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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호 2005년 8월] 뉴스 모교소식

무엇이 대학을 위하는 길인가

무덥고 습한 더위에 기분전환을 위한 기쁜 소식은 전해드리지 못하고,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최근 우리 대학이 발표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전형방안은 큰 사회적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에 대한 일부 정치권인사의 비이성적 반응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우리 교수협의회는 두 번에 걸친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조금씩 정리돼 가고 있습니다만 이번 사태는 입시논술방안 그 자체 때문에 유발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 일부의 정치적 의도, 왜곡된 고등교육관, 그리고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몰이해 등이 어우러져 발생했다고 믿습니다.  돌이켜 보면 개교이래 서울대학교가 배출한 수많은 졸업생들은 사회의 각 부문에서 선각자로, 지도자로 또는 이름 없는 봉사자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아왔으며 오늘의 우리 나라를 이룩하는 밀알이 돼 왔습니다.  또한 1960년 2월에 창립된 우리 교수협의회는 지금까지 독재와 통제의 제도화에 항거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학원의 자주화와 민주화운동을 통해 대학의 자율화를 묵묵히 신장시켜 왔습니다. 이 점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일각에서는 우리의 지나온 역사와 헌신, 그리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급기야 `서울대학교 폐교론'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편향된 이념이 낳은 이 오도된 가치관과 사태의 본․말, 경․중, 원인․결과를 혼동하는 비현실적 탁상공론이 우려를 넘어서서 위험수위에 육박하지 않았나 하는 경각심을 새삼 갖게 합니다.  최근에 졸업생을 자처하는 일부 동창의 이해하기 힘든 언행을 보면서, 우리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의 전수자로서만 처신하지는 않았는지, 그리하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지혜를 외면한 채 자신의 이익과 영달만을 꾀하는 인간상을 심어주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학교가 차지하고 있는 특수성을 십분 인식하여 매사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면서, 무엇이 진실로 국가와 대학을 위하는 길인가를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아끼는 모든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오니, 채찍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 주시기를 당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