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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2024년 3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68동 파워플랜트에 실탄 사격장 있습니다

서울대 사격회

동아리탐방
서울대 사격회

68동 파워플랜트에 실탄 사격장 있습니다



관악캠퍼스 파워플랜트 사격장에서 공기소총 사격 연습을 하는 사격회 회원들. 사격장은 사격회 회원 외에 출입이 통제되며 CCTV 감시 하에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대학캠퍼스 중에는 국내 유일
1968년부터 이어진 전통 자랑


3월 5일 관악캠퍼스 68동 파워플랜트 2층. 서울대 사격회 박선기(철학23입) 회장과 강지원(바이오시스템공학23입) 부회장을 따라 들어가자 학교에서 상상도 못 했던 공간이 나타났다. 다섯 사람이 설 수 있는 사대(射臺)로부터 10m 안쪽으로 뻗어나간 시선이 총알 자국 무수한 벽과 나란한 과녁에 꽂히자 묘한 긴장감에 정신이 차려졌다. 조명이며 규격까지 대한사격연맹의 기준에 따라 지어진 이곳은, 오직 서울대 사격회만 쓸 수 있는 전용 사격장이자 동아리방이다.

“국내 여러 대학에 사격동아리가 있지만, 학교 안에 사격장이 있는 곳은 서울대뿐이에요. 저희로서는 행운이죠.” 1968년 설립된 사격회는 이 행운을 누리려 찾아오는 이들로 한결같이 인기 있는 동아리다. 30명의 신입 부원을 포함해 약 50명이 활동 중이다. 총을 처음 잡아본 여학생부터 군필 남학생까지 골고루 구성됐다.

공기 소총과 공기 권총을 사용하는 사격회의 훈련은 강도 높기로 유명하다. 1주일 내내 하루 2시간씩 연습을 열고, 모든 부원이 최소 2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중도 포기자는 드물다”는 설명.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훈련 체계 덕택이다.

“첫 주엔 안전 교육을 시키고, 총기를 다루는 법도 설명해요. 그 다음 총을 본격적으로 잡게 하죠. 처음엔 총알을 표적지의 어느 쪽이든 한 곳에 모으는 백지 연습을 하다가, 익숙해졌다 싶으면 표적지 한 장당 다섯 발씩 6장을 쏘는 ‘반사’, 12장을 쏘는 ‘전사’에 들어가요. 전사에서 70%(420점) 이상 점수를 받으면 사격회 정회원이 됩니다.”(강지원)

정회원은 어느 때든 사격장에서 연습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동시에 후배들의 훈련을 담당한다. 75%(450점) 이상을 받으면 공기 권총을 배울 수 있다. 뒤처지는 부원은 추가 훈련을 해서라도 끌어올려 주니 성실히만 임하면 한 학기 만에 거의 모두 정회원으로 승급된다. 사격장 한 쪽 벽에 걸린 개인 기록판도 승부욕을 자극한다. 현재 1등은 95% 명중률을 기록한 사격회 출신 김영원 명예교수. 모국에서 사격 선수로 활동했다는 한 박사과정 유학생은 단숨에 훈련부장까지 올랐다.

‘사격에 로망이 있어서’, ‘집중력을 높이려고’ 등의 이유로 시작한 부원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사격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차갑게 노려 뜨겁게 격발한 한 발은 쌓인 스트레스까지 명중시킨다. 박선기 회장은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느낄 때마다 사격장에 온다. 사격 성적이 향상되는 게 보이니까 성취감을 느끼고 원동력도 얻어서 꾸준히 훈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지원 부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가 커서 집 앞 사격장을 다녔다. 지금도 조별 과제 등으로 힘들 때마다 여기 와서 한 번 쏘고 가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모교 사격회는 고려대, 숭실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7개 대학과 맺은 서울지역 대학 사격동아리 연합(서사연)의 일원이다. 각 대학이 번갈아 사격대회를 열고 있다. 동아리방에 즐비한 트로피가 말해주듯 모교는 여러 차례 실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서사연 대회에선 사격부 입사 단체 1등, 슬사(무릎 쏴) 개인 2등을 기록했다.

박 회장은 “사격장이 학교 내에 있어 자주 훈련할 수 있고, 편한 분위기를 조성한 게 좋은 성적의 비결 같다. 서로 말도 편하게 하고 건의도 스스럼없이 하도록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려 한다. 소수 인원이 연습하는 구조인 만큼 페인트 총을 쏘는 서바이벌 게임, MT 등 전체 모임도 자주 가진다”고 했다. 물론 사격장 출입 관리와 총기 관리, ‘총을 들고 대화하지 않는다’, ‘총기 사용시 대여 대장을 작성하고 사용 후 꼭 분해해 청소한다’ 등 동아리 규칙을 지키는 데는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안정적인 동아리의 모습은 56년간 사격회를 거쳐간 선배들이 다져놓은 것이다. 1988년 선배들이 만든 사격 이론서 ‘우리에게 총이 있으니’는 사격의 역사와 의미, 사격 기술을 망라한 동아리의 보물. 요즘은 주요 부분을 추려 만든 PDF를 교재로 쓴다. “견착과 자세 유지를 돕기 위해 입는 여러 벌의 사격복도 족히 10년은 입어온 것”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선수에 등록하려는 후배가 있으면 OB선배들이 나서서 돕는다.

이에 보답하듯 선배에 대한 예우도 깍듯하다. 매년 11월 사격부 창립을 기념하는 창립총회에 OB들을 초대하고, 회지도 제작해 발송한다. 요즘 후배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사격회에 무슨 일이 있는지 소상히 적어 알린다. 박선기 회장은 “선배님들께서 총기 지원도 해주시고, 개인 총기를 후배들이 쓸 수 있도록 양도해 주시는 경우도 많다.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격회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