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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호 2025년 3월] 뉴스 포럼

“정치가 창조적 파괴해야 경제에 희망”

김종인 이사장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정치가 창조적 파괴해야 경제에 희망”

트럼프 정책, 결국 경기 침체로
“중국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

“트럼프가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해 관세 정책 등으로 압박하지만 그렇게 해서 뜻대로 될까요? 중국은 버티고 더 나갈 겁니다.”

3월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서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중국은 사람, 자원, 역사가 있는 나라”라며 “경제학자 엘프리드 마셜이 말했듯 이런 나라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혁명으로 과거 최고의 나라를 구가했던 영국이 독일 봉쇄 정책을 펼쳤지만, 독일이 세계 최고 제조업 국가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트럼프의 ‘MAGA’ 정책이 결국 자국 경제의 침체,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찬포럼 전경
조찬포럼 전경

‘예측불허의 세계 상황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강연한 이날 김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중국의 성장과 세계 전반의 분위기가 과거와는 너무 달라, 중국의 상품 없이는 전 세계가 생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론 미국 성장률이 높게 올라갈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글로벌사우스 국가와 더욱 밀착해 트럼프의 뜻대로 가지는 않을 겁니다. 또 중국은 2025년까지 한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겠다고 목표하고 실제 AI 등 많은 분야에서 추월까지 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중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창조적 파괴’의 심정으로 정치가 변해야 우리 경제에 희망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장은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국민도 변화에 순응하는데 오직 정치만 변화의 물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한국 정치에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과거 1980년대 일본의 불황 시기 초입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당시 일본처럼 양극화, 저출산, 초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는데 정치가 여기 반응하지 못하고 과거만 답습하는 모습이 일본과 흡사합니다. 급변의 시기, 일본은 정치의 관료화로 잃어버린 30년을 보냈습니다. 우리 정치도 스스로 각성하지 않으면 그대로 따라갈 겁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양극화 문제를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17%만이 대기업, 공기업에서 일하며 괜찮은 월급을 받고 나머지 80%는 그 월급의 3분의 2 또는 절반만 받고 산다”며 “이러한 현실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임금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민간 자율에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막연하게 ‘민간주도의 시장 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하는 미국마저도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만 봐도 케네디 대통령의 ‘문샷 프로젝트’ 투자가 바탕이 됐습니다.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잘 판단하고 정책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더불어, 탄핵 정국 이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개헌’을 꼽은 김 이사장은 “정부 따로 국회 따로 이래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결국은 우리의 민주주의도 이룩할 수 없고, 우리 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거듭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듯 위대해진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됨을 강조했다.


“상대를 존중해야 위대해지는 것이지 자기 혼자서 위대해진다고 절대 위대해지지 않습니다. 존중이 있는 사람과 문화가 있는 나라는 경제 발전을 얼마든지 잘할 수 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변화를 수용하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 그런 인물이 보이는가?”라는 본회 김종섭 회장의 물음에 김 이사장은 “하고 싶은 자는 많아 보이나, 준비된 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제대로 뭘 할지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역대 리더들 대부분이 당선 전 말과 후가 달라, 정책을 끌고 가는 사람이 없었다”며 “선거라는 민주적 권리를 통해 초심을 잃지 않고 국가 공동체를 이끌 리더를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7회를 맞은 이날 조찬 포럼에는 이희범 전임 회장, 김종섭 회장, 모교 유홍림 총장, 조완규 오세정 전임 총장, 안상훈. 김현동 국회의원 등 150여 동문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2000년대 학번 동문들도 몇 명 눈에 띄었다. 정준영(농경제사회09-16 쿠니콘 인베스트먼트 수석심사역) 동문은 “국내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아 김종인 이사장님을 모시고 특강을 한다는 소식에 참석을 했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다면 계속해서 동창회 행사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조윤이(의학17-23) 동문은 “친한 선배가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급변하는 세계 동향 속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이날 참석자 전원에게 7만원 대 아침 식사와 김종인 이사장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증정했다.

송해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