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26호 2022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내가 필요해서 만든 육아용품, 엄마들의 희망이 됐어요

연매출 237억, 70% 해외 몫, 전직원 재택근무 성공사례
내가 필요해서 만든 육아용품, 엄마들의 희망이 됐어요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
 
연매출 237억, 70% 해외 몫 
전직원 재택근무 성공사례  
시작은 궁여지책이었다. 내가 필요해 만들었는데 남들도 필요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원해서 ‘글로벌 대박’이 났다. 육아용품 전문기업 코니바이에린 임이랑(사회복지04-10) 대표 얘기다.
임 동문이 만든 건 ‘더 가볍고, 간편하고, 예쁜’ 아기띠다. 출산 직후 목디스크가 생겨 편하게 아이를 안을 수 있는 아기띠가 절실했다. 시판 제품을 섭렵했지만 성에 차는 게 없었다. “그럼 네가 만들어봐”란 남편의 한 마디가 불을 댕겨 자본금 1000만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이젠 연매출 237억원(2020년 기준) 기업이다.
12월 21일 임 동문을 만난 곳은 화상 회의 서비스 ‘구글 미트’. 2017년 창립부터 사무실 없이 전 직원 재택근무로 시작했다. 화면 너머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그가 “저희는 잠옷을 입고 근무하는 회사”라며 씩 웃었다. 자사 홈웨어인데 “너무 질겨서 해지지도 않는다”는 ‘깨알 자랑’을 잊지 않았다.
포대기로 업어 키운 세대에겐 아기띠가 대수인가 싶다. 하지만 임 동문으로 대변되는 젊은 엄마들의 생각은 다르다. “저도 첫째, 둘째 아일 등에 업을 땐 포대기를 썼어요. 사실 초보에겐 어려운 장비예요. 목을 못 가누는 아이를 혼자 등에 올린다고 상상하면 손에 땀이 나지 않나요? 요즘 엄마들은 쉽고 간편하면서, 예쁘고 나다운 제품을 원해요. 우리 제품이 맞아떨어진 거죠.”
코니 아기띠는 꼭 티셔츠나 숄 같다. 디자인이 단순하니 착용시 스타일을 망친다는 ‘자괴감’이 덜하다. 엑스(X)자로 된 천을 엄마가 먼저 입고 가운데 아기를 쏘옥 넣어 안는데, 무게 200g이 안 되는 이 천 제품이 신생아부터 20kg까지 너끈히 견딘다. 재봉도, 원단도 모르던 그가 아이 업고 다니며 직접 개발한 원단이다.
거추장스러운 힙시트, 무겁고 못생긴 아기띠에 지친 엄마들은 열광했다. 입소문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리더니 해외 주문까지 들어와 일본어, 영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유명 모델이 입어 화제가 된 일본에선 아마존 판매순위 상위를 달리고, 연중 더운 나라 엄마들은 메쉬 소재 여름 아기띠에 별 다섯 개를 매긴다. 한 장이라도 팔린 나라를 세어 보니 70개국. “사회과부도에서나 봤던 나란데, 우리 제품을 산단 말야?” 육아 고충은 만국 공통임을 실감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기 키우는 건 똑같잖아요. 물론 다른 점도 있어요. 저만 해도 아이 낳고 100일 전까진 두문불출했는데 서양이나 싱가포르 엄마들은 50일도 안 된 아기를 안고 쇼핑몰도 가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죠. 갓난아기 때부터 우리 제품을 쓰는 부모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가도록 배송도 신경쓰고 있어요.”
 임 동문은 내처 수유복과 홈웨어, 아기띠 워머, 턱받이 등 베이비 라인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초보 부모 누구나 겪는 불편함이 그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것들을 코니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만드는 게 재밌어요. 얼마전 론칭한 ‘후드 타올’도 큰 공감을 얻었죠. 잘 걷는 아이들은 목욕하고 나오자마자 발가벗고 장난감으로 뛰어가거든요. 엄마는 쫓아가서 로션 발라주고 옷 입히느라 땀 빼고요. 후드 타올을 입히고선 감기 걱정도 덜하고, 욕실 정리할 여유도 생겼대요.”
사회복지와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마케팅 석사 과정을 밟았던 그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육아 중 느끼는 어려움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법을 모색하던 시간이 빛을 발한 것. 엄마로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협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코니바이에린의 구성원 32명은 제품 개발부터 해외 판매까지 몇 번 만나지도 않고 척척 해낸다. “재택근무 또한 육아용품 회사로서 육아 경험이 있고 유능한 엄마들과 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임 동문. 구성원 평균 경력이 10년 이상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고 했다. 대다수가 아이를 키우며 “우리 회사 최대 복지는 다양한 연령대의 내 아이를 직접 케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택근무는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대안이기도 해요. 구성원 중 어떤 분은 강원도 고성으로 이사 가서 매일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고 근무를 시작해요. 얼마나 더 부모님과 살아보겠냐며 고향에 내려간 분도 있고요. 저만 해도 매일 이 자리에 앉아 일하며 아이와 점심을 먹고, 처음 걷는 순간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남들이 했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걸 싫어했어요. ‘선배가 했어, 너도 해’라면 ‘왜요?’라고 물었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 유연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티몬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던 시절 티몬 공동창업자인 남편을 만나 지금 사업까지 함께 하고 있다. 가정이 곧 일터라 해도 워킹맘이긴 마찬가지, “올해는 나에게 시간을 더 투자해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인터뷰에 응한 진짜 이유”라며 힘주어 말했다.
“매년 워킹맘 1만~2만명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즈음 퇴사하는 현실이에요. 유학 다녀오고 좋은 직장 다니던 제 친구들도 근근이 버티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요. 국가적인 손실이죠. 동창신문 독자분들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실 거예요. 육아하는 엄마, 경력을 보유한 엄마들이 마음 놓고 출산하고, 자아실현하고, 경력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해주세요. 모든 사회문제 해결이 여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