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호 2025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드라마 찍은 뒤 버려지는 오픈 세트장 관광자원으로 재탄생 시켰죠”
이동협 전 SBS A&T 대표이사
“드라마 찍은 뒤 버려지는 오픈 세트장 관광자원으로 재탄생 시켰죠”

이동협 (조경79-83) 전 SBS A&T 대표이사
‘미스터 션샤인’ 오픈세트장 제작
은사 이름으로 본회에 1억원 기부
이동협 전 SBSA&T 대표이사가 조정송(회화59-65) 모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의 이름으로 본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조정송특지장학회를 설립, 조경 설계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모교 조경미학 초대 교수인 은사의 가르침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동협 동문은 졸업 후 조경이 아닌 방송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TV 미술 제작에 종사, 현역에 있는 내내 조 명예교수의 가르침이 직장생활을 관통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동협 동문을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작년 12월 4일 자문역을 끝으로 무사히 직장생활을 마쳤습니다. 모교와 은사님 덕분이란 생각에 장학금 기부를 결심했죠. 이전에도 조금씩 기부했는데, 퇴직금 받으면 좀 세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직장생활은 고비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론 적극적인 의지로 극복한다기보단 버틴다는 표현이 적절한 순간들이 많았죠. 어떤 순간, 버티며 현재의 위치를 지키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미학적 관점이나 미술 기본기, 문화적 가치관 같은 은사님께 배운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졸업 후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영상 제작으로 전향한 이동협 동문. KBS 세트디자이너로 방송국에 입사한 뒤론 SBS 개국과 함께 자리를 옮겨 퇴직 때까지 TV 미술 부문에 종사했다. 특정 영화나 드라마의 무대배경이 되는 오픈세트장은 과거엔 임시 가설물이어서 촬영 종료 후 철거하거나 산업 폐기 시설물이 됐다.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됐지만,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겉껍데기만 그럴듯할 뿐이어서 만들었다 부수는 일이 반복됐다.
“제작사에서 찍고 철수하면 쓰레기로 전락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를 떠맡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업계 최초로 규모에 상응하는 투자를 유도해 지속 가능한 영상제작시설 및 영상테마파크로 조성, 영구화하는 일을 했죠. 촬영되는 부분들뿐 아니라 건물이나 거리 전체를 제대로 만들면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득했어요. 유럽은 근대₩중세의 정취를 담은 거리나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압축개발성장을 해온 까닭에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잖아요? 역발상의 접근을 한 거죠.”
논산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이병헌, 김태리 주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다. 제작사가 건립비용을 대고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무상으로 제공한 최초의 영상 자원이자 관광 명소. 적산가옥과 한옥이 혼재된 당시의 거리를 재현했으며 항상 드라마 OST가 흘러나온다. ‘택시운전사’의 촬영지 합천 ‘영상테마파크’, ‘토지’의 하동 ‘토지마을’, ‘사랑과 야망’의 순천 드라마촬영장까지 우리나라의 근대 풍물을 담은 오픈세트장을 계속 운영하는 4곳은 모두 SBSA&T의 프로젝트다. 한류의 한 축인 K드라마 영화의 주요 제작 기반시설이 됐다. 인터뷰 내용을 기부의 동기나 장학금 용처에 대한 바람으로 소박하게 다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각 세트장을 소개하는 이 동문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어느 분야든 사회생활 초기엔 힘이 들지만, 특히 디자이너의 성장 과정은 호흡이 매우 긴 인내의 여정입니다. 조경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건축도 조경도 설계 쪽은 설계비 자체가 비중 있게 책정되지 않다 보니 종사자들 대우가 후하지 못하죠. 그걸 버티고 일어서야 해요.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이익만 밝히면 이쪽 일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각과 낭만이 같이 있어야 하죠. 제 기부금은 디자인 지망하는 후배들의 학업 장려금으로 활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협 동문은 조경에 대한 사랑과 영상 제작 경험을 합쳐 2019년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한 미디어아트 전시 ‘한국의 정원전’을 개최했으며, 2009년엔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기록한 책 ‘정원 소요’를, 올해는 충남 공주에 조구연 전석준 부부의 정원을 기록한 책 ‘정원의 순간’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개인 정원이 지속되려면 가족의 노동력으로 일상적 관리가 돼야 하고, 생명 자연과 교감하는 동시에 치유의 시간이 제공돼야 하며, 관리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은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것입니다. 건축이나 토목도 마찬가지지만, 조경은 작업의 결과가 고정적이지 않은, 시간의 작품이기도 해요. 밤낮으로 또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니까요. 꽃, 나무 같은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동시에 나비, 벌 같은 생물이 관여하면서 설계자도 미처 다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죠. 조경은 거친 생활 환경을 보완하고 위로의 감성을 창출하는 공간 산업입니다. 제 장학금 받는 후배들도 조경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요.” 나경태 기자

이동협 (조경79-83) 전 SBS A&T 대표이사
‘미스터 션샤인’ 오픈세트장 제작
은사 이름으로 본회에 1억원 기부
이동협 전 SBSA&T 대표이사가 조정송(회화59-65) 모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의 이름으로 본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조정송특지장학회를 설립, 조경 설계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모교 조경미학 초대 교수인 은사의 가르침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동협 동문은 졸업 후 조경이 아닌 방송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TV 미술 제작에 종사, 현역에 있는 내내 조 명예교수의 가르침이 직장생활을 관통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동협 동문을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작년 12월 4일 자문역을 끝으로 무사히 직장생활을 마쳤습니다. 모교와 은사님 덕분이란 생각에 장학금 기부를 결심했죠. 이전에도 조금씩 기부했는데, 퇴직금 받으면 좀 세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직장생활은 고비의 연속이었습니다. 때론 적극적인 의지로 극복한다기보단 버틴다는 표현이 적절한 순간들이 많았죠. 어떤 순간, 버티며 현재의 위치를 지키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하니 미학적 관점이나 미술 기본기, 문화적 가치관 같은 은사님께 배운 여러 가지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졸업 후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영상 제작으로 전향한 이동협 동문. KBS 세트디자이너로 방송국에 입사한 뒤론 SBS 개국과 함께 자리를 옮겨 퇴직 때까지 TV 미술 부문에 종사했다. 특정 영화나 드라마의 무대배경이 되는 오픈세트장은 과거엔 임시 가설물이어서 촬영 종료 후 철거하거나 산업 폐기 시설물이 됐다. 수없이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됐지만,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겉껍데기만 그럴듯할 뿐이어서 만들었다 부수는 일이 반복됐다.
“제작사에서 찍고 철수하면 쓰레기로 전락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를 떠맡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업계 최초로 규모에 상응하는 투자를 유도해 지속 가능한 영상제작시설 및 영상테마파크로 조성, 영구화하는 일을 했죠. 촬영되는 부분들뿐 아니라 건물이나 거리 전체를 제대로 만들면 장기적으로 비용도 절감하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득했어요. 유럽은 근대₩중세의 정취를 담은 거리나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압축개발성장을 해온 까닭에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잖아요? 역발상의 접근을 한 거죠.”
논산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이병헌, 김태리 주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촬영지다. 제작사가 건립비용을 대고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무상으로 제공한 최초의 영상 자원이자 관광 명소. 적산가옥과 한옥이 혼재된 당시의 거리를 재현했으며 항상 드라마 OST가 흘러나온다. ‘택시운전사’의 촬영지 합천 ‘영상테마파크’, ‘토지’의 하동 ‘토지마을’, ‘사랑과 야망’의 순천 드라마촬영장까지 우리나라의 근대 풍물을 담은 오픈세트장을 계속 운영하는 4곳은 모두 SBSA&T의 프로젝트다. 한류의 한 축인 K드라마 영화의 주요 제작 기반시설이 됐다. 인터뷰 내용을 기부의 동기나 장학금 용처에 대한 바람으로 소박하게 다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각 세트장을 소개하는 이 동문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어느 분야든 사회생활 초기엔 힘이 들지만, 특히 디자이너의 성장 과정은 호흡이 매우 긴 인내의 여정입니다. 조경디자인도 마찬가지고요. 건축도 조경도 설계 쪽은 설계비 자체가 비중 있게 책정되지 않다 보니 종사자들 대우가 후하지 못하죠. 그걸 버티고 일어서야 해요.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이익만 밝히면 이쪽 일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각과 낭만이 같이 있어야 하죠. 제 기부금은 디자인 지망하는 후배들의 학업 장려금으로 활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협 동문은 조경에 대한 사랑과 영상 제작 경험을 합쳐 2019년 국내 최초로 자체 제작한 미디어아트 전시 ‘한국의 정원전’을 개최했으며, 2009년엔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절을 기록한 책 ‘정원 소요’를, 올해는 충남 공주에 조구연 전석준 부부의 정원을 기록한 책 ‘정원의 순간’을 펴냈다. 책에서 그는 개인 정원이 지속되려면 가족의 노동력으로 일상적 관리가 돼야 하고, 생명 자연과 교감하는 동시에 치유의 시간이 제공돼야 하며, 관리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은 눈에 보이는 직관적인 것입니다. 건축이나 토목도 마찬가지지만, 조경은 작업의 결과가 고정적이지 않은, 시간의 작품이기도 해요. 밤낮으로 또 계절마다 풍경이 달라지니까요. 꽃, 나무 같은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동시에 나비, 벌 같은 생물이 관여하면서 설계자도 미처 다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죠. 조경은 거친 생활 환경을 보완하고 위로의 감성을 창출하는 공간 산업입니다. 제 장학금 받는 후배들도 조경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요.”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