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호 2025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보상에 앞서 예방…학교 안전 중심축을 바꿨죠”
'동백장’ 수훈…학교안전공단 목표 자체 안전의식 진단도구 개발 성실 ·진실·절실을 핵심 가치로

정훈(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78기)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
'동백장’ 수훈…학교안전공단 목표
자체 안전의식 진단도구 개발
성실 ·진실·절실을 핵심 가치로
“사고 후 보상보다,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학교 안전입니다.”
오는 5월, 취임 2주년을 맞는 정훈(총동창회 이사 회원)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은 학교 안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인물이다. 경찰행정 전공 교수 출신이자 30년 넘게 행정 교육에 몸담아온 그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를 단순한 보상 기관에서 ‘선제적 사고 예방’을 주도하는 전문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에 대한 공로로 지난해 11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4월 29일 여의도에 위치한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서 정훈 이사장을 만났다.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돼 큰 영광이었고, 그동안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하지만 결코 저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임직원들과 학교안전을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의 헌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훈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 학교안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국 약 580만 명 학생과 2만여 개 교육기관을 아우르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이하 공제중앙회). 정 이사장은 취임 이후 ‘예방 70%, 보상 30%’ 원칙을 세우고, 사고 이후가 아닌 사고 이전을 준비하는 학교 안전 체계를 확립해왔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매뉴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국 특수학교와 도서벽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학교 안전 전문가들과 협력을 추진하는 등 현장에서 답을 찾는 리더십을 실천해왔다.
공제중앙회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580만 명이 가입해 있는 거대한 공제 조직이다. 여기에 정 이사장은 대학까지 아우르는 확장을 이뤄냈다.
“2022년 법 개정으로 대학도 공제중앙회에 가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취임했을 땐 15개 대학 2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350개 대학 60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수익을 넘어, 전국 대학생의 안전까지 아우르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이사장은 이를 통해 예산을 3배 이상 키웠고, 직원 수도 20명에서 60명으로 확충했다.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하고 메인 서버 통합을 이룬 것도 이의 일환이다.
공제중앙회는 2024년 ‘세계학교안전 콘퍼런스 및 박람회’ 개최에 이어, 지난 4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한·일 학교안전 국제세미나’와 ‘동경교육박람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과 교육부가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우리가 만든 메타버스 안전 체험존도 큰 주목을 받았죠. 이제는 K-안전이 국제 모델이 될 때입니다.”
또한 ‘웹어워드코리아’에서 공공안전 분야 대상을 수상한 ‘학교안전지원시스템’은 17개 시도 교육청과 공제중앙회의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한 디지털 혁신의 결과다. 공제중앙회는 2024년 ‘국가승인 통계작성기관’으로 지정돼, 학교안전 통계를 공식 발표할 권한도 얻었다.
정 이사장은 ‘예방의 사각지대’ 해소에도 힘을 쏟는다. 그는 장애 학생 대상 특수학교와 도서·벽지학교, 외국인학교, 그리고 올해 중점 과제로 ‘다문화학교 안전 교육’을 꼽았다.
“청주성신학교 같은 특수학교를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정서장애 학생들이 교사를 공격하는 사건도 있었죠. 예방은 단순 콘텐츠가 아니라,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개선하는 일입니다.”
그는 현장 점검을 위해 여름이면 10여 명의 전문가와 함께 전국 학생안전체험관을 순회하며 직접 컨설팅을 한다. 이처럼 공제중앙회의 예방사업은 영상 콘텐츠 개발, 교사 연수, 안전 물품 보급, 특강, 현장 교육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됐다.
정 이사장은 ‘학생이 스스로 안전을 점검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의 학생안전 자가진단도구인 SSA(Student Safety Assessment)를 개발, 올해 상반기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함께 1만 명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고 있다.
“IQ, EQ는 있는데, SQ(Safety Quotient)는 없잖아요? 아이가 어느 부분에서 안전에 취약한지를 알아야 예방이 됩니다.”
생활, 교통, 사이버, 약물, 재난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된 SSA는 학생의 자가진단 결과를 교사와 학부모에게 공유해 맞춤형 지도를 가능케 한다.
공제중앙회는 ‘안전지킴 봉사단’을 출범해 노인 무료급식소 배식, 한강공원 정화 활동 등 실질적인 사회공헌도 병행 중이다. 신입 직원 봉사 의무화 등 인성 중심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것도 정 이사장의 방침이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젊은 직원들이 이 조직에 뼈를 묻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선 충분한 보상과 시스템을 완비해 줘야 해요.”
그는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로 ‘학교안전공단(가칭)’ 설립을 꼽았다. 중복된 학교안전 업무를 통합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력이 된다면 학교안전공제중앙회 단일 건물을 건립하는 것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정훈 이사장의 강한 추진력과 현장 중심 철학은 지금 이순간에도 한국 학교안전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예방을 위한 진심, 조직을 위한 절실함, 사회를 위한 헌신. 정 이사장이 강조하는 3실, ‘성실, 진실, 절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가치는 그가 이끄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현재이자 미래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