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호 2025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화제의 동문 유튜버 - '김연경의 문학창고'
김연경(노문93-97)작가, 5년 동안 1400여 강좌 축적 ‘문학보물창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비대면 강의용으로 찍어 올렸던 영상이 엔데믹 한참 후인 2025년에도 꾸준히 올라와 1400여 개를 넘어섰다. 문학·사회학·물리학은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 가요, 초중등 교과서까지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만의 통찰을 꿰어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김연경 동문의 유튜브 채널 얘기다. 구독자 수는 약 1만명. 콘텐츠의 질과 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저조하다. 실망스럽지 않냐는 물음에 “공들이지 않기 때문에(웃음) 그럴 일 없다”는 ‘쿨내’ 진동하는 답이 돌아왔다. 김 동문을 서면으로 만났다.
-코로나 때 모교는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강의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유튜브를 택한 이유는.
“ZOOM 화상 강의와 eTL도 병행했다. eTL에 바로 영상을 올릴 수도 있지만,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링크를 탑재하면 더 좋다는 기술팀의 조언을 따랐다. 해 보니까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상 수에 비하면 조회 수나 구독자 수는 적은데.
“자막도 없고, 할 줄 모르는 탓에 편집조차 않는 영상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외려 놀랍다.”
-‘직업 번역가 소설가 노문학자’ 영상에서 번역 인세로 꾸준히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유튜브가 또 다른 수입원이 되지 않을까.
“유튜브는 소득과 무관한 활동이다. 수입이 생기면 일이 되는 건데 지금도 강의·번역·창작·연구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제 직업의 특수성과 비정규직인 고용형태를 고려하면 이미 차고 넘칠 만큼(웃음) 많이 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돼서 때론 너무 쉽게 버는 것 아닌가, 뜨끔할 때도 있다.”
-놀라운 생산성의 비결이 궁금하다.
“독서와 사색. 책도 음식처럼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굉장히 잠이 많은 편이라 깨어있는 동안 ‘선택과 집중’을 잘하려고 노력한다. ‘예의상’ 인간관계는 거의 맺지 않고 경조사도 직접 가는 경우는 잘 없다. 2004년부터 모교 강사로 일하면서도 필수적 행정 외 학교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각종 특강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2011년 여름 출산 이후 저녁 모임엔 나간 적이 없다. 무엇보다 작가이기 때문에 ‘말’보다 ‘글’을 중시하고 그래서 최대한 메모를 많이 해둔다.”
-제작 방식은 어떻게 되나.
“주제를 정하면 스마트폰에서 촬영 누르고 쫙 말한다. 때론 논문을 때론 공책을 놓고 강의하듯 찍는다. 영화 관련 영상은 시청 후 몇 자 정리한 다음 찍었고, 독서 후 머릿속에서 아직 정리가 덜 된 책은 책을 갖고 즉석에서 이야기한다.”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는지.
“오래 묵어서 터져 나오는 즉흥성에 따라 그때그때 정한다. 아이가 크면서 같이 공부한 초중등 교과서도, 놀면서 듣는 장기하의 노래도 죄 뒤섞였다가 엮어져 나온다. 모든 것이 말하자면 ‘자연발생적’이다. 대학 강의나 학술 논문과 달리 유튜브 영상은 논지 전개의 일관성이 없어도 되니 참 좋다.”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구독자는.
“세대적 공감이 담긴 댓글이 아련하게 기억난다. 고등학교 동창이 쓴 댓글 같은데,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온라인상의 아바타를 갖고 소통하는 느낌이 새롭고 좋았다.”
-끝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딱 50년 살아보니 인생 너무 짧다. 과거에도(후회) 미래에도(불안) 머물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살아있자, 되뇐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