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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호 2022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흩어져 있던 구글 업무용 앱, ‘스윗’ 하나면 다 된다

이주환(영문05-09) 스윗 대표

흩어져 있던 구글 업무용 앱, ‘스윗’ 하나면 다 된다

이주환(영문05-09) 스윗 대표





구글 협업 제안 ‘유니콘’ 예약
초등 4학년 때부터 코딩 시작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이 2018년 ‘스윗’이 출시되자마자 협업을 제안하며 보낸 찬사다. 지메일·구글드라이브·구글닥스·구글캘린더·구글미트 등 구글의 여러 업무용 앱을 하나로 꿰었던 것. 워크 OS 스윗을 거치면 구글 워크스페이스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365까지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쓸 수 있다. 기업 협업 소프트웨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 이주환 스윗 대표는 “머지않아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즉 유니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7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스윗 한국지사에서 이주환 동문을 만났다.

“메신저, 문서 작업, 파일 공유, 화상회의, 일정 관리 등 기존 업무 환경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여러 앱을 오가야 합니다. 불필요한 알림과 반복적인 탭 전환이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죠. 스윗은 협업 필수 기능을 한곳에 모아 일목요연하고 몰입하기 쉬운 업무 환경을 제공합니다. 기능별로 파편화되는 업무 흐름을 끊김 없이 이어줘요.”

스윗은 업무용 앱의 허브 역할을 한다. 기획, 시작 단계에서부터 활용돼 협업하는 동안 업무의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총괄 매니저 역할을 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허브를 구현하려는 시도를 수차례 했었다. 처음엔 드라이브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드라이브 기반의 허브는 위계에 따라 파일을 저장했을 뿐 해당 파일이 생산된 맥락과 필요성을 담지 못했다. 다음엔 채팅을, 또 그 다음에는 메일을 기반으로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채팅 기반 허브는 쓸데없는 알림이 너무 많았고, 메일은 외부와의 소통 채널이지 내부 협업 공간은 아니었다.

“과거의 협업 솔루션은 각각 다른 서비스를 하는 업무용 앱을 단순 연동시켰기 때문에 상호연동성이 떨어집니다. 반면 스윗은 외부지향의 서비스 아키텍처와 내부지향의 시스템 아키텍처가 밑단에서부터 아주 정밀하게 유기적으로 구축되며 올라왔어요. 회사 설립 전부터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자리 잡은 30여 개 기업에 무작정 찾아가 협업 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죠. 철저히 시장을 조사, 분석하면서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했습니다. 구글을 벤치마킹했다기보단 구글의 선례를 분석하며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스윗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일상 업무에서 ‘메신저’와 ‘업무관리’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데에 착안, 이 둘을 결합했다. 이메일을 드래그앤드롭 하면 동료와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진행 상황 추적이 가능한 업무로 바꿀 수도 있고, 구글 닥스를 쓰다가 일부 내용을 업무로 만들어 팀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업무용 앱을 단순히 통합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해 앱과 앱이 상호작용한다.

모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주환 동문. 학교 끝나면 학원 뺑뺑이를 돌았는데, 그중 컴퓨터 학원이 제일 재밌었다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코딩을 시작해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게임을 뜯어보며 백 엔드와 프런트 엔드가 어떻게 합쳐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의 디자인을 직접 경험했다. 취미였지만,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여, 2014년 2월 교육용 앱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당시엔 태블릿PC나 스마트폰 사용이 아직 보편화 되기 전이라 사업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교육 시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설득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았죠. 교육용 앱 사업은 접었지만, 시장 분석과 인재영입 측면에서 창업 노하우를 축적해 기업 대상 ‘직원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개발했습니다. 더 큰 시장을 쫓아 미국으로 건너갔고요. 그런데 기업용 교육 소프트웨어 시장의 파이가 너무 작았어요. 그때서야 제품을 만들고 어떻게 팔지 고민할 게 아니라 시장을 먼저 분석하고 니즈를 파악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깨달음은 또 있다. 워크 OS에 대한 니즈는 산업별 차이보단 회사의 규모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는 것. 작은 기업엔 전사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앱이 중견기업에선 부서별 수준에 그쳤고, 대기업에선 팀별 수준에 머물렀다. 업무에 따라 때론 공개적으로, 때론 제한적으로 관련 내용이 전달돼야 했고, 의사소통도 어떨 땐 수직적으로 또 어떨 땐 수평적으로 이뤄져야 했다. 조직의 규모와 업무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협업 소프트웨어 구축의 어려움도 커진다. 스윗은 수만 명 규모의 기업까지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추는 한편 ‘스윗스토어’를 마련, 특정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 플러그인으로 제공한다.

“낡은 소프트웨어의 현대화 과정엔 4R이 있습니다. 리플레이스(Replace) 리빌드(Rebuild) 리플랫폼(Replatform) 리호스트(Rehost). 이 과정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이라고 하죠. 국내에선 2017년에서야 처음으로 인프라 수준의 DT를 일으켰는데, 미국에 비하면 10년 이상 늦은 거였어요. 그렇지만 전환 속도는 한국이 훨씬 빠릅니다. 국내 50대 그룹엔 DT를 담당하는 ‘CDO’라는 직함이 있죠. DT에 관심 있는 동문 기업인들과 함께 일하는 영광이 주어지길 희망합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