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호 2024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아이만의 학습방식 존중하면, 평생 공부를 즐기게 됩니다”
박밝음 대구 공립유치원 교사·대구보건대 강사
“아이만의 학습방식 존중하면, 평생 공부를 즐기게 됩니다”
박밝음 (소비자아동05-11)
대구 공립유치원 교사·대구보건대 강사

최근 ‘다섯 살 공부 정서’ 출간
부모도 유아교육과정 알았으면
서울대 출신 공립유치원 교사가 있다고? 서울대엔 사범대학밖에 없는데 어떻게? 서울대 나와서 전문대 출신도 갈 수 있는 데를 굳이?
대구 공립유치원 교사이자 대구보건대 유아교육학 강사로 활약하는 박밝음 동문. 그를 알게 되면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최근 ‘다섯 살 공부 정서’를 펴낸 작가이기도 한 박 동문은 온·오프라인 부모교육 특강을 병행하고 있으며, 브런치·블로그 등 SNS를 통해 가정에서 또 학교에서 깨달은 바를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교육대기자TV’ 출연을 위해 서울에 온 그를 11월 18일 만났다.
“모교에서 아동가족학을 전공할 때부터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 아동도서를 만들기도,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어요. 처우도 근무환경도 지금보다 좋았지만, 재미가 없더군요(웃음). 제가 즐기며 할 수 있으면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학부 시절 관심사로 돌아왔죠. 결혼 후 출산을 고민하던 때이기도 해서, 꼭 유치원 교사가 돼야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잘 기르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어요.”
첫째를 낳고 한 명으론 부모교육을 말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박밝음 동문. 두 살 터울로 둘째를 마저 낳고 이듬해 공립유치원 교사가 됐다. 두 아이를 낳고 기른 엄마의 경험에 교육기관에서 수십 명의 어린이를 지도한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엄마선생님’이란 닉네임으로 부모교육 특강을 시작했다. 경북대에서 아동가족학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박사과정까지 밟으면서 터득한 지식이 든든히 받쳐줬다.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 유치원부터 놀이학교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지만,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어느 수준까지 돼야 하는지 그 기준은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첫째 딸은 올해 7세인데 지난 3월까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글자를 그림처럼 그리며 이야기를 만들고 놀더군요. 교육과정에선 이 정도 수준이면 정상이라고 명시했고요. 믿고 기다리니까 한 달쯤 지나 한글을 깨쳤습니다. 교육과정을 몰랐다면 불안감·조급함에 아이를 닦달했을 가능성이 크고, 외려 악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유치원 교육과정, 즉 누리과정은 ‘놀이 중심’이란 수식어 때문에 마냥 아이를 놀린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다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수립했으며 유아기 어린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방식을 담고 있다. 놀이를 통한 관찰과 경험이 바로 그것. 때문에 박 동문은 교재를 이해하고 암기하는 ‘좁은 의미의 학습’만을 공부라고 여기고, 선행학습에 치중하거나 사교육 업체의 상품·서비스로 아이를 둘러싸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유치원 현장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공부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한 방식이 존중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아이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 즉 ‘공부 정서’가 달라지며, 유치원 때 끼운 ‘첫 단추’가 아이의 일생에 계속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요. 무슨 공부를 얼마나 시켜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내 아이는 무엇을 좋아하고 즐겨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잘 배우고 익히는지 살펴봐 주세요. 아이의 성향과 발달 특성에 잘 맞는 방식의 교육이 제공된다면 틀림없이 공부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유치원 현장에서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공부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한 방식이 존중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아이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 즉 ‘공부 정서’가 달라지며, 유치원 때 끼운 ‘첫 단추’가 아이의 일생에 계속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요. 무슨 공부를 얼마나 시켜야 할지 고민하기 전에 내 아이는 무엇을 좋아하고 즐겨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잘 배우고 익히는지 살펴봐 주세요. 아이의 성향과 발달 특성에 잘 맞는 방식의 교육이 제공된다면 틀림없이 공부는 즐겁고 재미있는 것,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박 동문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교구나 읽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넌지시 아이 곁에 놓고 기다리거나, 부모가 먼저 교구를 쓰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다고 말했다. 교구나 책에 대한 관심도 학습에 영향을 끼치지만, 아이는 그저 부모가 하는 걸 같이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동시에 아는 대로 실천하지 못한 육아 지식을 예로 들면서 “아이들은 다 다르니 어느 누구의 조언도 맹신하지 말고 취할 수 있는 부분만 취하라”고 덧붙였다. 얼핏 모순돼 보이지만, 머릿속 정답에 매달리거나 타인의 교육 방식에 휘말려 불안해하지 말라는, 나아가 그 불안함 때문에 자녀 교육을 그르치지 말라는 뜻은 한결같다.
“스누라이프에 제 커리어를 올렸더니 같은 과 후배한테서 쪽지를 받았습니다. 저처럼 방송통신대학에 재입학했고, 유치원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올해 경남에 합격했대요. 발령받기 전 한 번, 1학기 마치고 한 번 만났죠. 유아교육은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거의 첫 단계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요성에 비해 저평가받는 경향이 없지 않고요. 꼭 유치원 교사가 아니더라도 유아교육에 종사하는 서울대인이 많아지면 이러한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요? 모교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 봅니다.”

박밝음 동문의 책 '다섯 살 공부 정서'
나경태 기자

박밝음 동문의 책 '다섯 살 공부 정서'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