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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호 2005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裵命仁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 대표변호사

"동생,아들,며느리,사위 전공은 달라도 봉사,화목정신 잃지 않는 색깔은 하나"
남동생 裵命國(국문62졸) 裵命穆(경제58 ­63) 사위 趙垣翔(화학공학80 ­84) 史東珉(농화학80 ­84) 장남 裵益準(사회복지88 ­92) 며느리 具雅(작곡92 ­96)
"나이 들면 老慾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걸 버려야지요. 먼발치에서 자녀들이 건강하게 사는 모습 지켜보고, 또 물러날 때를 알고 조용히 독서를 하거나 집 앞 산책로를 걸으며 노년을 즐기되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면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줄 수 있는 그러한 `원로'로 남고 싶어요."  평생을 법조인으로 걸어온 裵命仁(법학52 ­56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 대표변호사,본회 부회장)동문은 그동안 검사로 30년, 법무부 장관으로 3년, 로펌 설립자이자 대표변호사로 20년동안 활동해왔다. 또 지난 2000년에는 법대동창회장을 역임하며 제1회 바둑대회 개최, 장학기금 확충 등 동창회 활성화를 위한 봉사를 아끼지 않았다.  "검사생활을 잘 모르는 사람은 제 생활이 꽤 화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정말 목숨을 걸고 나라의 대소사를 조사하고 해결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야근은 기본이고, 지방근무도 잦아 그 흔한 가족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 간 `부족한' 아버지입니다. 고맙게도 아내가 그러한 저의 생활을 이해해주고 자녀교육과 집안 일을 완벽하게 도맡아 줘 제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죠. 아쉬운 점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자녀(2녀1남)들의 학교생활이 어떤지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지금은 장녀와 장남 가족이 근처에 살고 있어 자주 왕래하며 손자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6남1녀 중 장남인 裵命仁동문,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첫째 남동생 裵命國(국문62졸 대한민국 헌정회 사무총장)동문과 현재 미국에서 사업가로 활동중인 둘째 남동생 裵命穆(경제58 ­63 前장복건설 회장)동문을 비롯해 형제들이 각자의 재능을 살려 각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부친 故 裵東守옹의 자녀교육에 대한 고집스러운 열정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  전형적인 선비집안으로 시골에서 농사생활을 하던 부친 裵東守옹은 더 나은 뒷바라지를 위해 자녀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함께 공부하며 한의사자격을 취득, `장생한의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한의원을 개업해도 다들 형편이 어려워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 연락 가능한 친척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종일 뛰어다니시는 모습에 그만 목이 메이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아버님의 교육에 대한 희생이 없었더라면 우리 형제들이 이만큼 발전하고 좋은 길을 걸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친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장남 裵益準(사회복지88 ­92 Diageo 이사)동문과 예일대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사를 지낸 며느리 具 雅(작곡92 ­96)동문을 비롯해 맏사위 趙垣翔(화학공학80 ­84 동양화학 부장)동문과 작은사위 史東珉(농화학80 ­84 충북대 농화학과 교수)동문이 모두 모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같은 학과를 졸업한 동문이 한 명도 없는 데다 활동분야도 학계,정계,경제계,법조계,이공계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우리 집은 대대로 사위들이 모두 어질고 착합니다. 세 명의 자녀를 비롯해 저희 형제들도 중매를 통해 배우자를 만났는데, 裵씨 집안에 시집,장가 온 사람들이 모두 성품이 온화합니다. 사람 됨됨이를 먼저 보기 때문에 전공지식이나 특기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 형제들도 부모님께서 특별히 강요하신 게 없기 때문에 저마다 내는 색깔이 다릅니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裵命仁동문은 학창시절 씨름, 달리기를 비롯해 바둑, 골프, 테니스, 정신수양을 위해 망중한으로 배운 서예 등 지금까지도 각종 모임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돈독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裵동문은 지난 1982년부터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법조 역사상 처음으로 법무법인 제도를 신설해 변호사 업무 수행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으며, 재소자 교화 사업, 출소자 갱생 보호사업에 많은 힘을 기울여 청소년 범죄 예방과 소년범 선도에도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장남인 益準이는 사회학과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며 딱 3년만 기자로 활동하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3년 뒤 중앙일보를 그만두더니 하버드대 Kennedy스쿨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귀국해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현재 Diageo에서 대외관계를 담당하고 있어요. 신경을 많이 못 써줬는데, 益準이가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해나가는 것 같아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작은사위 史東珉동문 역시 裵命仁동문처럼 전공을 살려 농학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충북대 산하 식물종합병원 환경재해진단부장, 학내 봉사활동 동아리인 `폴레리스' 지도교수를 겸하고 있는 史동문은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제15회 과학기술 우수 논문상(농수산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마침 오늘 益準이 생일이라 장남 가족과 오붓하게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는 裵命仁동문은 "자녀들에겐 건강한 심신을 가지고 타인을 배려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인내하라고 말합니다. 특히 언제나 만족할 줄 아는 삶, 즉 자신의 분수를 알고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죠. 그래서 오늘은 건강하게 살아준 아내와 함께 손자들을 만나러 가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인 것 같다"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