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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호 2005년 10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동북아 균형자론과 주일 미군

金 鎭 國 중앙일보 정치부장대우 본보 논설위원

주일 미군기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인천에서는 맥아더를 `학살자'라고 규정하고 그 동상을 철거하라는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한 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도 터져 나오고 `웰컴 투 동막골'이 5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는 분위기 속에 일본으로 갔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는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리가 일본을 향해 비난해온 것처럼 일본이 재무장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고 있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자위대가 일본 열도 방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은 물론 중동에서 인도양을 거쳐 동남아, 일본으로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 장악까지 상당 부분 미군이 맡아온 역할을 나눠주기를 기대했다. 주일 미국 대사관에서 만난 한 외교관은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갈 거다. 한국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라도 얻으려면 두 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협박에 가까운 말이 아닌가.  일본은 60년간 철저히 호랑이 발톱을 감춰왔다. 재정적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부담을 나누면서도 평화 헌법의 제약을 내세워 군사적 역할 확대에는 엄살을 부려왔다. 도쿄에서 만난 한 일본인 안보 전문가는 󰡒일본이 침략을 당하면 미국이 같이 싸우지만 미국이 침략을 당할 때는 일본이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경찰로서 부담을 느낀 미국이 아시아의 대리인으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밀고, 헌법 개정을 부추기며, 해외에서 공동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이미 미국 다음의 세계 2위에 우뚝 섰다. 일본 열도는 미국이 가상적으로 생각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을 파트너로 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냉전 종식으로 해외 주둔의 명분을 잃었다. 조지 W. 부시가 對테러 전쟁을 내세웠지만 그 역시 퇴색했다고 미군 관계자는 말했다. 일본에서도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가 있다. 다만 평화적이란 점만 우리와 다르다. `평화'를 내세우다보니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미군들조차 헷갈리고 있다.  오키나와를 가나 요코스카의 자마기지를 가 봐도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시설은 모두 과거 일본군이 쓰던 그대로다. 일본인들은 미군기지 관리에 충분한 예산을 지원하지만 결국은 일본군이 사용할 시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정부는 자주 국방을 내세우고, 동북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군 관계자와 일본 관리․학자들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어느 편을 들 것이냐󰡓고 물었다. 상황은 우리 희망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북한 편을 들겠다는 사람과 미국 편을 들겠다는 사람이 비슷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