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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2025년 6월] 인터뷰 동문 유튜버

“물과 공기처럼 제 수업은 공짜입니다.”

화제의 동문 유튜버
박기범 (종교 94) ‘한마디로TV’

“물과 공기처럼 제 수업은 공짜입니다.”


억대연봉 스타강사, 무료강의하는 이유
사교육 안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묻다

서울대 출신 강사가 영어를 무료로 가르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15년 넘게, 지금껏 한 푼의 수강료도 받지 않고 강의를 이어왔다면 말이다.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 한마디로TV’를 운영하는 박기범(종교 94) 동문의 이야기다.

강남 유명 학원에서 억대 연봉을 받던 스타 강사였지만, 그는 돈은 줄어들었지만 마음의 그늘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한국 교육의 허위의식, 학력 중심 사회의 문제점,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들의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한 그.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믿음을 전하고 있다.

쉬운 길이 아닌, 굴곡이 있어도 재미있는 삶의 길을 선택한 박 동문을 만나, 무료 강의 뒤에 담긴 철학과 그의 교육 실험을 들어보았다.

무료 영어 강의,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05년에 귀국해 강남 학원에서 토플 강사를 시작했어요. 억대 연봉도 받고 재미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학생에게 꼭 필요한 수업인가?” “내 수업료가 적절한가?” 자꾸 의문이 생겼죠. 결국 2011, 학원 일을 접고 한마디로닷컴을 만들었고, 유튜브엔 더 많은 강의를 무료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익 없이 15년간 운영하셨다고요?
. 중간에 운영진이 다 나가고 지금은 저 혼자 운영하고 있어요. 유튜브 수익은 한 달에 몇십만 원 수준이고, 강의는 모두 무료입니다. 대신 책 출판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해요. 그런데도 놀랍게도, ‘망하지 않을 만큼은 늘 채워지더라고요. 전 그걸 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유튜브 채널 한마디로TV’에 올린 영상만 1,400여 개고, 구독자도 15만 명이 넘어요. 유튜브 검색창에 영어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제 영상이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죠. 그만큼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고, 그분들이 제 수업을 생활처럼 받아들이는 걸 보면 힘이 나요.

유료화 압박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을 때도 교수님들, 전문가들이 무료로는 절대 지속 못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료 강의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무료로 운영한 제 사이트만 남았어요. 저는 지속가능성보다 지속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어요.

학원가에서 겪은 일 중,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면요?
사실 학원가에서 댓글 조작, 문제 유출, 점수 장사 같은 관행이 많았어요. 저는 그런 환경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게 점점 힘들어졌어요. 학생들을 이용해 수업 마케팅을 하고, 학습자에게 해가 되는 방식으로 점수를 올리는 현실이 계속됐죠. 결국 이건 교육이 아니라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유튜브 강의에 대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요?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이메일로 강의를 본다고 알려왔을 때 정말 뭉클했어요. 왕따로 자퇴한 여학생, 검정고시로 대학 간 학생, 영어가 안 돼서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겼던 어르신들그분들의 감사 인사 한마디가 제겐 어떤 수익보다 큰 보상이에요.

서울대 동문으로서, 왜 이런 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예요. 기득권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사회를 위한 밀알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서울대 출신으로서 조금 다른 길을 가도 괜찮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동문 여러분께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르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우니,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요. 유튜브 강의는 그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미리 쌓아두고 있어요. 수학이나 사회 과목도 준비하고 있고요. 제 인생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라는 데이터가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교육이란, 사람마다 속도도 다르고 방향도 달라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한 줄로 세우고 등수 매기기에만 집중하죠. 저는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학부모, 학생, 선생님 모두 불안한 시대지만, 그럴수록 누군가는 괜찮다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기범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USC 석사
전 강남 이익훈 어학원 토플 강사
현재 무료 영어교육 사이트 한마디로닷컴및 유튜브 채널 한마디로TV’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