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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호 202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꾸준히, 진심을 담아서…성악 유튜브는 나의 일기장”

구독자 4만…성악가의 유튜브, 쾰른 배경 가곡 ‘눈’ 115만 조회

테너 황현한 (성악 11-15) 동문

화제의 동문 유튜버

구독자 4만…성악가의 유튜브
쾰른 배경 가곡 ‘눈’ 115만 조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 불리는 사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4만여 명의 구독자와 조용히 호흡을 이어가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채널명은 ‘H CLASSIC’. 테너 황현한(성악11-15) 동문은 서울대 졸업 후 독일 쾰른 국립음대와 프라이부르크에서 성악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밟으며,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한 실력파 음악가다. 클래식 전공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는, 더 많은 이들과 음악을 나누기 위해 유튜브라는 무대를 선택했다.

화려한 무대보다 일상 속 자연스러운 노래를 택한 그는, 익숙한 찬송가와 한국 가곡, 팝송 등을 자신의 방식으로 담담히 노래한다. 특히 눈 내리는 독일 쾰른을 배경으로 부른 가곡 ‘눈’은 115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클래식이 낯선 사람도 편안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목소리,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주인공이 궁금해졌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개인 스튜디오에서 음악 작업을 이어가는 황현한 동문을 만났다.

-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코로나 때 독일에서 극장 공연이 모두 취소됐어요. 자가격리를 해야 했는데, 2주간 아무것도 못 하니까 ‘그동안 못 불러본 노래들을 한 번 불러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녹음기 하나로 시작한 채널이었고, 그땐 그냥 혼자 노는 기분으로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위로 받았다’고 하시니까 책임감도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장비는 그대로고, 편집도 혼자 해요. 완전히 1인 체제죠.”

- 가곡, 찬송가, 팝까지… 장르가 넓은데요.
“원래는 오페라와 가곡이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김광석, 양희은, 이문세 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흥얼거리던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르게 됐어요. 찬송가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문득 ‘내가 자주 흥얼거리는 찬양이 있는데 한번 불러볼까?’ 해서 올린 건데, 듣는 분들이 큰 은혜가 된다고 하시니까 놀라웠어요. 종교적인 목적보단, 그냥 입에 붙는 노래를 부른 거예요.”

- 영상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눈’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독일 쾰른은 눈이 잘 안 오는 도시예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커튼을 여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더라고요. 바로 녹음 장비를 꺼내서 불렀어요. 원래 좋아하던 곡이기도 하고, 배경이 너무 잘 어울렸죠. 조회수가 막 오르면서 성악을 모르던 분들이 ‘이 노래 듣고 성악을 처음 알게 됐다’는 댓글도 달아주시고요. 제 채널의 정체성을 만든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 방송 출연도 하셨죠?
“졸업 후 ROTC로 복무를 마치고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였어요. ‘팬텀싱어’ 출연 제안이 왔고, 도전해보고 싶었죠. 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방송을 본 분들이 유튜브를 찾아보시기도 했어요.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그 경험도 작용했던 것 같아요. 크로스오버라는 시도 자체에 대해 마음이 열린 시점이었거든요.”

- 독일 유학과 오페라 극장 생활은 어땠나요?
“6년 동안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극장에서 공연도 병행했어요. 유럽에서 오페라 무대에 서는 건 낭만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동양인이 성악 본고장의 무대에 서는 입장이다 보니 항상 두 배는 준비했죠. 그래도 무대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어요. 레슨이 너무 즐겁고, 하루가 순식간이에요.”

-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한 성악 전공자분이 계셨어요. 암 투병 중이셨는데, 제 독일 영상들을 보고 큰 위로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후로도 제 공연에 계속 오세요.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깊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저로선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이죠. 그래서 댓글 하나하나에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담게 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꾸준히, 진심을 담아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유튜브는 제 일기 같은 공간이에요. 자극적인 편집 없이, 담담하게 노래를 남기고 싶어요. 한 명이라도 더 들어주신다면, 그게 제겐 충분한 이유입니다.”

현재 황현한 동문은 예술고와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치며, 독창회와 초청 연주 등 무대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빨리 간다”고 말한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진 음악적 경험이 누군가에게 성장의 디딤돌이 되는 일에 깊은 보람을 느낀다. “내가 겪은 실패나 우회가, 누군가에겐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의 말엔, 단지 잘 가르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는 진심이 묻어난다. 무대와 교육,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오가는 그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연결될 예정이다.

송해수 기자

www.youtube.com/@hclassic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