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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2025년 2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교직원의 소리] 기숙사 긴 계단 위에 서서

기숙사 긴 계단 위에 서서



강진영

대학원 16-18
사대 협동과정 환경교육전공 강사

학위과정 중 대부분의 기간 낙성대역 근처 원룸에서 생활했다. 늦은 밤 연구실 문을 닫고 기숙사 삼거리를 지나 기숙사로 내려갈 때면 만나는 한 장소가 있었다. 대학원 기숙사에서 대학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다. 그곳은 뻥 뚫린 시야 속에 크고 작은 도시의 불빛을 수놓은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늦은 밤 계단 위에 서서 바라보면, 연구실을 떠난 시각에 따라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깨어있을 시간에는 ‘아직도 많은 이들이 깨어있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이 잠든 밤 그곳을 지날 때면 꺼진 불들을 보며 ‘아직 내가 깨어있음’에 위안을 받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곤 했다.
작년 여름 늦은 저녁 강의가 끝난 어느 날, 강의를 수강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그 길을 걸어 낙성대역으로 향하였다. 수강생들과 학위과정에서 퇴근길에 했던 생각을 공유했다. ‘여기서 내려다본 야경이 멋지지 않나요? 불빛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대부분은, 무슨 그런 생각을 하냐는 반응이었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 길을 함께 내려왔다.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간혹 ‘공간은 흐르지 않지만, 사람은 흐른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 흐르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인 ‘그 계단’을 내려오며 같은 길을 걸었던 과거의 순간을 떠올린다. 계단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이들은 변해간다. 나 역시 그렇다. 그리고 지금 함께 걷는 학생들도 그러할 것이다.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는 저마다 마음을 담고, 의미를 부여한 공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는 그 계단이 하루를 돌아보고, 하루를 평가하는 퇴근길의 ‘장소’였다. 지금 생각하면 보이는 밤의 불빛 개수라는 우스운 평가기준이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리하고 그 날의 의미를 찾아간 시간이 있었다.

계단 위에서 쌓았던 나의 걸음을 생각하며, 학생들과 함께 다시 그 길을 걷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걷는 이들의 하루하루 속에서 각자의 ‘계단’을 찾길 바라본다.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줄 수 있기를.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각자의 장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그 계단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여전히 그곳에서 하루를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계단은 어디였는가? 그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가? 같은 길을 걸으며, 그때와는 또 다른 마음으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