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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2024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기레기’란 말은 좋은 뉴스에 대한 목마름…독자 손 닿는 데 있겠다

변진경 시사IN 편집국장
 
‘기레기’란 말은 좋은 뉴스에 대한 목마름…독자 손 닿는 데 있겠다
 
변진경 (국어교육03-08)
시사IN 편집국장




최연소이자 첫 공개채용 출신
서로 응원해주는 동료들 소중

 
변진경 동문이 5월 1일 시사IN 제10대 편집국장에 취임했다. 최연소이자 첫 시사IN 공채 출신 편집국장이다. 일찍이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 모교 대학신문에서 기자 실무를 경험한 그는 대학생 인턴 기자를 거쳐 언론계 진출을 결심했다.

시사IN은 2007년 시사저널을 퇴사한 기자들이 창간한 매체. 재벌의 압력을 받은 경영진이 기자의 동의 없이 비판적 기사를 삭제한 채 발행하면서 갈등이 촉발, 1년 넘게 파업이 계속됐던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의 진통 끝에 탄생했다. 태생부터 비판 정신을 내재했으며 기자 특유의 필력과 광고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특성을 띤다. 5월 29일 서울 중림동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서 변진경 동문을 만났다.

“꼭 시사IN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언론인 선배들이 거리로 나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쩌려고 저러나, 내심 걱정했었죠. 무척 불안정했는데도 신입기자 3명 뽑는데 2000명 넘게 지원하더군요(웃음). 언론에 거는 기대와 기자 직군에 대한 사회적 선망이 최고점에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죠. 그때 시사IN 공채 모집 홍보 문구가 ‘언론계 최고 대우를 해드립니다’였어요. 연봉이 아니라 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주겠다는 뜻이었죠. 망망대해를 두고 조각배에 올라타는 기분이었지만, 재밌었습니다.” 

근로계약서고 뭐고 없이 ‘일단 해보자는 심정’으로 시사IN에 입사한 변진경 동문. 첫 급여를 받았을 땐 ‘월급도 나오네’라며 좀 놀라기까지 했다고. 그러나 기자는 본래 이해득실에 민감하고 자기만의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물욕 대신 공명심이나 허세, 본인 저작물에 대한 애정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낭만이 뒤섞인 그런 욕심이다. 주류 언론사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한 인력으로 다양한 뉴스 섹션을 커버할 뿐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개설, 정치 평론과 영상 기획물까지 꾸준히 업로드하는 힘이 그런 욕심에서 비롯한다. 시사IN 유튜브 채널은 최근 구독자 32만명을 돌파했다. 

“기자나 PD 한 사람이 기본적으로 여러 역할을 합니다. 시상식 같은 데 나가면 다른 매체에서 여러 명 우르르 올라갈 때 저희는 한두 명 올라가요. 원해서 하는 일이니까 가능한 성과이자 능률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떨 땐 일을 좀 덜고 싶을 때도 있어요. 또 어떨 땐 확 빠져들어 더 많이 일하기도 하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척 소중한 조직이기에 동료 기자의 그러한 심리나 상황을 잘 헤아려주고 응원해줍니다. 기자로 부자 되긴 솔직히 힘들잖아요. 돈 많이 벌고 싶었다면 애초에 언론계로 오지 않았겠죠. 시사IN에 왔다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에요.”

변 동문은 대학신문에서 만나 평생 반려자가 된 김응창(기계항공96-04) 동문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남편 덕분에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다고. 변 동문은 2018년 아동학대 연속 보도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2021년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기획 ‘스쿨존 너머’로 한국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데이터저널리즘 혁신상’ 등을 받았고, 2023년엔 화물차 기사의 노동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룬 기획 ‘화물차를 쉬게 하라’로 노근리평화상 언론상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보도상 등을 받았다. 화려한 수상 이력을 후광 삼아, 처우가 꼭 중요하지 않다면, 더 큰 영향력의 다른 매체로 자리를 옮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자 일을 그만두는 건 몰라도 시사IN 기자를 그만둔다는 건 상상이 잘 안 돼요.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이직하는 것보단 시사IN을 더 영향력 있는 매체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큽니다. 제 기사가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길 바란다면 기사의 퀄리티를 먼저 고민해야죠. 주간이라는 점도 굉장히 좋은 여건이라고 생각해요.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쓸 확률을 확 낮춰주거든요. 처음부터 불성실한 기사를 쓰고 싶은 기자는 없을 겁니다. 이슈나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쓰는 거겠죠. ‘기자’라는 이름에 기대되고 희망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가 시사IN이라고 생각해요.”

시사IN에선 근태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 어디서 뭘 하든 회의 때 약속한 기사가 제때 나오기만 하면 된다. 다만 기사를 보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빤히 보인다고. 변 동문은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쓴 기사들이 결국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선 남의 관심사를 쫓지 말고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 아래 새로운 기사는 없다. 아이템이나 취재원이 겹치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라”고 조언했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읽기에 부담 없는 언론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 기자들은 사실 종이 매체에 친숙하지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에요. 분량이 너무 길거나 논문 같은 기사는 지양하고, 인터랙티브 페이지 등 디지털 실험을 시도해봤죠.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시점부터, 어떻게 보면,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해요. 언론에 대한 강한 비판과 질타는 곧 뉴스의 필요성, 좋은 뉴스에 대한 갈급함을 방증하거든요. 뱃구레가 커졌는데 쉽게 손에 잡히는 음식은 불량식품뿐이라 허기를 잠재워도 계속 짜증이 나는 상황인 거죠. 매체의 진영이나 성향을 떠나 좋은 기사는 어디에나 있어요. 그런 기사를 알아보고 응원하는 일에 서울대 동문들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사IN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만큼 독자의 손 닿는 곳에 있기 위해 노력할게요.”

시사IN 구독 문의: 02-3700-3200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