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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2025년 4월] 뉴스 포럼

“AI는 인간 자리 빼앗는 존재 아닌, 나는 누구인가 묻게 하는 존재”

인간다움은 몸과 마음의 조화몸이 만드는 진정한 행복 찾자

강준호 (체육교육86-90) 서울대 사범대학장

“AI는 인간 자리 빼앗는 존재 아닌, 나는 누구인가 묻게 하는 존재”


인간다움은 몸과 마음의 조화몸이 만드는 진정한 행복 찾자

“AI가 인간의 지적 우월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있다. ”서울대 사범대학 강준호 학장은 4월 2일 장학빌딩에서 열린 본회 수요특강에서 AI 시대의 인간 정체성 위기를 경고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단지 기술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다시 던지게 한다고 강조했다.

“AI는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라는 그의 말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기술 환경의 철학적 함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강교수는 강연서두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인간 이해의 변천사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고대에는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인식됐고, 근대에 이르러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 규정됐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간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일부가 됐으며, 그 안에서 다시금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소환 되고 있다는것이다. 그는 기술 발전의 궤적을 시간 동기화(synchronization)의 역사로 설명했다. 천문학적 시간으로 측정되던 인간의 일상이 점차 물리적 시간으로 정렬되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표준 시간과 동기화 된 사회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시계의 발명이나 철도 운행의 편의성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시간속에 길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사 적 전환점이다. 이러한 시간의 동기화는 단순히 외부환경과의 조율을 넘어서 인간 내부의 감각과 리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강 교수는 “기술은 인간의 거울”이라는 말로 기술과 인간이 상호 반영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필요와 상상력에 의해 형성되지만, 동시에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방식을 다시 규정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타자(他者)가 등장한 지금, 인간은 다시금‘나’라는존재에대해성찰하게된다. 과거의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면, AI는 인간의 사고와 판단, 창의성에까지 도전하며 존재론적 질문을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는 철학적인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던진다. “당신은 어떤기술과 함께 있고, 어떤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단지 수사적인 물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속에서 체감하는 실존적 과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 교수는 ‘몸’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했다. 그는 “‘몸’은 ‘모으다’의 명사형”이라며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내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러분의 몸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분들이 겪었던 모든 경험이 축적돼있는 것이니, 앞으로의 10년을 몸에 잘 쌓길 바란다”고당부했다. 이는 단지 생물학적 육체를넘어,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존재로서의 몸을 강조한 말이다.

이러한 통찰은 기술이 점점 더비 물질적 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금, 오히려 ‘몸’이라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기반이 우리 존재의 핵심임을 상기시킨다.인간은 단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체화하는 유기체이며, 기술은 그 유기체적 경험의 외연이자 반영일수 있다.강 교수의 강연은 단지 철학적 사변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주체성과 선택의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않으며, 기술과 공존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제안한다. 기술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는 하나의 계기이며, 그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여전히 인간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서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들며, 미래 사회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있어 중요한 철학적 자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더 이상 과거의인간일 수 없다. 하지만 그 변화는 인간다움의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 다움의 탐색이라는점에서 희망적이다.

강준호 동문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졸업 후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 미시간대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부터 서울대 기획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범대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교육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본회는 참석자 전원에게 다과와 함께, 강준호 교수의 저서(공저) 를 증정했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