스누코어는 속도뿐만 아니라 성능 대비 가격도 세계 최상위급 슈퍼컴퓨터와 비교해도 12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했어요. 그때는 컴퓨터 접하기가 힘들었는데 어렵게 구해서 갖고 놀았죠.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때 웬만한 대학생 수준만큼 프로그래밍을 했어요. 대학 와서 컴퓨터는 전공인 물리학의 보조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할수록 전공보다 더 좋은 거예요. 그래서 1년이나 학교를 더 다니면서 컴퓨터 전산 관련 수업을 들었어요.”
슈퍼컴퓨터는 일기예보, 병을 진단하는 유전체 분석, 핵무기 실험 시뮬레이션 등 인류의 재난이나 국방과 같이 생명과 연관된 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다. 그래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슈퍼컴퓨터 시장이 액수에 관계없이 매우 크다.
성능 대비 가격 수준 최저
“10년 전 슈퍼컴퓨터가 지금 개인컴퓨터가 됐고 이제는 개인컴퓨터가 스마트폰이 됐는데 기술 이전의 주기가 3~5년 정도로 점점 짧아집니다. 따라서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은 IT 분야의 원천·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혁명인 스마트폰 기술이 발표됐을 때 우리는 그것을 ‘아이폰 쇼크’라고 불렀다. 휴대폰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지만 슈퍼컴퓨터에 관련된 원천 기술이 쌓인 것이 없어 스마트폰을 흉내 내기에 급급해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기상청, 삼성종합기술원 등 몇 군데에서 규모가 큰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은 우리 연구팀이 거의 유일하죠.”
사실 이번 슈퍼컴퓨터는 이 동문 연구팀의 목적이 아니었다. 이 동문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슈퍼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기 쉽도록 개발한 프로그래밍 모델인 ‘SnuCL’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선진국과 경쟁 발판 마련
“슈퍼컴퓨터 기술이 어려운 것은 프로그래밍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을 쉽게 풀어내고 다변화되는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SnuCL’의 목적입니다. 이번에 성능을 인정받은 SnuCore는 대규모 작업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을 쉽게 하기 위해 시스템을 조성하다 보니 탄생하게 됐어요.”
이번 연구개발로 슈퍼컴퓨터 원천기술 개발에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또 슈퍼컴퓨터의 구축과 관리비용이 획기적으로 절약되며 저탄소 녹색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nuCore는 단순히 팔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니고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입니다. 개발된 이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직접 하드웨어에 적용하고 가장 성능이 좋은 컴퓨터 시스템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어요. 우리 연구원들이 세계적으로 성능이 인정된 슈퍼컴퓨터 기술을 다루면서 가치가 높아졌어요.”
이 동문 연구팀이 개발한 ‘SnuCore’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를 선정하는 기관인 ‘top500.org’에서 발표된 슈퍼컴퓨터와 비교해 봤을 때 가장 빠르고 전력 효율 면에서도 세계 20위권 안에 든다.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과 같이 발전합니다. 의학, 생명·기계공학, 반도체 등 각 분야의 요구와 과제에 맞춰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함께 기술을 키워나가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연구비 문제로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니 어떻게든 잘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슈퍼컴퓨터 원천기술에 대해 동문들과 사회 전반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