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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호 2025년 5월] 뉴스 모교소식

선후배가 함께 만드는 재즈 이야기

세대를 잇는 자유의 선율 국내 최초 대학 재즈 동아리

5월 3일 롤링락70s에서 열린 봄 기획공연에 모인 중앙재즈동아리 ‘자이브’ 회원들

동아리 탐방
중앙재즈동아리 자이브(JIVE)

세대를 잇는 자유의 선율
국내 최초 대학 재즈 동아리

1996년, 서울대에 국내 최초의 대학 재즈 동아리가 탄생했다. 재즈가 아직 생소했던 시절, 음악을 사랑한 학생들이 CD와 LP를 들고 모여 자유롭게 감상하고 연주하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아, 귀한 음반을 공유하며 감상 모임을 꾸리는 데 큰 의미를 두었고, 어렵게 마련한 동아리방은 부원들의 열정이 빚은 작은 재즈 아지트였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유와 열정을 연주해 온 중앙재즈동아리 ‘자이브(JIVE)’. 현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동아리 회장 서한결(물리천문학25) 학생과 임원진 남궁준(재료공학19) 학생을 만났다.

“자이브는 연주자만의 동아리는 아니에요. 누구든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죠.” 서한결 회장은 동아리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창설 이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선율을 이어오며, 단순한 동아리 활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동아리방에는 건반, 드럼, 콘트라베이스, 일렉기타 등 다양한 악기가 구비되어 있으며, 특히 그랜드피아노까지 갖춘 공간은 동아리의 자랑이다.

부원들은 주 1회 모여 악보 하나로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남궁준 학생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악보 하나로 바로 음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재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연주를 하지 않는 감상자들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공유하며, 동아리방 진공관 스피커로 감상하거나 재즈바를 찾아 라이브 연주를 듣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즈를 즐긴다.

자이브의 전통 중 하나는 여름마다 열리는 ‘홈커밍 공연’이다. 창립 멤버를 비롯한 졸업생(OB)과 재학생(YB)이 한자리에 모여 무대를 만든다.

서한결 회장은 “홈커밍은 나이나 학번을 넘어 누구나 함께 음악으로 소통하는 자리”라며 이 전통의 소중함 강조했다. 선배들은 ‘재즈는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말을 전하며, 악기 수리비 지원과 동아리방 환경 개선에도 힘을 보탠다.

자이브에서는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 초보자도, 숙련자도, 같은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연주한다.

남궁준 학생은 “재즈는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각자의 색깔을 인정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부원들은 서로 가르침을 아끼지 않고, 대화하듯 음악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자이브를 통해 삶이 달라진 부원들도 있다. 선배들 중에는 자이브 활동을 계기로 취미를 넘어 전문 연주자의 길을 택한 이들도 있고, 서한결 회장 역시 “재즈는 이제 제 삶의 일부가 됐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음악을 향한 진지한 몰입은 때로 진로까지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경험이 된다.

무대 위에서는 실력보다 열정과 교감이 중요했다. 드럼을 처음 잡은 부원이 6개월 만에 정기공연 무대에서 3분간 드럼 솔로를 성공시킨 일화, 공연 중 병맥주를 들고 건배하며 자유를 만끽한 순간 등은 자이브다운 풍경이다. 부원들은 재즈라는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잠시 위축됐던 동아리는 최근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현재 약 180명의 부원이 소속돼 있으며, 절반 이상이 연주와 감상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양한 학과, 다양한 학번이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되는 모습은 자이브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남궁준 학생은 “낯선 사람들이 악보 하나로 친구가 되는 풍경, 자이브에선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자랑했다.

지난해에는 브라스가 추가된 빅밴드 팀이 처음 결성돼 다양한 색채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관악기와 리듬악기가 어우러져 열댓 명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는 재즈의 집단적 즉흥성과 다채로운 음색을 극대화했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서로 얽히며 만들어낸 에너지는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퍼져나갔다.

지난 5월 3일 자이브는 소규모 공연장에서 올해 첫 정기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연주자와 감상자가 함께 어우러진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와 자유로운 분위기로 가득 찼다.

즉흥 연주와 개성 있는 무대들이 이어지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음악 이야기로 밤늦도록 이어졌다.

서한결 회장은 “재즈는 자유의 음악이에요. 아직 재즈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자이브의 무대로 그 ‘이야기’를 느껴보라”며 음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재즈의 세계로 초대했다. 자이브는 여름 홈커밍데이와 가을, 겨울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다.

자이브 공연 실황 바로보기
www.youtube.com/@snujive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