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28호 2005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세 아들과 두 사위 모두 CEO 지내

"물욕 멀리, 정신적 가치 추구를 생활신조로" 故 秋月映 前경남고, 부산고 교장

秋月映동문의 서울대 가족  5남 秋智錫(화학공학59 ­64)  6남 秋俊錫(경제67 ­71)  7남 秋浩錫(경영69 ­73)  사위 趙文濟(경제59 ­65)   朴錫炫(섬유67 ­75)  여느 집에 들르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멋진 가족 사진이 걸려 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오붓하게 찍은 사진, 자녀의 결혼식에서 사위나 며느리를 맞이하는 사진, 특별한 기념일에 3대가 다함께 모여 찍은 大가족 사진 등 하나같이 그 속엔 추억이 서려있고, 가족애가 묻어난다.  지난해 8월 21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는 국내 최초로 개방형 학교 도서관을 설립한 부산 교육계의 泰斗이자 7남 2녀를 모두 훌륭하게 키운 故 秋月映(경성사범25졸)동문의 백수를 기념하는 `秋씨 가족모임'이 있었다.  부인 崔福金여사, 7남2녀의 자녀들과 그 배우자, 손자, 증손자들까지 큰 볼룸을 가득 메운 `秋씨 가족모임'은 무더운 여름날씨와 시원한 바닷바람이 앙상블을 이루듯 4대가 하나가 되어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며 연신 미소를 지었던 秋月映동문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념사진을 마지막으로 지난 1월 가족들의 곁을 떠났다.  秋月映동문을 대신해 5남 秋智錫(화학공학59 ­64)동문은 당시의 모임을 이렇게 회고했다.  󰡒먼저 미국에 있는 손자들이 자랑스런 할아버지의 백수를 축하하고 싶다며 같은 날 휴가를 받아 고향인 부산에서 모이기로 하고 이를 알려 왔습니다. 그 제안을 삼촌들이 받아들여 아버님 슬하의 온 가족이 다 모이게 되었고, 정말 기적 같고 꿈같은 뜻깊은 행사를 가졌습니다.󰡓  秋月映동문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헌신했을 뿐만 아니라 경남고․부산고․부산여고를 명문고로 성장시켰으며, 교장으로 부임하는 학교마다 새 교사를 짓는 등 직접 발로 뛰는 `건설 교장'을 자처하며 열정을 바쳤다. 특히 경남고 교장으로 있던 지난 1957년,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개방형 학교 도서관을 설립해 󰡒도서들이 얼마가지 않아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에도 󰡒교사가 학생을 믿지 못하면 누굴 믿겠느냐󰡓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국내 학교 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새 지평을 열었다.  󰡒부친께서는 엄하셨지만 인자하셨고, 하나를 설명해드리면 몇 배를 질문하실 정도로 호기심이 많으셨으며, 자녀들의 얘기에 귀기울이셨죠. 생활은 넉넉지 못했으나, 사람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시는 부친을 보면서 형제들이 어떤 프라이드를 가지고 자랐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시는 모습에 저희 아홉 남매도 나름대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다들 큰 탈 없이 평탄하게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아들 가운데 秋智錫동문을 비롯해 6남 秋俊錫(경제67 ­71 부산항만공사 사장)동문, 7남 秋浩錫(경영69 ­73 파라다이스 사장)동문 그리고 큰사위 趙文濟(경제59 ­65 삼구와인 부회장)동문과 둘째 사위 朴錫炫(섬유67 ­75 前이수세라믹 상무)동문이 모교를 졸업했으며, 국내 굴지의 기업 CEO를 역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GS칼텍스정유, GS건설 등 초기 멤버로 활약한 秋智錫동문은 LG그룹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경영인으로서 활동했으며, 이후 약 10년간 효성그룹의 사장․부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모교에서는 30년이 다돼 가는 59학번 월례골프모임과 출신 단대도 다르고, 출신지역도 다르지만 죽마고우로 40여 년을 지내온 동기모임인 `童勿會'를 비롯해 그동안 秋智錫동문이 관여했던 분야의 크고 작은 모임에 일일이 참석하며 퇴임 후에도 한국공학한림원 최고경영인평의회 운영위원장, 이건산업 사외이사, 한국 왓슨와이어트 고문 등으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족 중 유일하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6남 秋俊錫동문은 30여 년간 경제부처에서 산업과 무역에 대한 정책입안․행정업무 등을 수행해온 `산업정책전문가'.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뒤 지난 2004년부터 부산항만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와이셔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봉제품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秋浩錫동문은 그의 겸손하고도 의리 있는 성품 때문에 45세의 젊은 나이에 대우중공업 CEO를 맡아 세간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한국와이즈넷 대표를 거쳐 현재 파라다이스 사장으로 역동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을 거쳐 삼성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큰사위 趙文濟동문은 가족끼리 조금 소원하다 싶으면 가장 먼저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는 `이벤트메이커'. 무림제지 부회장을 거쳐 현재 삼구그룹 부회장으로 최근 설립한 삼구와인의 운영을 직접 맡고 있다. 趙文濟동문은 秋智錫동문과 대학 동기이고, 둘째 사위 朴錫炫동문은 秋俊錫동문과 대학 입학동기라는 인연으로 가족 단합에 기여하고 있다.  매 2년마다 갖기로 한 `秋씨 가족모임'을 내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질 예정이라고 말하는 秋智錫동문은 󰡒부친께서는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분수에 편안한 사람이 되라고 하시면서 물질에 연연하지 않고 내적인 가치를 추구하시는 평소의 모습을 저희에게 남겨주셨습니다. 내년엔 가족들이 더 좋은 모습으로 다 같이 만나 아버지의 모습을 기리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