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31호 2005년 10월] 기고 감상평

󰡒외국 금융감독기관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보람󰡓

尹增鉉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대담:본보 朴聖姬 논설위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경기회복 불투명해 금리인상 신중해야 직원들에게 도덕성․글로벌 마인드 강조 󰡒작은 일에서부터 `대충대충 문화' 버리자󰡓 동창회가 순혈폐쇄주의 센터가 되면 안돼  금융은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다. 국가경제와 세계경제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오늘날엔 더더욱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의 선진화 및 글로벌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것도 그런 까닭이다. 금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지금 우리 나라 금융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장을 함께 맡고 있는 尹增鉉(행정65 ­69) 동문을 만나(9월 22일 여의도 금감위원장실)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문제점은 없는지요. 금감원의 체제에 대해선 여러 이견이 있습니다.  현재로선 최적의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갈등요소도 있고 어려움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만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오히려 효율적인 면이 많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고 의사결정과정도 빠르고요. 어떤 제도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합니다만 그에 못지 않게 운용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은 양쪽의 좋은 점만 뽑아서 조화롭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 지난 8~9월 독일, 영국 등을 다녀오셨는데, 어떤 성과를 거두셨는지요.  금감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을 다녀왔습니다. 글로벌시대엔 국경 없이 자본이 오고 가기 때문에 외국 금융감독기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동안 추진한 업무중 가장 보람된 것은 각 국의 금융감독당국과 토론하고 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입니다.  현재 영국, 미국, 독일, 일본, 중국과 MOU를 체결했고 지난 번에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과 함께 한국씨티은행에 대하여 공동검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선진 금융감독당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선진 감독기법을 배우게 된 것도 성과입니다.  - 최근 금감원에서 `금리가 주택가격 인상의 선행지표가 아니다'라는 자료를 냈던데요. 그러나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요.  최근의 부동산경기 과열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이 공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뉴욕, 런던, 방콕 등 세계적으로 부동산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우리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급등 현상은 정도가 지나칩니다. 일부 투기세력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죠. 이런 점 때문에 강도 높은 조세정책과 함께 투기지역에 한해 주택담보비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미성년자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가구당 1주택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부동산 문제가 아킬레스건이지요. 그동안 정부에서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부족하고 얼마 안가 바뀐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엔 정말 안정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자면 가진 사람들의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한 가구가 집을 두세 채씩 갖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런 문화는 바꿔가야죠. 굳이 갖겠다면 세금이라도 많이 내야겠죠.  - 과잉유동성이 문제라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동산이나 주택가격을 보면 우리 나라에도 상당한 단기 과잉유동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 부분만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할 당위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금리를 올리면 당장 많은 부채를 갖고 있는 가계의 부담이 커지고, 중소기업의 부담 역시 커집니다. 또한 아직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고 회복 속도도 느려 금리 인상의 당위성이 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부딪칩니다.  정부 입장에선 경기 회복을 우선 가치로 두는 만큼 아직은 금리를 올릴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금리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관치금융의 인식 때문에 정부에서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 현재 시중 금리는 오르는데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왔고요.  회사채 금리 등은 오르고 있죠. 다음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깊은 논의가 있을 것이므로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대부업 금리 인하문제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대부업은 금감위가 직접 감독하지 않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돼 있지요. 대부업체의 금리가 너무 높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금리를 일방적으로 내리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사금융 금리를 연 1백%까지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게 금리를 인하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지금 금리를 턱없이 낮추면 음성거래가 확대될 소지가 큽니다. 유동성이 급한 시민 입장에선 금리 몇 %가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자체에 대한 접근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문제를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손대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 경제관료시절 IM F사태가 터졌는데 당시 실무책임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참으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하고자 한 대로 안 된 부분이 많고 아직까지 밝힐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단지 몇 사람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거나 판단의 적시성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30년간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내재되었던 문제들이 분출한 구조적 문제로 봄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선 몇 세대에 걸쳐 이룬 성장을 한 세대에 이루면서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부문이 폭발한 것입니다.  - 외환 위기를 피해 갈 수는 없었을까요.  외환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와 우리 나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중남미나 유럽은 공공부문부터 부실이 시작됐지만 우리 나라는 정반대였어요. 당시 우리 나라만큼 재정이 탄탄한 나라는 없었어요. 그런데 민간부문의 과잉투자 때문에 미스매칭(mismatching)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남의 돈을 빌려다 덩치만 키운 거죠. 경제가 잘 풀리지 않아 현금흐름(cash flow)이 나빠지면서 차입금을 갚을 능력이 급속히 악화된 것입니다. 한보철강부터 시작해 기아자동차, 대우그룹으로 번졌지요.  당시 우리 입장은 환율을 대폭 인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본이 계속 밖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을 계속 올리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나라 살림살이엔 자본수지(capital account)와 경상수지(current account)가 있습니다. 경상수지는 거시변수와 관계가 있는데 금리, 물가, 재정 같은 부문이 잘못 운영되면 적자가 날 수 있어요. 그것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외 자본이 오고 가는 자본수지는 일국의 정부가 혼자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EURO 같은 경제공동체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한쪽엔 미국이 있고 아시아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어 개별 국가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 경제공동체나 통화동맹이 결성되는 것입니다.  - 아시아에서 유럽 같은 공동체가 탄생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요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서 하나의 공동체나 통화동맹이 형성되면 외환 유동성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우 국가별 경제력 격차가 너무 심하고 상호간의 불신, 중국과 일본의 경쟁관계, 일본의 세계적 리더십 결여, 종교 분쟁 등 문제가 많습니다.  -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 자본이 너무 많이 해외로 유출된 것 아닌가요.  참 안타까운 부분인데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은행 몇 개를 외국펀드에 넘겨줬습니다. 외환은행의 경우 론스타가 인수해 금년 10월말에 매각제한이 풀리게 되는데 장차 누가 인수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우리은행은 매각시한을 3년 연장해놓긴 했지만, 공적자금이 워낙 많이 들어가 있고요. 앞으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같은 좋은 기업도 많이 나옵니다. 입찰과정에서 국내외 자본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므로 공개경쟁입찰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과연 외국 자본과 경쟁할 만한 국내 자본이 있을 지가 큰 과제입니다.  국내 자본을 육성하자면 사모펀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초기단계라 자금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축적된 자금이 나올 곳으론 연기금과 산업자본이 있습니다. 산업자본은 금융 자본과의 분리 원칙이 뚜렷하고 그 벽을 허물기엔 아직 여건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연기금인데 책임과 안정성 문제 때문에 이 또한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 우리 나라가 아시아의 금융 허브를 담당하는 일은 실현 가능할까요.  `안 된다', `된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고요, 주변여건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갖춰야 할 게 많습니다. 특히 금융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합니다. 내년에 금융전문대학원을 만드는 것도 그 같은 노력의 일환이지요.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사람 만큼 두뇌회전이 빠르고 적응력이 빠른 민족이 없는 데다 금융인프라에서 제일 중요한 IT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만큼 잠재력은 충분합니다.다만 남북 분단,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현실, 영어 의사소통능력 부족 등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시간에 이루려 하지 말고 비전을 제시하고 노력해 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봅니다.  - 금융전문대학원은 어떻게 만드는지요.  MBA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원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프로그램을 짜서 정부에 제시하면 이를 지원하게 됩니다. 별도의 전문대학원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과정에 영어강의 내지 외국인교수 초빙 등을 첨가하여 전문화 또는 특성화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 최근 코오롱에서 삼일회계법인을 고발하면서 맞고소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회계법인의 감사 관행과 내부 감사 강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업과 공인회계사가 상호 이율배반의 관계에 있다 보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감사인의 입장에선 많은 기업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고객을 감싸주려고 하겠죠. 그래서 `한 기업을 6년 이상 감사하지 못한다', `감사하는 법인은 그 기업에 관한 컨설팅을 하지 못한다' 등 각종 차단조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회계법인이 엄격하게 감사하게 되면 감사법인을 바꾸겠다고 할 겁니다.  공인회계사는 강제수사권을 지닌 것도 아니고 해당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할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잘못되면 책임은 져야 하니 상호간에 할 말이 다 있는 겁니다.  전에 공인회계사 징계위원장을 역임한 적이 있는데 공인회계사 쪽에선 억울하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으면 답답해요. 아무리 꼼꼼하게 확인해도 기업들이 감추려고 하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코오롱 문제도 회사측에서 여유자금을 금융기관에 예탁해 놨다고 하고 예탁증서도 있어서 공인회계사가 이를 전화로 확인하니까 해당 금융기관 지점에서 `우리가 발행해줬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들이 짜고 전화 건 곳에 앉아서 무슨 은행 지점이라고 했더라는 겁니다. 제대로 되려면 기업이 투명해지고 지배구조도 향상되고 공인회계사들도 적절한 업무량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겠지요.  - 자체적인 내부감사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근본적으로 우리 문화와 관행이 바뀌어야 합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식당에 갈 때마다 󰡒여럿이 음식을 주문하면 좌석을 그린 종이에 사람별로 짜장면, 우동, 짬뽕 등 주문한 메뉴를 정확히 적어간 다음 맞게 가져오라󰡓고 말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대강 듣고 가니 누가 뭘 시켰는지 헷갈리는 거지요. 외국에선 술집계산서도 사과 몇 개, 콜라 몇 병까지 모두 적는데 반해, 우리는 그런 걸 따지면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왔다고 그럽니다. 금융사고도 윗사람이 잘 살피고 견제해야 하는데, 위에서 일일이 따지면 아랫사람이 싫어하니 패스워드도 주고 도장도 맡깁니다. 내부통제가 있으면 뭐 합니까. `대충대충 넘어가는 문화', 그런 것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 은행에서 심사를 너무 꼼꼼하게 하면 영업 담당자들이 반발한다고 합니다. 능력 평가를 할 때 여전히 실적 위주로 하니까요. 최근엔 기업대출이 어려우니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 주력한다고도 하고요. 그러나 금융이 선진화되려면 역할 분담이 잘되고 그에 따른 업무 영역이 지켜져야 하겠지요.  금융기관이 수익성만 추구한다면 전당포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산업자금으로 연결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게 금융기관의 기본 소임인데, 손쉬운 주택담보대출만 취급하게 되면 그게 국가경제에 무슨 기여를 하겠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기업금융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많이 대출해준 은행에 대해서는 평가할 때 가점을 주고,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적정하게 대출이 이뤄줬으면 책임을 묻지 않고 있습니다. 담보가 부족한 기업도 현재 재무상태만 보지 말고 미래가치를 담보로 인정해줄 것을 금융기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은행측도 답답하다고 합니다. 기업금융을 하려 해도 돈을 빌리려는 데가 없으니까요. 특히 대기업은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투자가 일어나야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받고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도 발행하고 유상증자도 하는데 기업에선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답니다. 그래서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잘 풀리지 않네요. 고민하고 있습니다.  - 나라가 편안해야 투자를 하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투자를 하느냐고들 하잖아요.  요즘 기업에서 여러 가지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몇 기업이 잘못한다고 해도 모든 기업과 기업인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됩니다. `실물부문의 성장 없이 금융부문만 혼자 잘 될 수 없다. 전체 경제 규모가 커져야 금융산업 규모도 커진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을 리드해줘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지만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 재경부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는데, 언제 가장 힘드셨는지요.  외환위기 때도 힘들었고, 금융실명제 실시단장으로 모든 구상을 했는데 시행하지 못했을 때도 힘들었습니다. 스스로 난파선의 선장이라고 했는데.  - 재경부를 떠나 ADB(아시아개발은행)와 세무대학에서 일하셨죠. 느낀 점이 많았을 듯한데요.  공직생활의 허무함을 많이 느꼈죠. 다른 분야에서 이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면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치적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경제가 진공 속에서 클 수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 외환위기 이후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옛날 관행대로 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거기다 급격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신분에 따른 불안감, 이런 것이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하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실력입니다. 우리 사회가 순혈폐쇄주의를 극복해야 된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동문, 선후배에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실력만이 경쟁력이다, 스스로 상품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배경이 없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진 자를 당할 사람은 없습니다.  - 위원장님만의 업무 스타일이 있으실 것 같은데.  윗분들께 결재 받으러 갈 때 1, 2, 3안을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결론을 낸 다음 󰡒이 상황에서 이 부분은 이렇게 처리해야 하니 사인해 주십시오. 책임은 제가 집니다󰡓라고 했지요. 처음엔 당돌하고 건방지게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정했습니다. 저도 아랫사람들에게 그런 자세를 요구합니다. `경제란 선택과 집중인데 소신을 갖고 하자, 윗사람한테 미룰 생각은 하지 말자'며 업무에 임했습니다.  - 이곳에 있으면서 `이것만은 만들어 놓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지금 금융부문은 자본이 국경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전문성, 도덕성, 글로벌 마인드입니다. 특히 도덕성이 문제인데요, 우수하다고 표창 받은 사람들이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댁은 어디세요.  방배동의 빌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 부동산테크엔 별로 성공적이지 않으셨겠네요. (웃음) 빌라는 구입하는 순간부터 영원히 자기 집이라던데요.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ADB로 나가면서 집을 전세 놓았는데 계약기간이 맞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지요.  - 따님도 동문이죠. 인문대를 졸업하고 방송국에서 PD로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SBS에서 일했습니다. 야심만만 조연출도 맡았지요. 지금은 회사를 그만 두고 미국 하버드대에 가 있습니다. 내년 초 로스쿨에 정식 입학할 예정입니다.  - 위원장님도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으시죠.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원에서 개발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내셨는데요.  우리 때는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모여서 총학생회장을 뽑았어요. 법대 학생회장 때 전체 학생회장도 겸했지요.  - 약주는 얼마나 하세요. 폭탄주는 몇 잔까지.  즐기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분들이 마시자고 하면 몇 잔 마시는 정도입니다.  - 아직도 담배를 피우세요.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 주위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요.  - 그럼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특별한 건 없고 산을 좋아하는데 요즘엔 자주 못갑니다. 아침 일찍 동네 산이라도 가면 좋겠는데, 조찬 모임이 많아 그 마저도 어렵습니다.  - 서울고 출신들은 부드러워 카리스마나 리더십 부분에서 타교 출신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세평이 있는데, 尹위원장님은 두 가지 모두 뛰어나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던데요.  (웃음)과찬의 말씀입니다. 학교마다 성격이 있긴 했죠. 저희 때 소위 일류학교라는 경기, 서울, 경복 중 경기고는 비교적 유복하거나 저명인사 자제들이 많이 갔고, 서울고는 전반적으로 중산층 이하 내지 서민적인 가정 출신들이 다녔어요. 그래서 화합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공직생활을 하면서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윗분들은 윗분들대로 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습니다. 비결은 따로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윗분을 모실 때는 책임을 절대로 윗사람에게 전가하지 않았고 아랫사람들에겐 엄하면서도 진솔하게 대했습니다. 어쨌거나 나이 들면서 자꾸 고개가 수그러집니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고 해서….  - 동창회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주 못 나가면서 동창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외람된 것 같습니다. 다만 동창회가 순혈폐쇄주의를 지키는 하나의 센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로 우정을 나누고 인생을 나누는 장이 되는 건 좋죠. 공적인 것을 떠나 사적인 부분에서 돕고 이끌어주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일 수 있습니다.  - 젊은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눈이 두 개인 이유가 뭔 줄 아느냐? 사물을 두 눈으로 보라는 것이다'라고요. 균형 있게 보라는 이야기죠. 제발 한쪽 측면만 보지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합니다. 〈정리 = 金南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