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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 2014년 6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SNUe컨설팅센터 韓 宗 勳센터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뒤로 한 채 7년째 국민소득(GDP)2만 달러 대에 머무르며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산업구조의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교 공과대학이 우리 산업계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310일 개소한 SNUe컨설팅센터를 통해서다. 센터는 공대 전 학과 교수들이 대거 참여해 기술 사업화, 기술자문, 기술교육, 기술 감정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한다. 특히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중점적으로 해결, 기술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산업구조의 허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모교 공학연구소장인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韓宗勳(화학공학80 - 84)교수가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QS 아시아 대학평가 공학·기술 부문 10위권에 드는 연구 역량, 320명의 교수진과 7천여 연구원의 막강한 인프라를 자랑하는 모교 공대다. 이제 그 역량이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산업계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527일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센터장은 모교 공대가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분명히 있다며 적잖은 책임감을 내비쳤다.

 기술 연구·개발에 목말랐던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뜨겁다. 개소와 동시에 공대 59개 연구실을 개방한 오픈랩 행사에는 1백여 개 기업이 참여를 신청했다.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매치 메이킹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센터 홈페이지(http://eritech.snu.ac.kr)를 통해 기업이 기술 의뢰를 하면, 공대 학부마다 선정된 전문 코디네이터 교수가 이를 면밀히 검토해 `서울대 공대에서 이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 교수를 개인이나 팀으로 매칭해주는 식이다. 현재 50건 넘는 요청 중 4건은 계약 완료, 6건은 검토 중이다. 기업과 교수 양쪽의 적극적인 참여 덕에 1차 미팅 성사율이 90%에 달한다.

 중소기업 사장님들께서 `그냥 서울대 교수님들과 얘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참 좋다, 이런 게 될 줄 몰랐다'며 반가워하십니다. 교수님들께서도 `보람이 크다'며 최소한의 자문비만 받고 참여해주고 계세요.”

 모교에 산학협력 기관으로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가 있지만 센터는 공대 교수진이라는 전문인력을 활용해 산업현장의 수요자로부터 시작하는 `상향식' 산학협력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센터장은 국내 주요 대학의 기술이전 수익이 해외 주요 대학의 5%에 불과하다논문, 특허 개수 위주가 아닌 시장 친화적인 연구, 산학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센터장은 경험이 풍부한 `기술 사업화' 전문가다. 화학공정시스템을 전공한 그의 에너지·환경 공정 기술 등은 많은 국내 대기업들에 이전돼 큰 경제 효과를 낳았다. 현장 중심 연구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인 공로로 2011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공학인상을 받기도 했다.

 원래부터 기술의 사업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대에 입학한 이유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 성공하자'는 생각에서였죠. 언제나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센터 일이 즐겁습니다.”

 65천명에 달하는 동문 네트워크는 모교 공대의 또 다른 자산이다. 센터장은 현직 교수진 외에도 뜻있는 명예교수, 동문들에게 자문을 구할 예정인데 벌써 60여 명의 동문이 센터를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보다 넓은 차원의 동문 참여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가 박사과정을 밟은 MIT는 대학 기술 기반의 창업이 활발한 곳이다. 기술 하나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엄청난 규모로 발전하기까지 그 기술의 가치를 알아본 동문 네트워크의 지원이 함께하는 것을 눈여겨봤다. 그는 모교의 유망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곧 모교에 기부하는 것과도 같고, 투자자와 학교, 창업자 모두 윈윈하는 일이라며 모교의 유망 기술에 대한 동문들의 지원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전했다.

 센터장은 시작은 작지만 목표는 구체적이라며 센터의 밝은 미래를 자신했다.

 서울대 공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6080년대 산업 발전의 견인차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문턱 앞에 선 지금, 다시 한 번 그 역할을 맡아야 할 때 같아요. 센터에서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다른 대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서울대 공학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요.”