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327호 2005년 6월] 기고 감상평

이름 없이 더불어 사는 동문 소개를 …

학교에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내가 동창회보를 넙죽넙죽 받아 보기만 하는 게 미안해서 결국 평생회비를 내고 말았는데, 이건 또 웬 영광이고 웬 은혜란 말인가? 동창회에서 원고청탁을 다 하다니! 마다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서울대학교로부터 잊혀져 있다고 쓸쓸해하더라도 회사에서나, 동네에서나, 친지들 사이에서 나의 이미지 중 상당 부분은 `서울대 출신'일 것이다. 내가 `서울대 출신'답게 생겨먹어서도, `서울대 출신'답게 행동해서도, `서울대 출신'들이 그러하듯이 출세해서도 아니다. 단지 `서울대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내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견제 받는 경험이 많았고, 그 속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20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타 대학 출신들이 열심히 동문회 활동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고교 동문회도 참석해 보았는데 유독 서울대학교 동문회는 경험하지를 못했다. 남들처럼 학맥이란 것도 있을 턱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소속했던 직장 환경이 독특했을 수는 있었겠지만, 아마도 소위 `서울대 출신 프리미엄'이란 것이 흔히들 생각하는 만큼, 이 사회에서 크지 않은 것이라 여겨진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중학 입시가 있었는데 학교에 찾아오는 어머니들 치맛바람이 굉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얼마 전에 그 치맛바람이 대학까지 불어 닥쳤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IMF 이후 정년이 앞당겨지는 요즈음, 생존 문제가 치열해진 탓도 있기는 할 것이나, 아무래도 출세와 성공 지향적인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증좌가 아닐까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이끌어 가는 엘리트들이 출세의 표본이고, 그 표본을 닮고자 노력하는 것이 잘못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묻혀 지내는 다수 서민들의 삶이 무가치한 것이 아닐진대 그 속에서 진주를 발견해내는 슬기로움 또한 귀할 것이다.  동창회보에는 많은 엘리트 동문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대 출신 프리미엄'을 누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순수한 역량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장한 동문들이다. 마땅히 모든 동문들에게 알려서 격려해 드리고 지지해 드릴 일이다. 이러한 동창회보가 또 다른 한편으로, 민초들 속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동문들에 대한 조명을 곁들여 준다면, 매달 받아 보는 그 지면이 얼마나 아름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