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호 202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외국인 졸업생이지만 꾸준히 회비 냅니다…서울대에 감사하니까요
"서울대, 학자로 성장한 공간” 국제 동문 네트워크 활성화되길

로버트 해밀턴 (대학원10-13)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서울대, 학자로 성장한 공간"
국제 동문 네트워크 활성화되길
근래 몇년 간의 서울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학생은 1000명~1200명 정도 된다.
이들 다수가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총동창회와 연이 닿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동창회비까지 납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회비 납부자 명단에서 낯선 이름을 발견했다. 로버트 해밀턴(Robert Hamilton) 동문.
일회성이 아닌 졸업 후 꾸준히 보내온 것을 알고 어떤 동문인지 궁금했다. 대면 인터뷰를 원했으나, 해밀턴 동문의 개인 사정으로 서면으로 대신했다.
해밀턴 동문은 미시간대학교 재학 중 일본 규슈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모교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후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으니 상당 시간을 관악캠퍼스에서 보낸 셈이다. 해밀턴 동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품은 서울대에 대한 애정과 학문적 여정,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서울대는 단순한 대학이 아니라, 학문적 깊이와 진정성을 지닌 공간”이라며, “특히 사회학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과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서울대 진학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사회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학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넓은 틀을 제공해준다”며, “다양한 문화가 상호작용하는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가장 적합한 학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에서 외국인으로 학문을 이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해밀턴 동문은 오히려 그 차이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았다.
그는 “처음에는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조심스러웠지만, 점차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과 교수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며, 서울대가 자신에게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켜준 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서울대는 단순한 연구 기관을 넘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 곳”이라며, 학문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감까지 키워준 곳임을 강조했다.
해밀턴 동문은 한국 사회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공동체적 유대감’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안의 따뜻함과 배려를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는 이런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동문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모임은 아직 많지 않지만, 자신은 학문 활동과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과 미국 커뮤니티 간의 다리를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간 이해를 증진시키는 다양한 연구와 창작, 실천적 협업을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동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총동창회에서도 주목했던 부분은 해밀턴 동문이 꾸준히 동문회비를 납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서울대에서 얻은 경험은 제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회비 납부는 감사의 표현이자 외국인 동문으로서 서울대 커뮤니티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상기시키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적 동문 네트워크를 통한 서울대의 다양성과 지속성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대학으로서 서울대가 갖춰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그는 “다양한 전공과 관점을 존중하고, 국내외 연구자및 학생들이 학문적 교류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학문과 실천을 잇는 협력적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한다면, 서울대는 세계 속에서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며, 서울대가 세계적 학문 공동체의 교량 역할을 계속해주길 기대했다.
끝으로, 서울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해밀턴 동문은 “수업 중 학생들과 함께 했던 토론”을 꼽았다. 그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토론하는 과정은 정말 인상 깊었다”며 “가끔은 학생들의 한마디 질문이 제 연구 방향이나 사고방식까지 바꾸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