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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호 2022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탐방: “관악캠퍼스 하늘에 참매가 날아다니는 것 아시나요?”

야생조류연구회 버들

동아리 탐방

야생조류연구회 버들

“관악캠퍼스 하늘에 참매가 날아다니는 것 아시나요?”

겨울엔 낙동강 철새 합동조사
건물 유리창 충돌 방지 활동도



다양한 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야생조류연구회는 전국 곳곳에서 탐조 활동을 펼친다. 사진=야조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걷는데 저흰 (하늘로 고개를 젖히며) 이렇게 걸어다녀요. 새 소리라도 나면 몇 마리고, 어딨는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죠.”(김예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고 했다. 누구에겐 ‘그냥 오리’인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를 알아보는 건 필시 사랑의 힘이다. 야생조류연구회(이하 야조회) ‘버들’은 새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동아리. 학생회관에서 회장 김예완(수의학21입)·학술 담당 한주원(수의학21입)씨를 만났다.

버들의 활동은 새를 관찰하는 탐조와 조사, 새 공부로 나뉜다. 쌍안경과 카메라를 들고 주1회 관악산과 서울 등지로, 봄여름엔 철새가 머무르는 섬으로 탐조를 떠난다. “오늘도 학교 탐조를 하고 왔어요. 요즘 맹금류 이동 시기라 벌매와 왕새매들이 한 번에 무리지어서 이동하거든요. 말똥가리, 황조롱이, 새호리기, 어치도 보이고, 가끔은 참매도 날아다녀요.” 한주원씨는 “머리 위에서 먹이 찾느라 맴도는 걸 보면 나인가? 싶다”며 웃었다.

“올해 봄엔 외연도랑 어청도, 여름엔 덕적도에 다녀왔어요. 재밌는 해프닝이 많아요. 중간고사가 내일인데 섬에 배가 안 떠서 교수님께 메일로 빈 적도 있대요. 다음날 기적적으로 배가 떴다더라고요.”

가장 큰 행사는 야생 조류 조사다. 매년 겨울 철새 서식지를 찾아 종과 개체 수, 이동 방향 등을 기록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1981년 낙동강 하구둑 개발을 앞두고 일본 야생조류연구회와 모교 학생들이 낙동강의 철새 분포를 조사하던 것이 시초. 이후 여러 대학에 야조회가 생겼고 지금은 모교가 낙동강, 이화여대는 한강, 시립대는 제주도를 맡아 조사한다. 타대생들이 합류하기도 한다. 내년 1월 중순 조류 조사를 앞두고 만든 노트에 ‘맹금 많음. 쇠황조롱이, 흰점찌르레기’ 식으로 낙동강 유역 하천마다 특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논병아리, 아비, 흰죽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는 모습이었다.




(위)야조회 회원이 촬영한 때까치(아래)와 바다비오리. 새의 생활과 먹이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찰하는것이 원칙이다. 사진=야조회


새들에게 녹지는 도시에서 쉴 수 있는 섬과 같다. 약 90여 종의 조류가 관찰되는 관악캠퍼스는 어떤 곳일까. 큰 산이 있지만 그 산을 반짝반짝 비추는 유리 건물은 ‘죽음의 벽’. 이들은 “유리창 충돌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윗공대 건물은 한 번씩 어떤 종이 떨어져 있는지 모니터링도 한다”며 “학내 조류 충돌이 잦은 곳을 조사해서 시민 과학단체에 공유해뒀다”고 했다. 가로 10cm, 세로 5cm 간격으로 점을 붙이면 예방이 되지만 아직 그런 조치를 취한 건물은 없다.

새들을 보면서 하루가 다른 환경 변화도 읽힌다고 했다. “아열대 기후에 사는 물꿩이 몇 해째 창녕 우포늪에서 번식하고 갔대요. 예전엔 흔하게 봤다는데 저흰 ‘물 떠놓고 기도해야’ 보이는 새들도 있죠. 세계에 약 200마리 남았다는 넓적부리도요가 그래요. 서해안 갯벌에 쉬어가는 새인데 간척지가 늘어나 점점 보기 힘들 것 같아요.”

버들의 암묵적 룰은 ‘조용히 즐거워할 것’이다. 새들이 경계음을 내거나 불안한 동작을 하면 빨리 자리를 피해준다. 그러니 새마다 생김새와 습성, 소리까지 공부할 게 많다. 조류도감을 끼고 사는데, 새의 배 부분이 자세히 묘사돼 있어 사람이 올려다보는 시점에서 알아보기 좋다. 선배들이 폐사한 새로 만든 박제, 야생동물센터 등에서 얻은 깃털 모음도 훌륭한 교재. 매주 모여 새 공부에 열심이다.

두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새를 묻자 “있지만, 비밀로 해주셔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활동한 지 2년 되면 선배님들께 ‘새명(名)’을 받거든요. 후배들을 잘 관찰해서 한 명씩 어울리는 새 이름을 정해 주시는데, 좋아하는 새는 절대 안 해 주세요(웃음).”(김예완)
“그만큼 서로 알아가려 노력해서 좋죠. 새명을 받으면 ‘부화’했다고 하고 자기소개도 ‘서울대 무슨 새입니다’라고 해요. 가끔은 선배님도 이름은 생각 안 나고 ‘붉은배지빠귀’ 선배님 성함이 뭐였지?’ 해요(웃음). 4개월 뒤면 받을 텐데 정말 궁금해요.”(한주원)

졸업 후에도 후배들과 함께 탐조를 하고, 산림청과 철새연구센터 등에서 새 관련 일을 하는 OB들이 많다. 작년 겨울 동해안 탐조 여행 때도 후배들을 도왔다. 야조회는 팬데믹으로 쉬었던 홈커밍 행사를 곧 열 계획이다.

기자가 ‘강에서 본 희고 큰 새’가 뭔지 묻자 이들은 금세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백로임을 알려줬다. “저도 작은 건 다 참새, 좀 크면 비둘기인 줄 알았어요. 이곳에서 새마다 소리와 생김새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됐죠. 깊이 알수록 더 많이 알고 싶어져요.”(김예완)

“똑같이 새를 봐도 중국은 ‘관조’, 한국은 ‘탐조’라고 한대요. 능동적으로 새를 찾는 열정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어요. ‘탐낼 탐’으로 해석하면 결국 자연은 가질 수 없는 존재 같아서 겸손함도 가지게 되고요.”(한주원)

박수진 기자

▷서울대 야생조류연구회 '버들' 인스타그램에서 새 사진 구경하기: https://instagram.com/birdle.snu?igshid=YmMyMTA2M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