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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호 2005년 9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좋은 형제(Bon Frere)'같은 감독 나오길

朱 英 珉(사회복지91 ­97) SBS 스포츠 취재부 기자

 2005년 8월 23일 대한축구협회는 이른 아침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각종 언론사 기자 40여 명이 몰렸고, YTN은 중계차까지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축구팬은 협회 정문 앞에서 `봉푸레레 GO HOME'이라는 대형 팻말을 몸에 두르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10시30분. 10명의 기술위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실에 나타났다. 그 중엔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洪明補씨도 있었다.  회의에 앞서 주어진 5분의 취재시간. 李會擇기술위원장의 의미심장한 모두발언이 있었다. "일단 오늘 안에 경질여부를 결정하겠습니다. 표결은 하지 않고, 모든 기술위원들의 합의를 도출해 내겠다"고 말했다.  기자실로 돌아온 기자들은 회의가 끝나길 기다리며 각종 추측들을 내놨다.  "표결하지 않으면 유임되는 거 아냐?"  "노인네들 의견대로 가는 거지, 뭐."  "젊은 경질파들이 선배 말 거역하겠어? 유임하자면 `네~' 해야지."  "합의는 무슨…?" 모두들 유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면서도 기자들은 부지런했다. 일찌감치 본프레레 감독 결산 기사를 쓰며 정보를 나눈다. "본프레레 전적에서 통일축구는 빼야 되는 거 아냐? A매치도 아닌데…."  "그래도 3 대 0으로 이겼는데, 하나 써줘." "난 뺄래…."  오후 2시30분. 예상보다 빨리 기술위원회가 결과를 발표했다. 李會擇위원장이 어눌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본프레~에(李會擇위원장은 본프레레를 이렇게 부른다)감독이 지금 현 상황에서는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기 힘들다고 판단, 사의를 밝혀왔습니다. 기술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본 프레레(Bon Frere)'는 프랑스어로 좋은 형제(Good Brother)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나쁜 추억만 남긴 채 떠났다.  정확히 4백32일. 재임기간에 본프레레의 성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들쭉날쭉했다. 전차군단 독일을 3대 1로 꺾기도 했고, 8명이 싸운 중국과 비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사우디에게 안방치욕을 당하며 끝내 여론과 언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그는 짐을 싸야 했다.  24전 10승 8무 6패.  `색깔이 없다' `해외파만 쓴다' `선수들을 비효율적으로 기용한다' `위기 대처능력이 없다' `선수 탓만 한다' 등등. 그에 대한 많은 비난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의 퇴진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프레레의 퇴장이 결정되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 이유는 뭘까?  "과연 그가 한국축구를 망가뜨렸는가?" "이 모든 부진이 선수 탓만 하던 감독 탓인가?" "한국축구가 세계 4강국이라는 환상에 묶여 있는 건 아닐까?"  필자 혼자 되묻기도 했고, 많은 주변인들이 던졌던 물음. 모든 책임을 감독이 뒤집어쓰고 물러났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화려한 과거를 잊지 못한다. 항상 그 날을 기억하며 바로 이 순간도 화려함을 뽐내려 한다. 하지만 항상 현재는 원점이다. 일본에게 지고, 사우디에게도 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축구의 현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화려해 지고 싶다면 말이다.  단지 감독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그를 선택한 축구협회의 안이한 대처, 한국축구 수준을 너무 높게만 평가했던 국민들, 잔뜩 기대만 부풀린 채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떠 넘겼던 언론까지….  본프레레와 함께 한국축구가 망가지지는 않았다. 좀 더 나아지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기 위해 우린 본프레레를 보냈다. 단지 2006년 독일월드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10년, 20년 뒤에도 한국축구는 계속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퇴임이 결정된 이후 본프레레는 많이 변해 있었다. 그렇게 언론을 싫어하고 외면하더니, 이젠 카메라 앞에서 묻지도 않은 말들을 늘어놓는다. 특히 항상 빼 놓지 않는 말이 있다.  "다른 감독이 와도 한국축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축구협회를 비롯해 자신을 비난한 여론과 언론에 대한 서운함의 표시일 것이다. 떠나는 감독으로서 이런 악담을 해서는 안 되는 거지만, 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는다.  조만간 새 감독이 올 것이다.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본프레레가 남긴 나쁜 기억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 모두가 새롭게 킥오프(kick-off)를 해야 한다. 또 다시 감독 탓만 할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