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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2005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관악캠퍼스 달군 동문 手談


날씨도 화창한 일요일인 지난달 19일, 학기말 시험이 막 끝난 모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는 서울대 선후배 동문들과 교직원, 재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친목과 단합의 한마당 바둑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두 번째 동문 바둑대회다. 초여름이라지만 벌써 섭씨 30도를 넘보던 이날 2백50여 동문 기사(棋士)들은 저마다 무더위를 잊고 심오한 오로의 삼매경에 빠져 흑백의 묘미를 만끽했다.  동문 취미활동을 꼽자면 매년 10월에 열리는 `홈커밍데이 겸 서울대 가족 친목 등산대회'가 대표적이다. 총동창회 행사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올해로 27회째를 맞으며 서울대인들의 친목과 결속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범 동창회 차원의 동문 취미활동으로는 이 등산대회가 독보적이자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물론 관악골프대회나 스승의 날 기념 사은 골프대회를 비롯 크고 작은 골프모임이 없지 않으나 참여인원이 제한적이다. 그밖에 단과대학별 친선 테니스대회나 등산대회, 체육대회, 동기회 골프대회 또는 음식경연대회 같은 이런저런 모임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단과대학이나 기별 모임의 성격과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이번 제2회 동문 바둑대회가 성공리에 막을 내려 10월 등산대회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며 범 동창회 행사로 자리를 잡아가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담(手談), 오로(烏鷺), 혁기(奕쨒), 목야호(木野狐)… 모두 바둑의 다른 이름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수담'은 절묘하다. 말없이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는 뜻이겠다. 바둑판에 검은 돌(烏) 흰 돌(鷺)을 서로 번갈아 가며 내려놓으면 그 뿐, 왜 말이 필요하겠는가. 침묵 속에 상대방 돌이 전하는 메시지를 신중히 헤아리고, 그런 다음 이번에는 이쪽 메시지를 실은 돌을 역시 침묵 속에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바둑을 신선놀음이라 일컬었던 연유를 알만 하다.  그러나 바둑은 단순히 신선놀음만은 아니다. 세상에 바둑처럼 두뇌 다툼이 치열한 게임도 없다. 한 판을 두더라도 객관적인 눈으로 판세를 살필 줄 아는 상황 판단력, 상대방 전략과 속마음을 꿰뚫어 조그마한 기미도 놓치지 않고 역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 판세가 불리할 때 상대방 허점을 노리고 의표를 찔러 한순간에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용기와 결단, 이 모든 것이 요구되는 전력투구의 세계가 바로 바둑이다. 그래서 바둑을 `두뇌 스포츠의 꽃'이라 부르기도 한다지만 나라의 두뇌들임을 자부하는 서울대인이라면 마땅히 챙길만한 덕목들이 아니겠는가. 〈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