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호 2025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식탐 채우되 건강 해치지 않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했어요
최형진 (의학96-02) 모교 의과학과 교수
식탐 채우되 건강 해치지 않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했어요
최형진 (의학96-02) 모교 의과학과 교수
비만치료제 식욕 억제기전 규명
임성기연구자상 대상 수상
최형진 모교 교수팀이 음식을 섭취할 때 위장관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이하 GLP-1)’의 작용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GLP-1에 기반한 치료제가 2005년 당뇨, 2014년 비만을 대상으로 개발돼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GLP-1이 정확히 뇌의 어느 부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최 교수팀은 사람의 뇌 조직에서 GLP-1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시상하부 신경핵에서 높은 발현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광유전학을 활용한 쥐 실험을 통해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즉각 식사를 멈추고, 반대로 억제하면 계속 식사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 1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과 임성기연구자상 대상을 받았다. 2월 10일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최형진 동문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암 걱정을 하시지만,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을 보면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고 동시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때문에 생기는데 이러한 질병은 섭취한 음식물을 흡수하고 에너지로 활용하고 저장하는 과정 즉 대사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발생하죠. 결국 너무 많이 먹어서 앓는 병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1980년 당뇨 환자는 0.9%에 불과했다. 그러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2014년 14%로 급증했다. 한 세대 만에 15배 넘는 당뇨 환자가 발생한 것. 최 동문은 모교 재학시절 은사에게 “과거엔 당뇨란 병은 매우 드물었다”는 말에 착안, 대사 문제로 발병하는 여러 질환은 노화나 죽음 같은 숙명적인 것은 아니며,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2차 대전 종전 후 대체로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살기 위해 먹는 음식보다 맛있게 먹는 음식에 대한 요구가 커졌습니다. 식품 산업이 발전해 이에 부응했고요. 음식 문화의 변화 영향으로 과식하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식하되 뚱뚱하지 않은 삶, 식탐을 채우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죠.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 참가자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최 동문은 비만도 다 같은 비만이 아니라며, 외롭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즐거움으로 푸는 감정적 섭식(emotional eating), 회식₩외식 자리가 잦거나 주변에 간식거리가 많으면 먹게 되는 외부적 섭식(external eating), 과식하고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먹을 걸 찾는 음식 중독(food addiction) 등 3가지 유형과 함께 주식 및 간식의 비중을 종합적으로 살펴 어느 유형이 강한 비만이냐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비만 클리닉은 전문의의 통찰에 기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학이라기보단 예술이죠. 저희 연구팀은 설문 조사를 통해 비만의 심리적₩환경적 요인을 분석한 후 좀 더 세분화한 섭식 유형을 적용, 과식의 트리거가 되는 요인을 제거합니다. TV 프로그램 참가자 중 한 분은 여러 유형이 혼재돼 있었지만 다른 요인 중에서도 무료함의 영향이 컸어요. 먹는 것 대신 운동으로 무료함을 풀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손주와 간식을 먹는 게 습관이었던 이 참가자는 치료 후 손주와 운동을 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였다. 식단을 찍어 카톡에 올리면 상담자가 영양성분을 분석해 조언했고, 일상 정보를 수집해 내담자가 과식할 타이밍에 적절히 관여했다.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다. 다수의 전문 인력이 동원된 밀착 케어이므로 비용이 상당할 듯했지만, 최 동문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비용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더욱 깊이 파고들어 영향을 끼칠 겁니다. 혹자는 기계에 의한 통제를 우려하기도 하죠.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객관화시켜 비추는 거울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정보를 수집해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하지만, 결국 실천하고 안 하고는 다시 개인의 의지 문제로 귀결되니까요. 더 냉정하게 인간을 비추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는 더 발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최 교수팀의 연구는 작년 7월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과학 전반을 폭넓게 다루는 저널에서 의과학 논문이 비중 있게 실리는 건 매우 드문 일. 연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교수라면 사회의 부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에 따라 바쁜 시간을 쪼개 여러 방송에 출연한 최형진 동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닥터 다이어리’와 함께 코칭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비만을 역사 속 사라진 질병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
“10년 전 교수임용식 때 들은 격려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뭘 하든 사회에 크게 기여할 사람들이 기어이 대학으로 돌아왔느냐며, 자신의 호기심에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질타 아닌 질타를 하셨죠. 그러면서 모교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줄 테니 계속 이기적인 사람들로 살아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서울대 덕분에 그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거나 들을 일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교에 감사드리고 싶어요.” 나경태 기자
최형진 (의학96-02) 모교 의과학과 교수
비만치료제 식욕 억제기전 규명
임성기연구자상 대상 수상
최형진 모교 교수팀이 음식을 섭취할 때 위장관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이하 GLP-1)’의 작용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GLP-1에 기반한 치료제가 2005년 당뇨, 2014년 비만을 대상으로 개발돼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GLP-1이 정확히 뇌의 어느 부위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최 교수팀은 사람의 뇌 조직에서 GLP-1 수용체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시상하부 신경핵에서 높은 발현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광유전학을 활용한 쥐 실험을 통해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즉각 식사를 멈추고, 반대로 억제하면 계속 식사하게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난 1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과 임성기연구자상 대상을 받았다. 2월 10일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최형진 동문을 만났다.
“많은 사람들이 암 걱정을 하시지만,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을 보면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고 동시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뇌혈관질환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때문에 생기는데 이러한 질병은 섭취한 음식물을 흡수하고 에너지로 활용하고 저장하는 과정 즉 대사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발생하죠. 결국 너무 많이 먹어서 앓는 병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1980년 당뇨 환자는 0.9%에 불과했다. 그러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2014년 14%로 급증했다. 한 세대 만에 15배 넘는 당뇨 환자가 발생한 것. 최 동문은 모교 재학시절 은사에게 “과거엔 당뇨란 병은 매우 드물었다”는 말에 착안, 대사 문제로 발병하는 여러 질환은 노화나 죽음 같은 숙명적인 것은 아니며,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2차 대전 종전 후 대체로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살기 위해 먹는 음식보다 맛있게 먹는 음식에 대한 요구가 커졌습니다. 식품 산업이 발전해 이에 부응했고요. 음식 문화의 변화 영향으로 과식하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발병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식하되 뚱뚱하지 않은 삶, 식탐을 채우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했죠. TV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 참가자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최 동문은 비만도 다 같은 비만이 아니라며, 외롭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즐거움으로 푸는 감정적 섭식(emotional eating), 회식₩외식 자리가 잦거나 주변에 간식거리가 많으면 먹게 되는 외부적 섭식(external eating), 과식하고 후회하면서도 또다시 먹을 걸 찾는 음식 중독(food addiction) 등 3가지 유형과 함께 주식 및 간식의 비중을 종합적으로 살펴 어느 유형이 강한 비만이냐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제시했다.
“현재까지 비만 클리닉은 전문의의 통찰에 기대 처방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학이라기보단 예술이죠. 저희 연구팀은 설문 조사를 통해 비만의 심리적₩환경적 요인을 분석한 후 좀 더 세분화한 섭식 유형을 적용, 과식의 트리거가 되는 요인을 제거합니다. TV 프로그램 참가자 중 한 분은 여러 유형이 혼재돼 있었지만 다른 요인 중에서도 무료함의 영향이 컸어요. 먹는 것 대신 운동으로 무료함을 풀 수 있게 유도했습니다.”
손주와 간식을 먹는 게 습관이었던 이 참가자는 치료 후 손주와 운동을 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였다. 식단을 찍어 카톡에 올리면 상담자가 영양성분을 분석해 조언했고, 일상 정보를 수집해 내담자가 과식할 타이밍에 적절히 관여했다. 예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다. 다수의 전문 인력이 동원된 밀착 케어이므로 비용이 상당할 듯했지만, 최 동문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비용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더욱 깊이 파고들어 영향을 끼칠 겁니다. 혹자는 기계에 의한 통제를 우려하기도 하죠.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객관화시켜 비추는 거울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정보를 수집해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하지만, 결국 실천하고 안 하고는 다시 개인의 의지 문제로 귀결되니까요. 더 냉정하게 인간을 비추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는 더 발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최 교수팀의 연구는 작년 7월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과학 전반을 폭넓게 다루는 저널에서 의과학 논문이 비중 있게 실리는 건 매우 드문 일. 연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교수라면 사회의 부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에 따라 바쁜 시간을 쪼개 여러 방송에 출연한 최형진 동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닥터 다이어리’와 함께 코칭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비만을 역사 속 사라진 질병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
“10년 전 교수임용식 때 들은 격려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뭘 하든 사회에 크게 기여할 사람들이 기어이 대학으로 돌아왔느냐며, 자신의 호기심에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질타 아닌 질타를 하셨죠. 그러면서 모교가 여러분들을 보호해줄 테니 계속 이기적인 사람들로 살아달라고 말씀하셨어요. 서울대 덕분에 그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하거나 들을 일 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교에 감사드리고 싶어요.”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