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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호 2023년 4월] 뉴스 모교소식

“감성지능 높으면 일도 공부도 더 잘한다”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 특강

“감성지능 높으면 일도 공부도 더 잘한다”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 특강




EQ(감성지능) 개념 공동창시
나이 들수록 감성지능 높아져


“감성이 사고를 방해한다는 오래된 생각은 바뀌었습니다. 감성은 적응적이고, 기능적인 것이 됐습니다. 주의를 집중시키고, 중요한 것을 말해주고, 행동에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도와주죠.”

3월 24일 오전 9시 30분, 관악캠퍼스 문화관 중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 앞에 피터 샐러비 예일대 총장이 섰다. “뛰어난 심리학자이자 사회과학자, 교육자”라고 소개된 그는 ‘EQ’로 잘 알려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개념의 공동 창시자다. 스탠퍼드대 졸업 후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예일대에서 교수로 재직해 왔고, 2013년부터 10년째 예일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협력본부 주관으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그는 감성지능을 측정하는 방법과 다양한 상황에서 그것이 예측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는 두려울 때 더 잘 달리고, 슬플 때 더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도 서술된 것이다. 감성을 지능의 일종으로 이해하는 학계 주장도 일찍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그가 공동 연구자와 감성지능의 개념을 발표했을 때 세상에 바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투고하는 저널마다 게재를 거부했습니다. 우리 아이디어가 말도 안 된다고들 했죠. 작은 저널에 실렸지만 5년간 한 번도 인용되지 않았어요.”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대니얼 골먼이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 그 논문을 인용하면서 감성지능은 IQ 못지않게 뜨거운 화두가 됐고, 감성지능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는 감성지능을 네 가지 기능으로 정의했다. 자기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관리하고, 생각을 명확히 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정을 이용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의 집합이기에 지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그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주고, 세상과 우리의 상호작용을 돕습니다. IQ와는 다른 방식으로 배울 수 있죠.”

개인차가 커서 연구가 어려운 감성의 측정을 위해 그와 연구진은 MSCEIT라는 검사 도구를 개발했다. “MSCEIT에서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연인, 배우자, 파트너와 관계가 더 좋았고요. 학교에서도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은 공감적인 사람들로 평가됐죠.” 이후엔 다양한 환경에서 감성지능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도 살펴봤다. 회사에서 MSCEIT 점수가 높은 직원은 리더십 있고, 스트레스를 잘 견딤으로써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직장생활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샐러비 총장은 “낮은 감성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사회적 딜레마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감성지능이 낮은 아이들은 주의력 결핍을 보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감성지능은 교육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 감성지능센터는 감성지능을 개발하는 ‘RULER’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행동과 학업 성취에 대한 영향력을 연구하고 있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교육하고, 그들의 감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도 필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잘 사용함에 따라 세상 사는 게 더 유리해지니까요.” 그는 문화권별 감정 표현 차이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은 “AI가 일터에 도입되고, 인간과 상호작용이 점점 줄어드는 환경에서도 감성지능 개념이 유효한지” 물었다. 그는 “AI가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꾸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해야 한다. 두려워 말고 새로운 도구로서 잘 활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학생이 “한국에서 남자는 삶에서 단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고 운을 떼자 객석은 웃음을 터뜨렸고 샐러비 총장도 미소를 지었다. “이런 감정 표현의 억압이 감성지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가”란 질문에 그는 “때로 감정 조절은 어떤 일을 지속하는 데 유용한 기술이다. 아마도 소년들에게 더 요구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예일대 학생들은 평균보다 약간 낮은 감성지능 점수를 받습니다. 아이비리그에 오기까지 경쟁이 너무 심해서 감정의 억제가 필요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이 젊기 때문입니다. 감성지능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높아진다는 거예요. 인생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감성지능을 더욱 높여줄 겁니다.”

그는 “총장이 되면서 연구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강의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어 기쁘다”는 소감을 말했다. 강연 후엔 무대로 올라온 학생들에 둘러싸여 셀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