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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2022년 6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쑥·현미 넣은 ‘떡 와플’, 전통과 현대가 만난 맛

김승희 권농동 갤러리소연카페 대표


쑥·현미 넣은 ‘떡 와플’, 전통과 현대가 만난 맛


김승희(응용미술65-69)
권농동 갤러리소연카페 대표



종묘 돌담길 소재 운치 가득
좋은 재료에 정성 담아 눈길


“제 인물 사진 대신 이 사진을 넣으면 어떨까요?”

김승희 갤러리소연카페 대표(사진)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카페 바깥 파라솔 자리에서 음료와 함께 맞은편 종묘 돌담을 찍은 사진이었다. 손님이 촬영한 사진이라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래도 인터뷰인데 인물이 주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에둘러 반대 의견을 냈다. 카페 사장님이 카페보다 그 맞은편 돌담 사진을 싣고 싶다니. 적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 전통에 진심인,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 5월 27일 서울 권농동 갤러리소연카페에서 김승희 동문을 만났다.

“국민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가르쳤습니다. 2012년 정년을 앞두고 작업실을 마련하려고 할 때였어요. 귀금속 단지인 종로 3가 쪽이 재료를 구하기도, 전문가를 만나기도 좋았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우연히 마주친 종묘와 그 돌담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커다란 빌딩이 없어서 그런지 아늑하고, 골목도 아기자기 예뻤죠. 작업실과 거주 공간을 붙여 작게 집을 짓는 건 어떨까 싶어 가족들과 상의했는데, 다들 찬성해줬어요. 2011년 여기로 이사 왔죠.”

그렇게 1층은 카페, 지하 1층은 작업실, 2층은 자택으로 구성된 작은 건물이 지어졌다. 벌써 12년째 이어온 카페지만, 실상은 더 오래됐다. 1994년 서울 구기동에 열었던 ‘크래프트 하우스’가 이곳의 모체인 것. 김 동문과 제자들의 장신구를 전시, 대중에게 알리는 창구 역할을 했던 그곳에 시간이 지날수록 방문객이 줄어드니 음료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커피는 공예품 관람객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였던 셈. ‘소연’을 사이에 두고 ‘갤러리’가 ‘카페’에 앞서는 이유다. 금속공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전시공간과 프로그램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

“주문대 뒤로 돌아 들어가면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반지, 팔찌, 목걸이, 머리핀, 브로치, 마스크 줄 등 저의 작품을 구입 후 바로 착용할 수 있죠. 통로 한쪽에 ‘이달의 작가’ 코너를 만들어 신진 공예가의 작품도 소개하고요. 카페와 공방을 결합한 원데이클래스를 개설, 다과를 즐기며 나만의 장신구를 제작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최근엔 지하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어요. 회의나 파티, 단체 영화 관람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꾸몄죠. 갤러리소연카페는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김승희 동문. 카페 메뉴에도 예술가다운 창의성이 녹아있다. 이탈리아 전통음식 ‘라자냐’에 조랭이떡을 넣어 한국인에게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도록 재탄생시켰고, 밀가루 대신 쑥과 현미를 넣어 ‘떡 와플’을 만들었다. 양평 소재 주말농장에서 공수해온 햇팥으로 단팥죽과 팥빙수를 만들고, 차의 원료가 되는 레몬청, 꿀생강청 등은 직접 제조한다. 커피 제조와 서빙은 전문 바리스타에게 맡기지만, 아들과 동업을 고려할 정도로 김 동문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갤러리소연카페 외부 전경(위)과 그곳에서 본 맞은편 종묘 돌담(아래). 김승희 동문은 종묘 돌담길의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하며 방문을 권했다.

“우리 카페의 메뉴는 전통을 현대화한 고유의 먹거리입니다. 엄선된 재료를 정갈하게 다듬고, 정성으로 맛을 내며, 건강을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 영업으로 돈을 벌진 못했어요. 재룟값에 인건비 주고 건물 유지비 쓰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죠. 그러다 인근에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젊은 층 유입이 많아졌습니다. 주말엔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들로 꽉 차요. 전시공간을 찾는 손님에겐 작품 설명도 해주고요.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외국인 손님도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종묘를 둘러보고 돌담길을 거닌 다음 그 맞은편 카페에서 한국 전통 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거든요.”

종묘를 얘기하는 김 동문의 눈빛에 뛰어난 예술품을 마주했을 때의 벅찬 감동이 비쳤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사후에 왕으로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하고 국가적인 제사를 지내는 곳. 일제강점기 때도 훼손되지 않았고,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김 동문은 종묘와 창경궁을 연결하는, 10년 넘게 계속된 도로 공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올해 안엔 도로가 완공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종묘 돌담길이 더 널리 알려질 것 같고요. 종묘에 뭐 볼 거 있냐, 하시는 분도 있는데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왕조의 신위를 한곳에 다 모아놓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밖에 없대요. 옷이나 화장품 사러 가는 명동에 비해 종묘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수준이 다르더군요. 우리 서울대 동문들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세계 최고의 신전인 종묘를 좀 찾아주시고, 오신 김에 저희 카페도 한번 들러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연(小然)’은 작은 힘들이 모여 큰일을 이룬다는 뜻으로 김 동문의 장신구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 이름에 걸맞게 김 동문은 제자들과 함께 카페 및 금속공예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모교 미대 여성 동문회 ‘한울회’와 사단법인 ‘더 투게더’의 해외지원 사업도 돕고 있다.

문의: 0507-1347-2498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