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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2025년 6월] 뉴스 모교소식

학부생, 보수화 추세…경제 우선 가치 뚜렷

‘대학신문’ 학부생 1057명 조사
8년새 ‘보수’ 3배 늘어 29.1%



서울대 학부생의 정치의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학신문’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시행한 정치의식조사 결과, 서울대 학부생 사이에서 ‘보수’ 성향이 크게 늘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7일간 온라인으로 시행됐으며, 1057명의 유효 표본을 대상으로 서울대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의 통계 분석을 거쳐 발표됐다. 이는 1985년 이후 열한 번째로 실시된 조사로, 정치 성향, 정당 지지, 정책 선호, 정치 참여 방식 등 다양한 항목을 포함한다.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보수’로 인식하는 응답자가 29.1%로, 2017년 조사(9.4%)보다 약 세 배로 급증했다. 반면 ‘진보’ 응답자는 41.8%에서 29%로 줄었고, ‘중도’도 48.8%에서 41.9%로 감소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두드러졌다. 여성 응답자의 43%는 자신을 ‘진보’로 인식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38.9%는 ‘보수’를 선택했다.

보수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는 국민의힘이 아닌 개혁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기존 보수 정당에 대한 이탈과 새로운 대안 모색이 활발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진보 응답자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응집돼 있으며, 진보당과 조국혁신당은 소수 지지에 그쳤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전체 응답자의 78.6%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진보층(90.8%)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만 탄핵 집회 참여율은 32%에 그쳐, 2017년 촛불집회 참여율(58.8%)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치 참여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었다. ‘지인과의 정치적 논쟁’(52.8%)과 ‘SNS를 통한 의견 게시’(24.3%)가 크게 증가했으며, 정당 가입이나 사회단체 후원 등 간접 참여도 활발했다. 이는 집회 중심의 전통적 방식보다, 일상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생들이 꿈꾸는 미래 한국 사회상에도 변화가 있었다. ‘경제가 튼튼한 나라’가 36.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며, 2017년 가장 많이 선택된 ‘공정한 기회가 보장된 나라’(13.2%)를 크게 앞섰다. 대통령의 당면 과제로도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이 44.7%로 1위를 차지해, 경제에 대한 위기감과 기대가 동시에 반영됐다.

정책 선호는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보수층은 경제 성장과 대기업 세금 감면, 노동 유연성을 중시한 반면, 진보층은 양극화 해소, 부자 증세, 고용 안정화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과반(52.2%)이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동맹 강화’가 전체의 71.7%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교육 분야에서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공교육 강화’가 68%의 선택을 받으며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조사는 변화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정치 의식이 더욱 현실적이고 정책 중심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원택(지리81)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념 중심에서 벗어나 실용주의와 시장중심주의로 보수의 방향성이 이동 중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고, 박원호 교수는 “정치 참여 방식의 다양화는 학내 민주주의 성숙의 또 다른 징표”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