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호 2025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미국 대륙횡단 한 번 하실래요?
느티나무 광장-강명일(사법90) MBC 심의위원, 본지 논설위원
미국 대륙횡단 한 번 하실래요?

강명일(사법90) MBC 심의위원, 본지 논설위원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나의 대륙횡단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침 서울대총동창신문을 통해 사랑하는 동문들의 대륙횡단 여행에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쓴다.
MBC 기자로 입사하고 10년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일종의 사회문화체험 출장을 스스로 기획해 다녀오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연차를 붙여 제대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2007년이었고 그 당시 돈으로 1100만원이 들었다.
당시 젊은 혈기로 쉐보레 SUV를 빌려 대륙횡단에 나섰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랜드캐년, 콜로라도 스프링스, 나이아가라를 거쳐 뉴욕으로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지금 기억으로 22박 23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루 600~1000km 달리고 하루는 관광하는 식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첫째가 ‘조난의 기억’이다. 여행을 갔던 시기가 3월 말, 4월 초였는데 이른바 ‘Wintry Weather’가 계속됐고, 특히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캔자스시티까지 근 1000km를 달리는 내내 눈보라와 싸워야 했다.
그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조심조심 달리고 있는데 앞에 거대한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를 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빙그르르 돌더니 고속도로 중간의 안전지대 눈 속에 처박혔다. 911을 부르려 하니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려니까 뒤에 다시 한 대의 차가 똑같이 브레이크를 밟아 내 뒤에 멈춰 섰고, 다시 또 한 대의 차가 그 차량의 뒤에 멈춰 섰다. 같은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안전지대에 들어온 것이다. 그 미국인에게 부탁해 911에 신고를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 결국 그 미국인이 내 차를 후진했다가 앞으로 미는 식으로 몇 번 하면서 탄력을 받아 도로 옆 자갈길 언덕 위에 차를 올려놓았고 뒤이어 그 미국인도 같은 식으로 자기 차를 몰아 언덕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 그분의 도움으로 남은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재미있던 기억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예정에도 없던 곳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장소인데 하나는 Pikes Peak Tram을 타고 록키산맥 만년설을 체험하는 코스다. 스위스 기차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예쁜 트램을 타고 해발 4000m 이상 되는 록키산맥 봉우리에 올라가면 미국 대륙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미국의 시인 Katharine Lee Bates가 미 대륙 평원을 바라보며 미국의 국가처럼 사랑받는 ‘America the Beautiful’의 가사가 된 원작 시를 썼다고 하니 그 전망은 오죽하겠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이외에도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희한한 바위들이 즐비해 있는 주립공원이 있다. 붉은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으면서 올림푸스를 연상시키는 장쾌한 풍광을 보여준다. 사암, 역암, 석회암으로 이뤄진 고대 퇴적층이 로키산맥의 융기로 인해 수직으로 기울어지고 암석의 침식과 빙하 작용으로 지금의 기괴한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 번째로 재미있던 경험은 뉴욕 여행 마지막 날 발생했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뉴욕 맨해튼에 민박을 구해서 있었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주차위반 딱지가 한 시간 간격으로 두 장이 붙어 있었다. 하나에 150달러씩, 300달러를 내라는 것이었다. 관광을 중단하고 뉴욕 시청 재무과를 갔더니 바로 옆의 즉결 심판장을 가보라고 했다. 하얀 셔츠를 입은 배불뚝이 판사가 앉아 있었고, 사람들이 티켓을 들고 줄 서서 즉결심판을 받았다. 판사는 “왜 소화전 옆에 주차를 했냐? 한국에는 소화전 옆에 주차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없냐?”고 물었다. 관광객이라 잘 몰랐다고 얘기하고 선처를 구했다. 판사는 즉석에서 티켓 하나를 찢어서 버리고 하나는 옆에 창구에서 내고 가라고 했다. 생생한 뉴욕시 교통행정까지 체험하고 왔으니 150달러가 아깝지 않았다.
강명일(사법90) MBC 심의위원, 본지 논설위원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나의 대륙횡단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마침 서울대총동창신문을 통해 사랑하는 동문들의 대륙횡단 여행에 도움을 주고자 이 글을 쓴다.
MBC 기자로 입사하고 10년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일종의 사회문화체험 출장을 스스로 기획해 다녀오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연차를 붙여 제대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가 2007년이었고 그 당시 돈으로 1100만원이 들었다.
당시 젊은 혈기로 쉐보레 SUV를 빌려 대륙횡단에 나섰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랜드캐년, 콜로라도 스프링스, 나이아가라를 거쳐 뉴욕으로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지금 기억으로 22박 23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루 600~1000km 달리고 하루는 관광하는 식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첫째가 ‘조난의 기억’이다. 여행을 갔던 시기가 3월 말, 4월 초였는데 이른바 ‘Wintry Weather’가 계속됐고, 특히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캔자스시티까지 근 1000km를 달리는 내내 눈보라와 싸워야 했다.
그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조심조심 달리고 있는데 앞에 거대한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를 막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자 차가 빙그르르 돌더니 고속도로 중간의 안전지대 눈 속에 처박혔다. 911을 부르려 하니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려니까 뒤에 다시 한 대의 차가 똑같이 브레이크를 밟아 내 뒤에 멈춰 섰고, 다시 또 한 대의 차가 그 차량의 뒤에 멈춰 섰다. 같은 방식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안전지대에 들어온 것이다. 그 미국인에게 부탁해 911에 신고를 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 결국 그 미국인이 내 차를 후진했다가 앞으로 미는 식으로 몇 번 하면서 탄력을 받아 도로 옆 자갈길 언덕 위에 차를 올려놓았고 뒤이어 그 미국인도 같은 식으로 자기 차를 몰아 언덕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 그분의 도움으로 남은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재미있던 기억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예정에도 없던 곳을 방문했을 때였다.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장소인데 하나는 Pikes Peak Tram을 타고 록키산맥 만년설을 체험하는 코스다. 스위스 기차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예쁜 트램을 타고 해발 4000m 이상 되는 록키산맥 봉우리에 올라가면 미국 대륙을 바라보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미국의 시인 Katharine Lee Bates가 미 대륙 평원을 바라보며 미국의 국가처럼 사랑받는 ‘America the Beautiful’의 가사가 된 원작 시를 썼다고 하니 그 전망은 오죽하겠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는 이외에도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희한한 바위들이 즐비해 있는 주립공원이 있다. 붉은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으면서 올림푸스를 연상시키는 장쾌한 풍광을 보여준다. 사암, 역암, 석회암으로 이뤄진 고대 퇴적층이 로키산맥의 융기로 인해 수직으로 기울어지고 암석의 침식과 빙하 작용으로 지금의 기괴한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 번째로 재미있던 경험은 뉴욕 여행 마지막 날 발생했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뉴욕 맨해튼에 민박을 구해서 있었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주차위반 딱지가 한 시간 간격으로 두 장이 붙어 있었다. 하나에 150달러씩, 300달러를 내라는 것이었다. 관광을 중단하고 뉴욕 시청 재무과를 갔더니 바로 옆의 즉결 심판장을 가보라고 했다. 하얀 셔츠를 입은 배불뚝이 판사가 앉아 있었고, 사람들이 티켓을 들고 줄 서서 즉결심판을 받았다. 판사는 “왜 소화전 옆에 주차를 했냐? 한국에는 소화전 옆에 주차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없냐?”고 물었다. 관광객이라 잘 몰랐다고 얘기하고 선처를 구했다. 판사는 즉석에서 티켓 하나를 찢어서 버리고 하나는 옆에 창구에서 내고 가라고 했다. 생생한 뉴욕시 교통행정까지 체험하고 왔으니 150달러가 아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