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09호 2012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립현대미술관 사상 첫 여성 관장 “4개관 특성화로 글로벌 수준 격상”

화제의 동문 – 정은민 관장(응용미술 70입)

국립현대미술관 사상 첫 여성 관장 “4개관 특성화로 글로벌 수준 격상”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과 세계 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내 유일의 미술관이다.
1969년 경복궁 소전시관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1986년 국제적 규모의 시설을 갖춘 과천 부지로 신축 이전했으며, 
국제 교류, 미술활동 보급 등을 통해 국립미술기관으로서 견실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정은민(응용미술 70입) 동양화과 교수가 취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여성이 이끌게 된 것은 미술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정 관장은 “여성이라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 미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호재로 삼겠다”며 웃는다.

그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를 벤치마킹해, 국립현대미술관을 글로벌 수준의 현대미술관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관·청주관 신설로 4개관 체제 추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존의 과천관과 덕수궁관 외에도 서울관, 청주관 두 개 분관을 신설 중이다. 서울관은 경복궁 옆 옛 국군기무사령부 자리에 들어서며, 내년 2월 준공 후 10월 개관전을 열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곳을 한국예술의 중심 미술관으로 삼고 연간 관람객 2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충북 청주시의 옛 KT&G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청주관은 2014년 개관 예정이다. 청주관은 1만 8천여 점의 작품을 수장할 ‘정부 미술은행센터’로서, 중부지역 유일의 국립미술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서울관과 청주관이 문을 열게 되면, 과천·덕수궁·서울·청주의 4개관 체제가 갖춰지며, 각 분관의 특화 전략도 명확해질 것입니다. 각 관의 접근성, 건축 구조, 시설에 맞춰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할 계획입니다.”

정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과천관은 ‘공원 속 미술관’ 콘셉트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 연구기관으로 기능하며, 덕수궁관은 고궁의 특성을 살려 광복 이전 근대미술을 특화 전시하는 공간으로 운영된다. 청주관은 수도권에 집중된 미술 전시 기능을 지역으로 확산하는 거점이 되며, 서울관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종합 미술관, 나아가 ‘열린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세계 유수 미술관 운영 모델 연구

정 관장은 외무부 차관과 서울대 법대 교수를 지낸 정일영(정치 47-51) 동문의 차녀로, 유년 시절을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에서 보냈다. 대학 진학 시 건축에 관심을 가졌으나 인접 분야인 응용미술을 전공했고, 이후 미국으로 유학해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연구원으로도 근무한 바 있다.

정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센터(Pompidou), 런던 테이트 갤러리 등 세계 주요 현대미술관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테이트 갤러리는 2000년 개관 이후 12년 만에 재정자립도를 20%에서 60%까지 끌어올린 운영 모델로, 정 관장이 가장 주목하는 사례다.

“테이트 갤러리는 국립현대미술관처럼 4개의 분관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국립기관이면서도 재정자립도가 높아, 국립현대미술관이 법인화될 경우 운영 모델로 삼기에 적합합니다. 마케팅, 운영 방식, 전략 등 다방면에서 참고하고자 합니다.”

“인문학적 소양 갖춘 예술가를 위하여”

서울예술의전당 전시감독,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하며 후배 양성에 애정을 쏟아온 정 관장은 마지막으로 미술학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했던 것이 있어요. 실기 중심 학생일수록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키워야 합니다.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미술작품을 직접 가서 눈으로 보도록 하세요. 이론 전공 학생도 마찬가지예요. 책만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작업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