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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2025년 6월] 오피니언 동문기고

하늘삼나무와 깃털삼나무

동문 기고-김병연(생물교육69) 하늘삼나무식물원지기
하늘삼나무와 깃털삼나무


김병연(생물교육69) 하늘삼나무식물원지기

메타세쿼이아는 전국에서 공원수나 가로수로 심어 가꾸는 아름다운 낙엽침엽큰키나무이다. 측백나무과 메타세쿼이아속에 들며 1959년 일본을 통해 들여온 지 반 세기가 훌쩍 넘었건만 웬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 까닭은 이름이 비전문가에겐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라틴어로 된 학명 첫 부분이기 때문이다. 삼나무류이므로 우리 이름 국명에는 반드시 이나 삼나무가 들어가야 한다.

1941년 일본 교토대학 고식물학자 미키시게루는 일본 혼슈지역 식물화석(신생대 3기 마이오세 지층)이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해안의 래드우드(세쿼이아 샘페르비렌스) 화석(중생대 백악기 지층)과 사촌 간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세쿼이아속 다음으로 알게 된 나무이므로 ‘~이후의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 말 메타를 붙여 일본 식물학회지에 속명을 발표했다.

1945년 중국 충칭의 임업 공무원 왕잔은 쓰촨성과 후베이성 경계 양쯔강 상류에서 신목으로 알려진 거대한 나무를 발견하고 난징대 챙교수에게 그 표본을 보냈다. 베이징 생물연구소 후박사는 그 표본이 미키 박사가 발표한 메타세쿼이아속 특징에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아내고 비슷한 중국 특산식물인 수송속 식물의 속명을 종소명으로 삼아 학명을 발표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채니교수는 메타세쿼이아가 래드우드보다 더 늦은 지층에서 나오기는 했으나 더 오래된 특성이 있었으므로 돈 래드우드’(여명붉은삼나무, 필자 주)로 국명을 지었다. 하버드대 부설 아놀드 수목원은 은행나무와 소철과 동격인 이 값진 살아있는 화석식물을 씨앗과 꺾꽂이로 늘려 전 세계 전문기관에 분양했다.

학자들에게 메타세쿼이아속은 신생대 3, 4기에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번성하다가 4기 플라이스토세 최후빙기를 거치는 동안 사라진 화석식물일 뿐이었다.(경북 포항 신생대층에서도 나옴) 그런데 1천여 그루가 중국 오지의 따뜻한 품에 안겨 살아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이들이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랐으므로 수삼으로 지었고 북한은 수삼나무이다. 일본은 기꺼이 메타세쿼이아를 주로 썼고 미국명 돈 래드우드에 착안한 아케보노스기’(시조삼나무, 필자 주)를 덤으로 썼다. 우리가 들여올 때 그 이름도 함께 붙여 왔다. 마키노의 최신판 신목야 일본식물도감에는 아케보노스기가 표제어이고 괄호 안에 메타세쿼이아를 쓴다.

이제 우리 국명을 바꿀 때가 되었다. 치솟는 우듬지를 올려다보노라면 하늘이다. 실바람에도하늘하늘 춤을 추니하늘삼나무이다! 낙우송은 북미 원산인데 메타세쿼이아와 아주 비슷하여 떨어진 곳에서는 가려내기 어렵다. 메타세쿼이아의 잎나기는 마주나기(대생)인데 낙우송 잎은 어긋나기(호생)이다. 중국에서 먼저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제 자를 자로 바꾸는 추세이다. 중국은 낙우삼(낙우송)이고 일본은 라쿠쇼우나 누마스기(소삼)를 쓴다. 미국 이름은 폰드 또는 스웜프사이프러스이고 북한은 늪삼나무이다. ‘깃털삼나무로 제안한다.

(해안성)래드우드를 중국에서 북미 홍삼, 일본에서 세쿼이아메스기로 쓰는데 미국붉은삼나무로 제안한다. 또 시에라 래드우드나 쟈이언트 세쿼이아로도 불리는 빅츄리는 중국에서 거삼, 일본에서 세쿼이아오스기로 쓰는데 미국큰삼나무로 제안한다. ‘래드우드 삼총사하늘삼나무를 잘 기르면 요세미티국립공원이 부럽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