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호 2025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AI가 정신 노동 대체…대학의 역할도 달라져야”
“빅데이터 AI CEO과정 통해 실전형 AI 교육 제시하겠다”
“AI가 정신 노동 대체…대학의 역할도 달라져야”

류근관 (경제79)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장 지낸 AI 교육 전문가
“빅데이터 AI CEO과정 통해
실전형 AI 교육 제시하겠다”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개설한 서울대의 ‘빅데이터 AI CEO과정’이 1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기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통계청장을 지낸 류근관(경제79) 모교 경제학부 교수가 주도하는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강의가 아니다. 변화의 속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직과 사회 속에서 실제로 실현해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5월 22일 연구실에서 만난 류 교수는 “AI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실전형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며 경영자 교육의 필요성과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변화를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AI 혁명’이라 명명한다. “기업에서 AI 확산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산업혁명에 비유될 만큼 파급력이 크고, 과거의 기계화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지금 AI는 고급 정신노동까지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AI 혁명의 핵심은 ‘세 가지 빅(BIG)의 결합’이다. “데이터가 커지니까 모델이 커지고, 모델이 커지면 계산 능력도 함께 커져야 하죠. 즉 빅데이터, 빅모델, 빅컴퓨팅 파워가 맞물리면서 지금의 혁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대학의 대응은 더디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류 교수는 기존 정규적인 학과 과정 밖에 있는 별도의 고급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8년 전부터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대 ‘빅데이터 AI CEO과정’은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기업의 최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첨단기술과 그 흐름을 익히고, 경영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6개월간 진행된다. 과정이 끝난 뒤에도 수강생들은 각자 기업의 변화를 추적해 3년간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단순한 수료증 과정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한 교육이다.
수업 분위기도 남다르다. 수업이 끝난 저녁 9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다른 최고위과정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류 교수는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강의했지만 이런 광경은 굉장히 낯설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AI 기술이 자신의 일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강력한 동기와 자발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교육의 중심에는 실습이 있다. AI 기술과 데이터는 분리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수업은 ‘직접 해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존재”라 말한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과정에선 그것을 이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스스로 다루고 실험해 보는 과정을 통해 수강생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수진 역시 특별하다. 서울대 내 여러 단과대학에서 20여 명의 교수들이 강의에 참여하며,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류 교수는 “수강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교수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며 “저 역시 블록체인, 새로운 암호 기술, 트랜스포머라 불리는 대규모 언어모델 같은 분야를 이번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AI 기술의 활용 전략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가진 연구개발 예산과 역량을 고려할 때, 단순히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응용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맞는 전략이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기술을 정밀하게 적용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 프로그램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접목 가능한 인재와 아이디어를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빅데이터와 AI는 더 이상 일부 업계에만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산업과 개인에게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됐다. 이 거대한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전공하는 것은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라며 “서울대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류 교수가 역설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이다. 그는 “대학이 꼭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하던 학생들을 4년 동안 가르치고 내보내는 것만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지금, 한 번 가르치고 끝내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4년만 가르치고 나면 금세 정체됩니다. 그다음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교육하고, 재교육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훈련까지 책임지는 기관이 돼야 합니다. 지식 자체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무빙타켓’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도 멈춰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는 이 교육 모델이 서울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함께 손잡고 AI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야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프로그램이 그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단순한 흐름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에, 누군가의 조직에, 기술과 배움이 씨앗처럼 스며들기를 바란다.
“서울대 빅데이터 AI CEO 과정 홈페이지에 한번 들어와 보시고, 주변에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자녀분께도 이런 흐름이 있다는 걸 보여주시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윤 기자
류근관 (경제79)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통계청장 지낸 AI 교육 전문가
“빅데이터 AI CEO과정 통해
실전형 AI 교육 제시하겠다”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개설한 서울대의 ‘빅데이터 AI CEO과정’이 1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기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통계청장을 지낸 류근관(경제79) 모교 경제학부 교수가 주도하는 이 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강의가 아니다. 변화의 속도를 이해하고, 그것을 조직과 사회 속에서 실제로 실현해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5월 22일 연구실에서 만난 류 교수는 “AI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실전형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며 경영자 교육의 필요성과 대학의 새로운 역할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변화를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AI 혁명’이라 명명한다. “기업에서 AI 확산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며 “산업혁명에 비유될 만큼 파급력이 크고, 과거의 기계화가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지금 AI는 고급 정신노동까지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AI 혁명의 핵심은 ‘세 가지 빅(BIG)의 결합’이다. “데이터가 커지니까 모델이 커지고, 모델이 커지면 계산 능력도 함께 커져야 하죠. 즉 빅데이터, 빅모델, 빅컴퓨팅 파워가 맞물리면서 지금의 혁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대학의 대응은 더디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류 교수는 기존 정규적인 학과 과정 밖에 있는 별도의 고급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8년 전부터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오고 있다.
서울대 ‘빅데이터 AI CEO과정’은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기업의 최상위 의사결정자들이 첨단기술과 그 흐름을 익히고, 경영 전략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3시간씩 6개월간 진행된다. 과정이 끝난 뒤에도 수강생들은 각자 기업의 변화를 추적해 3년간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단순한 수료증 과정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전제로 한 교육이다.
수업 분위기도 남다르다. 수업이 끝난 저녁 9시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남아 서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다른 최고위과정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류 교수는 “서울대에서 오랫동안 강의했지만 이런 광경은 굉장히 낯설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AI 기술이 자신의 일과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강력한 동기와 자발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교육의 중심에는 실습이 있다. AI 기술과 데이터는 분리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수업은 ‘직접 해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존재”라 말한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과정에선 그것을 이론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스스로 다루고 실험해 보는 과정을 통해 수강생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수진 역시 특별하다. 서울대 내 여러 단과대학에서 20여 명의 교수들이 강의에 참여하며,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류 교수는 “수강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교수들도 함께 배우고 있다”며 “저 역시 블록체인, 새로운 암호 기술, 트랜스포머라 불리는 대규모 언어모델 같은 분야를 이번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AI 기술의 활용 전략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가진 연구개발 예산과 역량을 고려할 때, 단순히 거대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응용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AI 시대에 맞는 전략이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기술을 정밀하게 적용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 프로그램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접목 가능한 인재와 아이디어를 키우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빅데이터와 AI는 더 이상 일부 업계에만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산업과 개인에게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됐다. 이 거대한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선,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재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데이터 분석을 전공하는 것은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라며 “서울대가 바로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류 교수가 역설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이다. 그는 “대학이 꼭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하던 학생들을 4년 동안 가르치고 내보내는 것만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른 지금, 한 번 가르치고 끝내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 4년만 가르치고 나면 금세 정체됩니다. 그다음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부족합니다. 대학이 주도적으로 교육하고, 재교육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훈련까지 책임지는 기관이 돼야 합니다. 지식 자체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무빙타켓’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도 멈춰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는 이 교육 모델이 서울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대학이 함께 손잡고 AI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구조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야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프로그램이 그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단순한 흐름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상에, 누군가의 조직에, 기술과 배움이 씨앗처럼 스며들기를 바란다.
“서울대 빅데이터 AI CEO 과정 홈페이지에 한번 들어와 보시고, 주변에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자녀분께도 이런 흐름이 있다는 걸 보여주시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