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호 2005년 9월] 기고 감상평
村夫의 夢寐 夢想
金 洙 榮(농화학59 65) 한일종합식품 연구실 이사
심심찮게 촌 백성들의 시위가 일고 있음을 TV로 보게 된다. 물론 밥그릇 싸움(?)이라기보다 더 절박한 생존권의 몸부림이다. 이들의 처절함을 지켜보면서도 침묵하는 위정자들의 생각은 뭘까? 선거 표밭의 수확량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그들에게 진정 사랑과 아픔을 나눌 지혜가 없는 걸까? 아니면 용기가 없는 걸까? 방대한 나라살림을 하는데 정도가 따로 없음이며, 4천만 인구의 口味와 心味를 다 충족 시킬 수 없음이며, 소수의 농업보다 다수의 경제를 생각하며 강대국의 겨자를 울며 먹어야 하는 심정 모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가 해마다 국가에 헌납하는 세금 중 농정의 예산은 어느 정도이며, 그 많은 돈은 정말 얼마나 알뜰할까? 또 그 중 어느 만큼이 그들 표밭에 뿌릴 비료로 쟁취되며, 어느 만큼이 지역적 배당으로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흘러갈까?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15~16년 전쯤인가 보다. 신문에서 국무총리의 짤막한 글(일본-철저정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무렵이 아마 수출호황에 무역흑자를 떠들어대며 한국은행 금고의 넉넉함을 얘기하면서, 일본을 따라잡는 한국과학기술이 앞으로 10년이면 족하다는 언론의 가벼운 입술이 열 올릴 때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의 `10년'에 대한 총리의 일침이었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철저정신', 충실한 `장인정신', 멀리 내다보는 `기획력' 등등. 우리의 범국민적 열망 없이, 열 받은 양은그릇 같은 감성만으론 과연 일본을 극복할 수 있을까 했던 기억도 새삼스럽다. 열등의식(?)도 아니고 일본을 예찬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민초의 아픔을 위해서라도 한마디 하자. 우리나 그들이나 식초 만드는 방법은 비슷하다. 인구는 우리보다 3배 정도 많은데, 식초제조회사는 무려 3백배 많은 9백80여 개였다(1970년 경 통계). 물론 거의가 영세 내지 가내공업이리라. 식초양조에 관한 논문은 어떨까? 한국에서 독점하다시피 생산 판매하는 소위 메이커(maker)의 식초양조에 관한 기초연구논문이,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만, 단 1편이라도 있을까? 아니 기업비밀이므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수백 편은 되리라! 하지만 그네들은 전국 각 縣(우리의 道) 농업기술연구원 등 이곳저곳에서의 논문이 심심찮게 발표되고 있음에 참 놀라웠다. 조그마한 기업들이 그러한 지역적 기술개발 자료와 경험적 장인정신으로 빚은 양조식초를, 당연히 지방특성과 가풍의 전통성으로 자랑하고 있었다. 참 부러웠다. 한국의 천편일률적인 것에 비하면 개성(?)이 있고 지방색도, 맛도 있었다. 한국의 농촌이나 영세기업의 실태를 위정자들 누군가가 다른 각도에서 한번 비교 조사해 봐 주었으면 싶다. 민초들의 눈물과 땀 베인 세금을 먹었으면 체면도 있지 않겠나. 서민들이 공유할 수 없는 몇몇 대기업의 기술이나 개발특허가 극일할 수 없겠고 민족경제를, 서민적 생산성을, 부익부 현상을, 소득분배를 해결할 수 없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우리의 실상을 되돌아보면서 지혜와 슬기를 찾는 것이 위정자들의 일일텐데…. 역시 또 일본 이야기다. 극일하려면 아니, 백성의 진정한 대표로 선출됐다고 자부한다면 귀찮더라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양식풍의 빵과 육식만 좋아하니 쌀이 남아돌게 됐단다. 문교당국이 각급 학교, 그리고 가정의 학부모에게 하루 세끼의 식사 중 한끼만이라도 일본 전통 음식을 취하도록 간곡히 권장했다고 한다. 농업정책의 일환이기도 하고 어린이 비만도 걱정하고, 무엇보다 일본 전통의 맛과 일본인의 `혼'을 잊지 않게 살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스시(초밥)는 우리네 `김치'처럼 지구촌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한다. 그들 스시가 쌀을 얼마나 소모시켜주며 그들 농촌에 어떤 웃음을 주는지 조사해보면 어떨까? 조족지혈이라고 웃고 말 테지! 간편하고 즉석식품으로서 깔끔한 맛과 영양을 즐기려는 현대 샐러리맨의 한끼 한끼가 정말 대수롭지 않은 수량일까. 햄버거나 빵으로 소모되는 밀가루 양은 어느 정도일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도 그 같은 소재가 있지 않은가. 주먹밥이나 김밥도 우리 전통 음식일텐데…. 위정자 누군가가 농업정책자금에서 한 움큼 뚝 떼어 야심적(?)인 영양학자와 조리연구가에게 연구비로 주면 아까울까? 저 녀석들처럼 떠들지 않고 꾸준히 국가대계(?)로 10년을 투자하면 어떨까? 물론 새 발의 피만큼 조금의 쌀이 소모되더라도 우리의 후손들이 할아버지 수염이나 삼베적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지나 말았으면 싶어서이다. 夢寐之間 헛소리라 하더라도 민초들의 세금을 먹는 사람은 읽어 주었으면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