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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호 2005년 6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행정도시, `행정'이 가장 문제다

`지난 3월 15일 취임한 韓悳洙경제부총리가 만약 행정도시에서 일했다면 서울과 행정도시를 몇 번이나 오갔을까?' 답은 `취임 한달간 적어도 16일은 서울에 머무르거나 서울과 행정도시를 왔다갔다해야 한다'이다.  이는 지난 4월 행정도시 기획취재를 하면서 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 실린 부총리 일정을 따져본 결과다. 여기에다 비공식적인 일정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20일 이상은 집무실이 있는 행정도시보다는 서울에 있어야 했다.  
이런 가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부총리가 취임 후 같은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행정도시로 경제부처가 이전된 상태에서는 서울의 행사를 가급적 줄이고 화상회의가 활성화되면 서울에 갈 일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하는 고위당정회의나 청와대 고위급 만남은 화상회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화상회의실은 설치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참여정부 들어선 1~2차례만 이용됐고 먼지만 쌓이고 있다. 보안문제가 있는 데다 아무래도 대면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닥치면 문제가 더 커진다.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姜慶植씨는 "과천에서 일할 때 회의 등으로 서울에 올 일이 많아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낼 정도였고 업무의 상당부분도 차량에서 처리했다"고 회고했다. 취재 중 만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행정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행정의 비효율성을 꼽았다. `행정도시'란 이름과는 달리 `행정'이 큰 걱정거리가 되는 셈이다. 공무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이전대상 12개 부처 공무원 1백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이전의 문제점으로 행정효율성 저하(51.8%)를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행정부처 분할에 따른 국정효율성도 떨어질 것(72.4%)이란 대답이 주류를 이뤘다.  국회를 통과한 행정도시 특별법이 그대로 실현될 지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28.9%에 그쳤다. 대신 이전대상 부처 등이 수정되거나(40.8%), 차기 대선 등 정치적 변수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29.6%)도 적지 않다고 응답했다. 설문에서 알 수 있듯 오는 2007년 대선 때도 이전여부가 대선 이슈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나라처럼 행정수도를 분할한 나라는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대통령이나 수상 관저, 의회, 행정부처가 수도 중심부 반경 2~3km에 모여 있다.  미국은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거쳐 워싱턴에 새로운 수도를 만들었지만 행정기관을 분할해 이곳저곳에 배치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 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행정수도를 나눈 독일은 분단 뒤 통일과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독일은 1945년 2차대전 뒤 동․서독 분단으로 인해 1949년 11월 서독의 경우 본(Bonn)을 임시수도로 결정했다. 1990년 독일 통일에 따라 통일독일의 수도로 베를린을 명시했고 이후 연방의회와 10개 부처를 베를린으로 옮기고 본에는 상원과 6개 부처를 남겨뒀다. 그러나 베를린과 본으로 부처를 나누는 바람에 비용 증가와 업무 비효율로 인해 최근 다시 수도통합론이 제기되고 있다.  취재 중 흥미로웠던 점은 행정수도 위헌판결 이후 정부의 주장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단)은 위헌판결 이전까지만 해도 행정부처 분할에 대해 독일의 사례를 들면서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런 내용은 추진단이 직접 독일을 방문한 뒤 2003년 9월 작성한 보고서에 실렸다. 이 보고서는 󰡒베를린의 인프라 시설 등 여건이 갖춰지면 본에 있는 부처를 모두 베를린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행정기관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은 효율성과 현실성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진위는 행정도시 특별법이 통과된 뒤 발간한 홍보책자에서는 󰡒행정기관의 지리적 분리에 따라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비효율보다는 균형발전을 통해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입장을 바꿨다.  행정도시 특별법은 의견 수렴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여야간 `밀실 협상'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신행정수도 방안에 대해서는 1~2년간 논쟁을 거쳤지만 행정수도 분할은 정치권이 한두달 사이 `우당탕' 밀실에서 합의한 게 사실이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국회의원은 󰡒여야 모두 거창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얘기하지만 솔직히 `충청권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여야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전부처 숫자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결과 `행정수도 분할'이란 기형적인 모습을 잉태한 것이다.  기획취재의 결론은 간단했다. 비효율성을 감안하면 행정기관 분할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행정도시 건설이 추진되더라도 서울에 남는 부처들을 모두 옮기든지 아니면 지방으로 이전했던 부처들을 다시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