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유튜버 

 

이상준 (수학97-02) 경희대 수학과 교수 ‘만만한 수학TV’

과거의 나와 수학으로 나누는 대화

 

없는 게 없는 유튜브엔 대학 교수의 수학 강의도 있다. 경희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상준 동문의 ‘만만한 수학TV’. 미적분학, 정수론 등 대학수학 키워드 검색 1위 채널을 달리는가 하면, 초등생 아들과 분수 문제를 풀며 ‘아빠표 수학’ 영상도 올린다. 수학만으로 1만6000 구독자를 모으는 일을 해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와 현재의 두 형사가 시간을 넘어 무전기로 연락한다. 내 채널도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 ‘수학 시그널’이다. 첫째는 20여 년 전, 대학생 시절 나와의 시그널이다. 수학을 좋아해 전공으로 택했지만, 너무 어려워 재능이 없다고 자책했다. 좋은 공부 방법을 깨닫자 수학이 쉬워지기 시작했고, 과거의 나와 소통하듯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영상을 올린 게 채널의 시작이다. 둘째는 30여 년 전 초등학생 시절 나와의 수학 시그널이다. 당시 수학을 잘 못 했는데 아들이 벌써 그 나이가 됐더라. 예전의 나와 소통하듯 아이와 대화하며 가르치고 있다.”

-댓글에 감사 인사가 많다. 대학생도 수학 강의에 목말랐구나 싶다. 

“많은 대학생, 편입준비생, 교원 임용고시 준비생이 전공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등학교 땐 사교육 도움도 받고, 문제를 반복해 풀며 공부하지만 대학생은 그럴 수 없다. 그에 반해 대학수학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전문가 영상이 많지 않은데, 고교수학과 연결해 설명하고, 쉽게 공부하는 법을 알려줬더니 많이 시청하는 것 같다.” 

-아들과 수학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아이가 수학학원을 다니며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는 걸 봤다. 내가 직접 가르치며 모든 과정을 올리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 나와 아들의 생각이 비슷해서 신기하다. 때로는 촬영에 부담을 느껴 안쓰럽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내 아이 가르치기가 그리 힘들다는데. 

“정말 쉽지 않다. 솔직히 울화가 치밀 때도 있지만, 아이가 시나브로 발전해가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하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면 자신의 풀이를 직접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개념과 풀이법을 명확하게 깨닫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수학이 만만해지고, 재밌어졌다’는 아이의 말을 들으면 직접 가르치길 잘했다 싶다. ‘수학 금수저’란 댓글이 있던데, 누구나 보시라고 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방법을 잘 모르시겠다면, 채널을 구독해 주시길 바란다.”

-유튜버로서 목표가 있다면.

“전문적인 채널로 확장해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다양한 사람을 돕고 싶다. ‘실버 버튼’도  받고 싶고. 수포자(수학 포기한 사람)의 반대 개념으로 ‘수놀자’, 수학으로 놀 줄 아는 사람이란 말을 만들었는데, 내 채널 덕에 ‘수놀자’가 많아지길 바란다.”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