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호 2025년 4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관악서 가장 오래된 중식당 ‘공간’ 짜장면 한 그릇 4500원
합리적인 가격과 넉넉한 양학생들 사이 꾸준한 인기

공대 간이 식당 '공간' 식당 전경
관악서 가장 오래된 중식당 ‘공간’ 짜장면 한 그릇 4500원
합리적인 가격과 넉넉한 양학생들 사이 꾸준한 인기
신록이 짙어가는 4월, 오랜만에 관악산자락을 따라 모교 캠퍼스를 걷다 보면 문득 지난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짜장면 냄새에 이끌려 발길을 옮기다 보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0-2동에 자리한 중식당 ‘공대 간이 식당’, 일명 ‘공간(공깡)’에 다다르게 된다.
‘공간’은 1970년대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당시, 공사 인부들을 위한 임시 함바식당에서 출발했다. 그 시절, ‘공깡’의 짜장면은 180원. 공깡에 담긴 추억의 가치는 여전히 그대로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숨은 맛집”이라는 평과 함께 “학식 루틴에서 탈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라는 평도 들린다.
기숙사, 실험실과 도서관 사이를 오가며 지친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소소하지만 진한 위로를 전하는 장소로 기억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내 가장 오래된 중식당으로 손꼽히는 ‘공간’은 매일 직접 조리한 짜장면과 짬뽕을 제공하며 오랜 시간동안 학생들의 든든한 식사 공간으로 자리해 왔다.
특히 식당이 연구실이나 도서관 등 학교 인프라가 밀집된 곳에있어 학생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당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이며, 오후 2시 30분부터 3시30분까지는 휴게시간이다. 메뉴가 다양하다는 점은 타 학내 식당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공간’의 대표 메뉴는 ▲공간짜장면▲공간짬뽕 ▲사천짜장면(각 4500원)이며, 짜장면과 짬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짬짜볶’은 7700원에 판매된다. 고기소보로볶음밥 역시 4500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수제 치킨탕수육(8900원) 등 간단한 사이드 메뉴도 함께 제공된다.
면 요리는 대기 없이 빠르게 제공되며, 단무지는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덜어 갈 수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는 비빔짬짜면, 그리고 ‘우삼겹 짬뽕’ 등 고기류가 포함된 중식 요리들이다. 식당 관계자는 “공대 특성상 남학생 비중이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기류 메뉴에 대한 선호가 뚜렷한 편”이라며, “맛과 포만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항상 메뉴 구성에 신경 쓰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공간’은 최대한 가격인상을 억제해 왔다.

공간 식당 내부 전경
주방장은 “학교 안에서 운영되는 식당인 만큼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철학”이라며, “조금이라도 더 맛있고 만족스러운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가격이 소폭 인상된 부분은 있지만, 여전히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는 평을 듣고자 한다”는 말에는 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다. 실제로 일부 졸업생들은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간혹 학교를 방문해 ‘공간’의 짜장면을 다시 맛본다.

공간의 새로운 매력 포인트 '칠판'
‘공간’ 안에는 작은 칠판이 하나 있다. 매일 수 많은 학생들이 여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시험 망해도 밥은 먹자”, “짜장면 한 그릇이 오늘 하루의 버팀목”,“밥심으로 살아가는 중”과 같은 문장들은 단순한 낙서를 넘어, 이 공간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주방장은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지만, 이 칠판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며, “이 공간이 학생들에게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학생들이 나름의 메뉴 조합을 만들어 즐기곤 했다”며 “예전에는 돈가스 비빔면에 탄탄비빔면 소스를 섞어 먹는 식의 독특한 조합도 있었는데, 지금은 제공하고 있지 않아 아쉬워하는분들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공간’은 중앙도서관(중도)을 지나 아랫 공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위치상 공대생들이 주 이용층이지만,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 학생들 중에서도 일부러 긴 거리를 걸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서울대학교의 특유의 넓은 캠퍼스 구조 속에서, 이 식당은 하나의 ‘목적지’가 되는 셈이다.

공간의 인기메뉴 '짬짜볶'
긴 시간 자리를 지켜온 ‘공간’은 지금도 학생들의 일상을 채우고있다. 한 그릇의 짜장면이 주는 익숙한 맛과 기억속 정서는,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히 이곳을 찾게 하는 이유다. 이윤성 기자
* 편집자 주 : ‘동문 맛집 탐방’을 마치고 이달부터 서울대 재학생들이 좋아하는 학내 맛집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