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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2025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기초교육원 한계 넘어서려 학부대학 만들었다”

교양 등 서울대 공통 교육 전담디지털콘텐츠 제작도 맡아

노유선 (식물85-89)서울대 초대 학부대학장

“기초교육원 한계 넘어서려 학부대학 만들었다”


교양 등 서울대 공통 교육 전담디지털콘텐츠 제작도 맡아

올해 3월, 오랜 준비 끝에 서울대에 학부대학이 새롭게 설립됐다.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학부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아직 정확히 알고 있는 이가 많지 않다. 학부대학은 기초교육원과 자유전공학부, 전공설계지원센터 외 4개 교수·학생 지원기구를 포함한 통합형 교육혁신 플랫폼대학이다.

올해 학부대학 내 자유전공학부 123명과 36명의 광역 전형 학생이 입학했다. 자유전공학부생은 2년 뒤, 광역전형학생은 1년 뒤, 각자의 희망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학부대학 설립의 배경과 비전, 그리고 미래 교육에 대한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4월 1일 학부대학장실에서 노유선(식물85-89) 초대학장을 만났다.

노 학장은 “학부대학 설립은 기초교육원이라는 기존의 뼈대를 토대로 보다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공학을 전공하고 교육행정 분야에서 두터운 경력을 쌓아온 노유선 학장은 학부대학 설립의 핵심적인 이유로 기초교육원의 한계를 짚었다.

“기초교육원은 기본적으로 서울대의 기초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구조가 점점 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지원기관은 전임 교수들을 확보할수 없고, 학생들을 소속시킬 수 없기 때문에, 교육 기구로서의 지속성과 발전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노 학장은 “학부대학은 교육 중심으로,기초교육원의 역할을 넘어서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대학 설립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노 학장은 설립 과정을 회상하며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바퀴를 교체하듯, 운영 중인 시스템 안에서의 개편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도전은 50년 된 단과대학 체계와의 조율이었다. “공통 교육 과정 운영 권한을 두고 논의가 많았고, 예산 확보도 난제였습니다. 특히 기초교육원 직원들의 조직 적응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 이중과제가 있었죠. 하지만 이런 도전이 오히려 더나은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죠.”

학부대학은 서울대 전체 학생들이 수강하는 공통 교육을 운영하는 주요 교육기관이다. 매 학기 1400~1500개의 강좌와 함께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현장 실습이나 탐방을 포함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과거 ‘기초교양, 기본교양’이라 칭했던 모든 단과대학 공통 이수 과목들이 이제 ‘공통교과’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는 공통 교육이 기초가 되는 토양의 학문이 아니라, 전공 교육과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구조로 바라봐야 함을 의미한다.

그는 서울대의 공통 교육을 “기존의기초 교육이나 교양 교육을 넘어서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혹은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공부해 나가야 할 중요한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시도로, 서울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학부대학은 교내 디지털 콘텐츠 교육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노 학장은 “학부대학 내, 10개의 스튜디오를운영하며,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서울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및 일반인들도 이용할수 있는 콘텐츠로 공유되기도 한다”고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교육의 수요가 급증했으나, 이후 각 단과대학이 꾸준히 운영하거나 소수의 인력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시스템 구축을 학부대학이 맡고 있는것이다. 학부대학을 통해 서울대가 디지털 교육시장에 빠르게 적응하며 온라인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선도하고 할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학부 대학이 운영하는 학사체계로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광역학생, 2개이상의 전공을 선택하는 연합·연계전공, 다전공을 경험하고 자유전공학부로 졸업하는 학부제의 장단점에 대해 노학장은 “학생들의 전공 선택에서 뚜렷한 쏠림 현상이 있긴하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에서 공학·경영학 등 인기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이 50%에 가깝게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이 급변했고, 컴퓨터 공학부나 경영학 등 인기전공으로의 집중은 국가의 인재 수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PC도 없던시대에 만들어진 모집체계로, 디지털문명 시대의 인재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노후된 모집단위 체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는 국가 차원에서 소수 학문 분야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야한다” 고 강조하며 학문의 다양성 측면에서 현재의 흐름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노 학장은 변화와 전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다양한 전공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소수 학문 분야에 대한 맞춤형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특히 인문학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인문학 살리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전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선 학장은 마지막으로 서울대가 학문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대학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혁신을 추진해야 합니다. 학부대학이 그 시작점으로 단순한 학부가 아닌 서울대 교육 시스템의 중추적인 ‘뉴 허브’ 역할을 할 것입니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