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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2005년 7월] 기고 감상평

대학이 국제적 생존경쟁의 첨병이 돼야

"논술고사는 인재 선발의 합리적 잣대"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0월에 대학 입시제도의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는데 그 골자는 이러하다. 즉, 2008학년도부터는 대학입학 수능고사는 9등급으로 나눠 등급 상항만 표시해서 반영하도록 하고, 대학 입시는 전적으로 고등학교 내신성적의 등급만을 기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3불정책'이라고 해서 첫째 대학별 본고사 실시 불가, 둘째 고등학교 등급제 실시 불가, 셋째 기여입학제 실시 불가를 강력히 못박고 있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내신성적도 절대평가제에 의한 성적이 아니라 학급별 또는 학년별 학생들의 상대평가, 즉 한 학급 또는 전 학년 학생 몇 명 중에서 몇째를 했느냐 하는 식으로 등급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고교의 성적을 절대평가제로 점수화할 경우 각 고교에서의 시험문제 난이도의 완화 경향과 인위적 조작에 의한 고득점자 양산 등의 비리가 야기될 소지가 있고, 또한 그로 말미암아 고교별 내신성적의 공평을 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상대평가를 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비리의 요인은 어느 정도 예방될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동일 학급 내, 또는 동일 학교 내의 성적 등급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져 급우간의 우애나 화합의 분위기가 무너지기 쉽고 정신적 병리현상까지 일어나는 비교육적 양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벌써 현실상황으로 각 고교에서 팽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자신의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학생까지 발생했다.  또한 대학 입시를 고교 3년간의 내신성적에 따라 전형할 경우 고교생들은 한 학년 동안에 치러야 하는 1~2학기의 중간고사와 학기말 본고사가 매번 대학 입시격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3개년 동안에 12회의 대학 입시를 치르는 꼴이고, 거기에 다시 수능고사와 대학별 논술 또는 면접고사를 합해서 14회의 입시를 치르는 셈이다.  말하자면 내신제 입시방침을 고수할 경우 고교생들은 3년 내내 대학 입시의 긴장된 경쟁 속에서 보내야 한다. 그것이 과연 청소년들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청소년들은 꿈과 낭만을 즐기며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호연지기를 기르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요망스러운데 내신제 입시제도는 청소년들로부터 그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고교생들이 대학 입시제도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 그 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신제 입시제도를 실시할 경우 학원과외 등 사교육의 폐단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교육당국은 말하고 있지만, 내신제 입시방침이 발표되자 이번에는 대학 입시를 위한 과외수업이 아니라, 내신성적의 등급 향상을 위한 소위 `내신과외'가 기승을 부린다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그러나 각 대학으로서는 등급제 내신의 입시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고교별 성적의 격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어떻게 조절해서 전형하느냐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인 것이다. 똑같이 1백명 가운데에서 1위를 했다고 해서 A고교의 1위와 B고교의 1위의 성적수준이 동일하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절대평가를 할 경우 A고교에서의 1백점과 B고교에서의 1백점의 성적수준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차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내신성적을 입시의 기준으로 삼을 때는 그 평가방법이 절대평가이든 상대평가이든 간에 대학으로서는 입시전형에 있어서 무엇인가 고교의 학교차에 따른 변별력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서울대는 2008학년도부터의 입시전형에서 고교 내신성적 외에 `논술형 본고사'를 병행 실시할 방침임을 결정하고 그것에 많은 비중을 두겠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대, 고대, 서강대 등 유수한 대학들이 서울대의 결정은 옳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자신들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나섰다.  우리는 여기서 왜 이들 일류대학들이 그런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는가를 깊이 검토해봐야 한다. 그들 대학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앞에서 지적한 두 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상기 대학들이 입시전형의 한 보조적 수단으로써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써 지극히 교육적이며 지당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에 대해서까지 교육당국이 그것을 규제하려고 한다면 안된다.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은 인재의 종류와 계통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경쟁적 성격을 띠고 있는 이상 그 선발은 동일한 시공 아래서 동일한 조건의 경쟁수단으로 경쟁을 시켜 비교우위를 가려내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며 공평하다.  지난날의 과거제도는 바로 이러한 원리에 입각해서 시행된 인재의 선발제도였다. 그리고 그 시험이라는 것도 경서의 강론이나 시문 등으로 오늘날의 논술고사와 흡사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 사항의 지식과 능력고사는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인간의 지식과 능력을 간접적으로나마 평가할 수 있는 동시에 무엇보다도 그 인물의 인간적인 기본역량과 그릇의 대소를 점칠 수 있었다.  인간의 능력은 능동적 능력과 피동적 능력으로 구분된다. 오늘날 우리가 필요한 것은 피동적 능력보다는 능동적 능력이다. 인류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국제적 생존경쟁에서 필요한 것은 창의력인데 능동적 능력은 바로 창의력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논술고사야말로 인간의 능동적 능력을 변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각 대학이 논술고사를 과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타당하며, 또한 지극히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내신제 입시제도만을 고집하지 말고 모든 대학이 `논술고사'를 필수적으로 과하도록 방침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신성적은 고교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학교와 학생간의 실력차를 가릴 수 있는 척도로는 부족하다. 각 대학은 학교와 학생간의 실력차를 변별할 수 있는 잣대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대학 스스로가 마련하는 본고사라는 잣대인 것이다. 논술고사는 극히 최소한의 본고사적 잣대에 불과하다.  대학 입시는 점차 대학별 본고사의 허용 범위를 넓혀 조만간 대학 입시문제는 각 대학의 재량권으로 귀속시킬 것을 권고한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그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공평무사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고교의 내신은 그야말로 입시전형의 한 참고자료, 내지는 보조적 자료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대학입시의 바람직한 본연의 모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