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호 2025년 4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학원 수업 시간·수능 비중 줄이자
논 단 - 김태훈 경제(03-08)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김태훈 경제03-08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논 단
김태훈 경제03-08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학원 수업 시간·수능 비중 줄이자
사교육비 지출 29조원 달해기존 사교육 대책 강화·보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학생들의 사교육비 총지출 규모는 약 29.2조 원으로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4세 고시·7세고시라는 말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영유아 사교육과 최근 급증한 재수생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사교육비 규모는 집계된 29.2조 원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유아 사교육에 대해서는 2024년에 시험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연으로 환산하면 약3.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재수생에 대해서는 일부 기숙학원의 연간 학원비가 5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을 뿐, 구체적인 사교육비 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의 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입시에서 더 좋은 점수를 얻어서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사교육이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입시 사교육의 특성상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만으로 사교육을 크게 줄일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입시에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어도 학생들은 여전히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원 역시 각종 마케팅과 입시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학생들을 유치한다. 이러한 시스템하에서는 남이 사교육을 받으면 나 역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일종의 군비 경쟁 현상이 발생한다. 사교육을 받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많은 국민이 사교육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이유는 사교육의 이러한 군비 경쟁적인 성격때문이다.
경쟁이 과열되어 부담스러운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을 하게 되고, 학생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는 항상 불안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과열된 사교육 경쟁과 지출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먼저 입시 사교육은 서열화된 대학 구조 및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들이 다양한 사교육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학과 노동시장 격차 완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기존에 시행된 사교육 대책들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것을 제안한다. 우선 이미 여러 광역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원 교습 시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 볼수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지역에서 밤 10시까지 학원 수업을할 수 있게 하는데, 초등학생은 저녁 7시, 중학생은 저녁 8시와 같이 어린 학생들에 대해서는 교습 시간을 더 강하게 제한하는 것을 논의해 보았으면 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왜 제한하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성인들도 근로 시간에 법적인 제한을 둔다.
학생들에 대해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교습 시간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사교육 시간과 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휴일에 학원을 열지 않는 휴일 휴무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대입 사교육과 관련해서는 재수생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최근 재수생이 급증하고 있고, 고등학생 사교육 문제는 정부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재수생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전체 응시생 대비 재수생 비율은 2014학년도에19.6%였는데, 10년이 지난 2024학년도에는 31.7%로 증가했다.
재수생의 증가는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는 길을 좁게 하는 병목 현상을 유발하고, 다시 많은 재수생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에 재수생이 감소하면 재수생사교육비가 줄고, 재학생들의 입시 경쟁과 부담이 줄어든다. 대학에서도 학점을올리기 위해 같은 수업을 반복해서 듣는재수강 문제가 심각해지자 재수강에 대한 여러 규제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학의재수강 문제도 이럴진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재수생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해결할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의아하다. 재수생을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방법은 대학 입시에서 수능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2024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합격생 중 재수생 비율은 무려 59.7%였지만, 수시 합격생 중에서 재수생 비율은 약 5%에 불과했다.
또한 2019년에 교육부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2023년까지 40%로 올리기로 한 후 수능재수생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대학은 일반적으로 수시 비율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서울 주요 대학40% 정시 비율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애면 자연스럽게 정시 비율이 줄고, 수시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정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면, 정시에서 재수생 입학 비율을 10~20% 이내로 제한하고 재수생은 재수생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재수생 쿼터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수험생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수생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재수생 사교육 시장이 지나치게 성장하는 것을 제어하고, 학생들의 입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