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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2025년 4월] 뉴스 모교소식

“도와주려 말고, 함께 살려는 마음이면 충분해요”

글로벌사회공헌단 ‘북소리’ 출간 북한배경 청소년들 이야기 담아

학생사회공헌단 ‘북소리’팀과 7명의 반석학교 청소년 작가진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와주려 말고, 함께 살려는 마음이면 충분해요”

글로벌사회공헌단 ‘북소리’ 출간
북한배경 청소년들 이야기 담아
재학생 23명이 편집·번역 도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에요. 가만히 귀기울여주세요.” 3월 17일,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열린 학생사회공헌단‘북소리’의 출간기념회 현장에서 만난 북한 배경 청소년들의 대안교육기관 반석학교 이기원 교장의 인사말이다.“태어난 곳과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며 살아온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다. 서울대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졌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큰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한 이 교장은 가족과 떨어져 어린 시절을 보내거나, 이주 과정에서 상처가 많은 반석학교 학생들의 밝아진 얼굴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행사는 북한 배경 청소년들이 서울대 ‘북소리’팀의 특강을 통해 글쓰기 실력을 다듬어, 모은 글을 책으로 출간한 것을 기념해 열렸다.

이날 청소년 작가 7명과 서울대 글로벌 사회 공헌단 강준석 부단장, 총동창회 사회공헌위 윤세리(법학72-76) 위원, 김병연(경제81-85) 석좌 교수, 국제협력본부 김부열 부본부장, 학생사회공헌단 학생들 10여 명이 참석했다 통일과 평화에 관심이 있는 청중 100여 명도 함께했다.

책 내용 낭독 및 저자 사인회, 사전 질문을 통한 질의응답도 진행됐다. 서울대 글로벌사회공헌단 소속의 학생사회 공헌단은 국내외에서 학기마다 다른 주제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프로그램을 기획해 활동하고 있다 ‘북소리’팀은 지난해 가을학기 교류 대상을 반석학교로 선정하고, 10주 차에 걸쳐 글쓰기 특강과 한국 문화 소개 활동을 했다. ‘북소리’라는 팀명은 책(book) 출간을 통해 북(北)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중의적이면서도 팀이 움직이고자 하는 지향을 보여주는 이름이다.

‘북소리’팀은 글쓰기 수업과 책을 엮어내는 과정을 맡은 책 편찬팀과 번역팀,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여러 체험 수업을 준비한 문화 교류팀으로 나뉘어 총 23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글쓰기 수업뿐 아니라. 한국 전통악기 체험, 나전칠기 만들기, 한국 음식(전 부치기)체험 등 문화교류 수업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고 전했다.

‘북소리’ 부팀장인 문서현(사회과학23) 학생은 “문화교류팀 일원으로 누군가를 돕고자 시작한 일에서 오히려 배움이 컸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나눴고, 행사에 참석한 청소년 작가 라벤더(필명)는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단어나 문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글쓰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일상의 경험을 글로 녹여낼 수 있는 것에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특히, 행사에 참석한 케이크(필명)작가의 어머니는 “8개월 된 아이를 중국에 두고 떠나왔다가, 열일곱이 되어 데려올 수 있었다. 모르고 있었던 아이의 어린 시절을 책에서 읽고 눈물을 쏟았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속마음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 서울대의 조력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이어진 청중의 다양한 질문 가운데 “‘공헌’이라는 단어에도 가진 자의 특권이 포함됨을 느낄때가 있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벌어지는 시혜자와 수혜자의 구분과 차별을 막을 수 없을까”라는 말에 반석학교 이기원 교장은 “우리 모두가 당사자성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상처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도와주려 말고,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강조했다. 송해수 기자

*북한배경청소년이란? 북한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북한을 벗어난 제3국(중국 등)에서 태어난 자로, 북한 출신의 부모를 가진 청소년을 폭 넓게 이르는 말.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등을 두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자녀지만, 북한이 아닌 곳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각종 지원에 있어서 제한을 받고 있어, 외국에서 태어난 자녀나, 국내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의 자녀 또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지원과 인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