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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2025년 4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챈스 일등병


천양곡 (의학63-69) 신경정신과 전문의

챈스 일등병


천양곡 (의학63-69) 신경정신과 전문의

우연히 ‘Taking Chance’란 영화를 TV로 보았다. 이라크 전투에서 전사한 미해병대일등병챈스(Chance)의 시신을 장례식까지 호송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영화는 델라웨어 주 공군기지에 있는 전사자 시신 안치소에서 시신 호송 임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첸스부모님이 살고 있는 와이오밍 주까지 며칠 걸려서 가는 여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군대식 장례식을 경험한일이 있다. 나보다 한 살 위인 사돈이 미해병대 군의관 출신이다. 그와 내가 가끔 만날 때면 주한 미군들이 자주 보던메쉬(MASH) 드라마 얘기를 자주 나누었다. 사돈은 제대 후 신경외과 전문의로 일 하다 몇 년 전에 사망했다. 그때 그의 엄숙한 군대식 장례식에 참석했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장병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무덤에 묻힐 때까지 전사자 시신을 예의를 다해 관리하고 호송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작년에 작전 중 사망한 한 한국 해병이 떠올랐다. 비전투 임무사고로 일개 졸병이 죽은 게 무슨 큰일이냐는 나쁜 태도는 고쳐야 한다. 정부와 군부는 진실을 왜곡해 사고를 덮으려 쉬쉬하고, 정부 반대 정치인들은 사고를 조사하여 인기를 얻으려고 떠들어댄다. 두 집단 모두 말로는 억울하게 죽은 한 해병을 진심으로 위하는 척하지만 실은 자기 속셈 차리기에 바쁘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의 강화요, 공감능력의 결핍이다.

공감은 타인의 관점, 생각, 느낌을 받아들여 이해하고 그 들이 경험한 일에 동참하고 반응하는 능력을 뜻한다. 확증 편향은 자기 입맛에 맞는 관점과 정보만 받아들여 이를 근거로 자신이 품고 있는 원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다. 만약 자신이 믿고 싶지않은 정보를 접하면 그에 관해 충분한 증거가 있다 해도 무시해 버리고 만다. 공감과 확증 편향은 어린 시절에 형성되며 각 개인의 사회적,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영적 환경에 따라 좋거나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공감 능력을 키우고 확증 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된다. 자신의 마음을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의 감정, 사고, 신념, 행동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열심히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끔은 자신이 타인의 입장이 되어 경청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나 표정으로 나타내면 더 좋다. 이런 기술을 익히는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명상이다. 자신의 현재 순간에느끼는 감정에 집중하여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명상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