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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2025년 2월] 문화 전시안내

230여 점 귀한 유산 전시, 규장각 진가 보여 준다

규장각 기획전, 별처럼 빛나는 기록의 향연
230여 점 귀한 유산 전시, 규장각 진가 보여 준다


전시회에서 태종실록, 승정원일기, 삼국유사, 화성성역의궤, 대동여지도 등 다양한 세계기록유산과 국보, 보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위 그림은 동문송별도. 

‘별처럼 빛나는 기록의 향연’ 전

정치사, 경제사 등 분야별 전시

삼국유사 원본이 규장각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는 조선왕조의 기록유산뿐 아니라 경성제국대학 시절 수집된 고문서 등도 많다. 규장각에 한국학연구원이라는 이름이 더해진 이유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원장 정긍식)이 1월 22일부터 8월 29일까지 상설전 ‘규장각, 별처럼 빛나는 기록의 향연’ 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 25만여 점의 기록유산 중 정치사, 경제사, 근대사, 철학, 기록학, 미술사 전공 6명의 큐레이터가 선별한 230여 점의 유산들을 각 주제별로 만날 수 있다.

전시를 담당한 김희경 학예사는 “실록, 의궤 중심의 기획전에서 벗어나 규장각의 자료를 6개의 주제로 나눠 그동안 자주 공개되지 않았던 고문서, 회화, 근대 자료까지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각 분야별 조선시대 문헌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은 규장각의 다양한 현판들을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현판들을 통해 정조가 규장각을 통해 조정의 풍조를 일신하고 한 시대의 문치를 이루고자 했던 뜻을 느낄 수 있다. 현판들이 알록달록해 기념 포토월 기능도 한다. 

이어 정치사 부문에서는 태종실록, 일성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의 원본을 통해 조선왕조 통치의 기술, 다스림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문치를 지향하며 500여 년 동안 존속했던 한 국가의 국정 기록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호적대장 ‘산음장적’을 비롯해 나라 살림을 위해 작성한 여러 지역의 호적, 토지 장부 등은 경제사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호적을 통해 좀처럼 알기 어려운 여성과 평민, 노비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이 기록들은 이번 전시에 처음 선보이는 자료다.

화성을 건설한 과정을 기록한 화성성역의궤도 눈에 띈다. 축성 과정에 사용된 도구와 기계, 완공된 건물의 도면 등 105면에 이르는 도설을 비롯해 당시 공사에 동원되었던 장인의 거주 지역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반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이 의궤가 있어, 화성 복원이 가능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될 수 있었다.

미술사 부문에서는 회화, 도설, 지도 등을 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의 ‘불정대’, ‘유점사’ 등 실경산수화와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던 옛사람들의 뜻깊은 모임 장면이 행사기록화로 남겨졌다. 비단에 석채를 이용해 그린 ‘동문송별도’는 선명한 색감과 중국풍의 의상이 이채롭다.

근대 자료는 조선(대한제국)이 서구와 접촉하며 최신 근대 문명을 수집하고, 이를 익혀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록물이다. 특히 청나라에서 발간되어 조선으로 수입된 중국본 도서들은 당시 근대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자 했던 노력을 잘 보여준다.

전시실 곳곳에는 코너별 대표 이미지가 담긴 엽서형 리플렛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리플렛을 하나씩 집으며 전시실을 한 바퀴 가볍게 둘러본 후, 가장 발길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 찬찬히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는 평일 10시~17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은 휴관. 20인 이상 단체 관람시 사전 예약 필수. 무료. 02-880-6030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