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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호 2025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모교에서 마지막 봉사…전략원 존재감 높이겠다”

전략원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국가 대한민국 미래 그리는 역할 담당
“모교에서 마지막 봉사…전략원 존재감 높이겠다”

전략원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국가
대한민국 미래 그리는 역할 담당

강원택 원장 메인 사진
강원택 (지리81-85) 국가미래전략원 원장

강원택(지리81-85) 모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월 초 국가미래전략원(이하 전략원) 제3대 원장에 취임했다. 강원택 원장은 우리 시대 대표적인 정치학자로 칼럼과 강연, 저술 활동을 비롯해 정치 현장에서 치열한 정치 비평과 진단 작업을 활발하게 해왔다. 유홍림 총장은 4년 차에 접어드는 국가미래전략원이 대외적으로 서울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주기를 바랬고, 그 적임자로 강원택 교수를 택했다. 최근 모교 연구실에 만난 강원택 원장은 “모교에서 마지막 봉사라는 각오로 대외적으로 국가미래전략원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교수 생활 끝 무렵에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나라가 어려운 이때 누군가는 정파적인 다툼에서 벗어나 제대로 목소리를 내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나, 그 역할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했으면 좋겠다는 총장님의 말씀에 공감해 원장직을 수락했죠.”

-첫 행사로 모시기 힘든 국가 원로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서울대라는 공간이 정치적 편향 없이 객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 돼 여야를 막론하고 기꺼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계획을 들려주세요.


“전임 원장님들께서 전략원의 내실을 다져주셨다면, 저는 우리 활동을 널리 알리는 일을 우선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첫 행사로 국가 원로들을 모시고 개헌 토론회를 연 것도 그 일환이죠. 서울대의 자원이 얼마나 풍부합니까? 예술 분야부터 의료분야까지 모든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은 세계에서도 드물죠. 연구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교내외의 우수한 전문성을 융합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분야를 추가로 선정하고 집중 연구해 실용적인 전략과 정책을 제안할 생각입니다. 전략원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략원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바로 정부, 국회 등 국가 기관이라고 할 수 있죠. 주요 의사결정자들에게 필수적인 보고서와 브리핑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의 주요 전략과 정책 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산은 충분한가요. 공간은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 활동하는 데 부족함은 없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학교로부터 독립돼 자체 재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형태로 나아가야겠죠. 스탠퍼드대의 후버연구소가 좋은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전략원 사무실은 우석경제관 4층에 있습니다.”


-개헌 이후의 전략원의 의제는 뭐가 될까요?


“개헌 작업이 이뤄지면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해, 대한민국의 30년 뒤 모습 등이 주요 의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은 100년을 계획하고 나아가는데, 우리는 대통령 단임제 하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조언할 수 있는 기관도 지금 없어요. 서울대라는 큰 조직과 그 안에 우수 인재들을 잘 모아서 우리가 10년, 20년 뒤에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야죠. 굉장히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치의 퇴행, 시민들의 정치 혐오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세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어요. 꽤 긴 시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뭘 했나, 너무 낙관적으로 한국 정치를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더군요.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고,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이 자리를 맡은 배경이기도 합니다.”

-정치인들과 교류도 많이 하시죠?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정치 문제를 다루기 어렵죠.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인을 만나야죠. 언론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학부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정치학자가 되셨습니다.

“대학 생활을 했던 80년대 상황의 영향이 큽니다. 아마 지금 시대 태어났다면 전공을 살렸을 겁니다.”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이라면.

“저술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정치 교육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해 들려주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정치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써보고 싶습니다.”

-정년 이후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생각이 없습니다.”

강원택 원장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역임했고 2010년부터 모교에서 한국의 정치, 정당, 선거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민이 만드는 민주주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등이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