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호 2025년 3월] 뉴스 포럼
“지금 개헌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답습할 것”
국가미래전략원 개헌 토론회 전직 국회의장·총리 총출동 분권형 대통령제 등 제안해

3월 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개헌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정대철·이낙연·정운찬·김진표·강원택·정세균·박범석·김황식·김부겸·김종인 정치 원로들이 참석해 의미있는 논의를 이끌었다.
“지금 개헌 못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답습할 것”
국가미래전략원 개헌 토론회
전직 국회의장·총리 총출동
분권형 대통령제 등 제안해
3월 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정치개혁 대담회가 열렸다.
이번 대담회에는 정세균, 문희상, 박병석, 김진표 전직 국회의장과 정운찬, 김황식, 이낙연, 김부겸 전직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또한, 정대철 헌정회 회장, 1987년 국회 개헌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함께 자리해 의미 있는 논의를 이끌었다. 김형오, 강창희,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데 모인 국가원로들은 현장에서 한목소리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했다. 대담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제), ▲ 완전한 의원내각제 등 개헌안 논의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회의장과 총리를 역임하신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함께하신 행사는 그렇게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 많은 원로 분들께서 이렇게 귀한 발걸음을 해 주신 까닭은 그만큼 오늘날의 한국 정치가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했지만, 정치 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인 정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개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에서 원로들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 정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권력분산형 개헌을 통해 국회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석 전 의장은 “한국 정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승자 독식의 정치 체제다. 제왕적 대통령제, 소선거구제는 단 한 표만 가져가도 권력을 5년, 4년 전부 가져갈 수 있다. 이러한 승자 독식의 정치 체제가 적대적 양당제를 만들었고, 이 적대적 양당제는 협치를 불가능한 상태에 몰아넣었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제왕적 권력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와 나누고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또는 복수 추천하는 방식으로의 전환, 소선거제와 양당제를 타파하기 위한 선거 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전 의장은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이번 대선에서 ‘3+4’(당선자의 경우 3년을 하고 다시 대선을 치러 4년을 하는 안) 개헌을 하자”며 “그렇게 해서 중임의 길을 터줘야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도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를 가진 당도 개헌에 찬성할 것”이라며 지금은 (개헌을 원하는)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의 적기라고 생각을 말했다.
김진표 전 의장은 “국회는 개헌을 처리하기 위한 준비가 이미 다 돼 있기에 여야가 진정성을 갖고 만나서 일주일만 토론하면 필요한 걸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저는 의원내각제는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봐서 책임총리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를 주장한 정운찬 전 총리는 “많은 사람이 4·19 후 실패한 내각제를 다시 채택하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때 그 실험은 1년도 안 돼 5·16 군사쿠데타로 끝났다”며 “지금 국민의 민주주의 식견도 높아졌기에 의원내각제를 해도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도 “의원내각제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제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어떤 분만 개헌에 소극적이고 나머지는 전부 개헌하자고 하는데 그 어떤 분이 n분의 1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저는 그분을 위해서도 이번에 개헌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중대 선거구를 통한 다당제 도입 등의 대안을 이야기 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를 집어 삼킬 것처럼 떵떵거리던 일본이 90년대 들어와 지금까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 일본 정치는 경직된 상황에서 발전을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그대로 경제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지금 정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재현 대화아카데미원장의 언사도 눈길을 끌었다. 강 원장은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며 “원로들께서 갈라진 사회를 통합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겨주시면 좋겠다”고 부탁과 당부의 말을 전했다.
끝으로 행사의 사회를 맡은 강원택 원장은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한국 정치 개혁 논의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 원로들의 깊이 있는 제언이 향후 개헌 논의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