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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호 2005년 10월] 기고 감상평

대학교육에 대한 간섭 … 이제 그만

金 哲 洙 (법학52 \56) 모교 법대 명예교수

  들어가며  서울대학교에 대한 정당과 정치권, 정부와의 관계는 일촉즉발의 화산 격이 됐다. 교육개혁위원회가 들고 나온 서울대학교 폐교론이 잠잠해졌나 했더니 국회에서는 서울대학교설치령폐지 건의안까지 제출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의학전문대학원 문제로 의과대학 교수회와 대립하고 있으며 입학에서의 3불정책을 강행해 서울대학교 입시정책을 변경시켰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을 서울대에서 떼어내어 다른 국립병원과 같이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려고 하고 있다. 총장선거를 직선제로 하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관리를 하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법률이 통과돼 학내에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문제 때문에 기준 설정과 정원문제로 교육인적자원부와의 대립이 우려되고 있다. 또 국립대학운영체제개선에관한특별법안과 국립대학재정운영에대한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독립법인화를 위한 법률개정안을 10여 년 전에 정부에 건의했는데 그때는 무시하더니 이제 다시 전국립대학 법인화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정책의 잦은 혼란 때문에 대학이 갈 바를 모르고 있다.  이러한 대학정책의 난맥상 때문에 대학의 자율권이 침해된다고 하여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는 반박성명을 내었고, 서울대학교 평의회도 대학교육의 자유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지난 8월 31일에는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 주최로 `대학의 자율화는 진전되고 있는가'라는 심포지엄을 열어 정부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했고, 심지어 교육인적자원부 폐지론까지 나왔다고 한다. 서울대학교동창회도 `국가경쟁력과 교육의 수월성'이라는 단행본을 내어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자율화란 무엇인가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은 대학 그중에서도 국립대학은 정부의 재정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시․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의 본질을 모르는데서 나온 것이다.  대학은 정부산하의 공기업이 아니고 사상의 생산자로서, 진리탐구자로서 사회에서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계급투쟁의 대상이 아니고 대학은 국가를 경영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대학이 있었기 때문에 장관을 비롯해 고급공무원이 육성됐고 산업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어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을 발전시켰던 것이다.  대학은 또 연구기능을 가지고 있어 국가발전과 인류발전의 기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이 사상과 학문연구의 독점자였으며 오늘날에 와서도 그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IT, BT의 연구로 전 인류를 먹여 살리고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 대학이다.  독재시대에 대학의 자유를 외치던 386세대들이 집권하자마자 독재자 못지 않게 대학의 자율을 짓밟으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하겠다. 현재의 개혁세력들이 대학에서 완전히 축출됐다면 오늘의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은 정부정책 집행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대학에는 자치가 보장돼야 한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자치까지 보장하고 있는데 국립대학을 마치 하나의 공기업인 양 지배하려는 것은 대학자치의 기능과 중요성을 모르는 소치이다.  대학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주적으로 학생과 교원을 선발하고 수업과 졸업사정 등을 하며 재정운용에 있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대학의 자유는 학문의 자유의 필수적 요소이며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에 우리 헌법은 제31조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법률은 정부나 국회의 다수파가 마음대로 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학이 가지고 있는 기본권인 대학의 자치권을 공공복리, 질서유지,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과 필요성이 없는데도 함부로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법률로 선언돼 효력을 상실할 것이다.  정부는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만약에 법인화가 되면 법인 이사회가 운영의 최고결정기관이 돼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에서는 대학평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생대표, 직원대표, 지역대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추천자 등 교수이외의 평의원을 반수가량 두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상호 모순되는 안이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국립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인데 학외 사람을 최고심의기관의 평의원으로 대량 영입하려는 것은 대학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학의 구조조정  정부는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을 중요과제로 제시해 다년간 노력해 왔다. 국립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인정되나 현재까지 교수사회의 반대로 국립대학의 통폐합조차 못하고 있는 판에 국립대학 법인화까지 들고 나왔다. 서울대학교가 독립법인화를 요구했을 때는 무시했던 정부가 전 국립대학을 법인화하겠다고 하는데 국립대학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어 그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학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과거에 문화공보부가 교육부에 속했던 도서관 행정을 접수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대학 도서관만은 대학의 연구기능과 학습기능을 위해서 대학부설기관으로 남겨뒀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독립법인인 서울대학교병원을 접수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서울대학교 의학계 학생의 임상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고등교육기관임을 무시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원래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이었는데 병원 측이 독립을 원해서 독립법인으로 되어 있으나 그 법인의 이사장은 서울대 총장이며 이사에는 서울대 의과대학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 치대병원장 등이 당연직으로 되어 있어 사실상 서울대 부속기관으로서 운영되고 있다. 당연직으로는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기획예산처 차장이 들어 있어 고등교육기관이기는 하나 보건복지부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학교병원의 관할이전을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법인이사회에서 건설적인 발언권을 행사해 서울대병원 발전에 기여하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전체를 독립법인화하지 않고 대학병원부터 법인화한 것도 문제이다. 대학은 서울대학교설치령이란 법률하위의 대통령령의 규제를 받으면서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은 독립된 설치법을 가지고 독립하고 있는 것도 모순이다.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는 서울대학교의 교육인적자원부 예속을 피하는 방법으로서 주장된 것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독립법인인 서울대학교 행정에 계속 관여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개악이 될 것이요, 관의 지배를 받으면서 기부업체인 대재벌의 지배까지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입시의 자율성 확보도  정부는 대학입시에 있어 삼불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5월 23일 3불정책을 법률로 확정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까지 발의하고 있다. 3불정책이란 ① 고교등급제 금지, ② 필답고사 금지, 논술고사의 본고사화 금지, ③ 기여입학제 금지를 말하는 것이다. 정부가 3불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포퓰리즘의 결과라고 하겠다. 교육부가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것은 고교평준화 제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이유이다.  고교평준화는 독재정권이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해 고안한 정책이며 그 결과 부자지역의 학부모만 득을 보고 가난한 수재, 지방학생을 불리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옛날에는 명문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모두가 명문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고액과외를 하지 않으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없는 불평등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엄연히 특목고라든가 자립형 사립학교가 있어 고등학교학생의 학력차가 엄존한데도 불구하고 학력차를 무시하고 전원일등급인 학교내신이나 수능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입시를 로또당첨처럼 실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요행에 맡기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학생 때부터 실력은 쌓지 않고 사행심만 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병폐가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오고 기러기아빠, 기러기학생을 양산해 국가인재를 외국에 빼앗기고 국가의 부를 탕진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입시나 일본의 대학입시에서는 고교등급화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며 편차치(偏差値)까지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본고사 금지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의 입학생 선발권은 대학 고유의 기본권이다. 1994년도 서울대학교 입시요강에서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일본어를 제외한 것이 교육의 기회균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보장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인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학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고 헌법재판소는 판시하고 있는 것이다.(1992. 10.1 선고, 92 헌마 68)  학생선발을 요행에 맡기지 않기 위해서는 또 고교수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각기 대학의 본고사가 필수적이다. 본고사를 못하게 하려면 심층면접시험 등을 통해 대학에서 학습이 가능한가 하는 능력을 검정해야 한다.  서울대학교는 정부의 입시정책에 순응해 그동안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고 본고사를 치르지 않았으며 지역균형선발전형 30%를 적용해 최우수학생들을 명문사립대에 빼앗겨 이제 신입생의 질이 최상이라고는 말할 수 없게 됐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은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악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폐지돼야 마땅하다. 또 세계에 유래 없는 수시입학제도도 고교 3학년 수업의 정상화를 위해 폐지돼야 한다.   끝으로  서울대학교는 교수협의회나 대학평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학시험에서 교육부의 `대입제도개선안'의 취지를 살린 2008학년도 대학입시전형방안을 확정했다. 서울대학교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은 서울대학교설치령이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서울대학교를 둔다'(제2조)고 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체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서울대학교공동체는 대학의 자유사수를 위해 과감히 일어나야 한다.  교육부는 경제계가 요청하고 사회다수가 요구하는 수월화 교육을 해야 할 것이고, 현재의 망국적인 평준화 교육정책을 포기하고 선진국의 수월화 교육정책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폐지돼야만 한국교육이 바로 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교육부는 권력행사를 자제하고 교육예산 6%를 달성해 고급인적자원을 육성하도록 대학을 지원해야 하겠다. 교육부는 하루속히 평둔화정책을 폐기하고 교원노조들의 반교육적인 활동을 억제해 교육을 대학과 국민의 손에 되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