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호 2025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열일곱에 6.25 전쟁 자진 입대…“모교에 동문 전사자 충렬탑 세워야죠”
동문 충렬탑 건립 제안 17년, 염원 담은 기록 모아 책으로 출간

신동소 (임학53-57), 모교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열일곱에 6.25 전쟁 자진 입대…“모교에 동문 전사자 충렬탑 세워야죠”
동문 충렬탑 건립 제안 17년
염원 담은 기록 모아 책으로 출간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민족은 미래가 없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이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럽다는 말로는 부족한 요즘, ‘역사란 무엇인가,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신동소(농대53-57) 동문의 저서 <충렬탑에 이르는 길>을 읽고, 3월 6일, 문래동 자택에서 신 동문을 만났다.
“17년간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고, ‘모교에 충렬탑 건립 꼭 필요하다.’ 말해 온 것이 곧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책으로 모았어요. 전국 대학에 충렬탑이 세워지고 있어요. 우리 서울대도 동참하지 않을까요?”
산림과학부 명예교수인 신동소 동문은 6·25 참전용사와 국가유공자로 2008년 국가에서 인정받았다. 그 해부터, 매년 1편 이상 46명의 서울대 학도병 전사자를 기리는 충렬탑 건립에 대해 각종 신문과 명예교수 회보, 잡지 등에 기고해왔다. 그 간의 여정을 모아 편집해 자비로 출간했다.
6·25 전쟁이 발발한지도 75년, 신 동문은 M1 소총을 어깨에 둘러메는 것조차 버거웠던 열일곱, 중학교 4학년에 전쟁에 참전했다. 학교장이 학생 동원을 발표하자 자진해서 입대했던 기억이 아직도 하늘을 우러러 뿌듯한 마음이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생각하며 돌아봤던 대문을 나서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묘향산 자락에서 대퇴부에 총상을 입고, 밤새 개울에 엎드려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달구지 기사에게 실려 야전병원에 도착해 목숨을 구했죠. 나는 천신만고 끝에 살았지만, 부모님을 부르며 울부짖던 국군 동료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어요.”
신 동문의 참전 이야기는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다. 전쟁 중에 총상을 입고, 함경도에서 평양으로, 이어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동해오면서, 병력일지가 사라져 나라에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귀가 명령을 받았다. 이후, 군에서는 복귀 명령도 없었고, 신 동문은 행방 불명자로 처리된 지도 모른 채, 모교에 입학했다. 대학원 입학 후, 재입대 소집을 받아 소정의 훈련을 받고 제대증을 받았고, 참전을 확인받는 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 어렵게 지켜낸 나라인 만큼,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서울대 재학 중에 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46명의 동문이 있어요. 시신조차 찾지 못한 분들도 많죠. 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왔지만, 먼저 떠난 우리 동문들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하늘에서 우리 학교에 세워진 충렬탑을 보면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지 않을까요?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이에요. 살아있어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전쟁이 뭔지도 몰라요. 역사를 증언할 사람은 이제 얼마 없죠. 역사를 살리고 기억하기 위해 충렬탑이 완공되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신 동문의 역사의식은 과연, 참전을 통해서만 얻은 것일까? 신 동문은 1953년 모교 임학과(현, 산림자원학)에 입학 후, 명예교수로 재직하기까지 오랜 기간 학계에 있으면서 인간의 삶에서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한 알의 생명이 씨앗으로 뿌려져 언젠가 거목이 되고 숲을 이루듯,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할 수 있어야 나라와 인류가 건강해짐을 강조했다.
“‘전쟁이 나면, 서울대생은 도망간다’라는 기사를 보고 침통한 심정이 들었어요. 서울대인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은 우리가 없애야 해요. 과거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고, 국가 안보와 역사를 지키는 것은 한 나라 국민으로서 의무입니다.”
신 동문의 저서 <충렬탑에 이르는 길>에는 신 동문이 충렬탑 건립을 위해 추진해왔던 일들을 모은 17년간의 추진 일지와 모교 참전 전사자들의 명단이 담겨있다. 책에서 ‘배움은 반드시 넓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쓸모가 있어야 하며, 벼슬은 높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 없어야 한다’ 고전을 인용하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을 기억하고, 그 헌신에 감사하는 후손이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음을 강조했다.
“나와 가정, 부모와 나라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좌도 우도 아닌, 사상과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민족과 국가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동문 한 사람이라도 나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후손들에게도 분명히 그 뜻과 영향력이 전해질 거예요. 동문 여러분들, 충렬탑 건립에 꼭 힘을 모아주세요.”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